채수일 교수(한신대 신학과)가 기독교를 다문화 관점에서 조명했다. 채 교수는 월간 <기독교사상> 6월호에서 ‘다문화와 그리스도교 신앙’이라는 제목으로 특집 권두언을 썼다.
권두언에서 채 교수는 “그리스도교는 다문화사회에서 탄생했다”고 운을 떼며, “유대교 내부에서 시작된 회개운동과 하나님나라 운동에서 출발한 그리스도교가 이방세계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던 이유도 그리스도교의 ‘개방적 태도’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와의 만남에서도 그리스도교는 개방적이었다”며 “서양에서는 헬레니즘 문화와, 동양에서는 페르시아 문화와 만나면서 유대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슬람과의 만남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과 과학을 수용했으며, 6세기 그레고리 대제는 영국 캔터베리의 어거스틴에게 ‘이교도의 성지를 완전히 파괴하지 말고, 오히려 그들을 그리스도교 예배에 적응시키라’고 하는 편지를 쓰기도 했다.
그리스도교가 타문화에 대해 배타적이고, 유럽문화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것은 16세기 이른바 신대륙의 발견과 식민주의의 결과. 채 교수는 “많은 선교사들이 토착문화와 종교를 얕보고 토착민들의 의식을 ‘백지상태’(타불라 라사, tabula rasa)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가 처음부터 다문화 사회에서 탄생했고, 문화 개방적이었다는 것이 “모든 형태의 문화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문화 순응주의’였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최 교수는 강조했다. “때론 문화에 적대적이기까지 했다”며 “그것은 타락한 인간이 만들어낸 문화는 어떤 것도 온전히 참되거나 아름답거나 선하지 않다고 판단했고, 문화의 핵심에는 언제나 인간이 자신의 운명의 주인이 되려는 우상화의 경향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또 선교사들 중에는 원주민 학살과 문명파괴에 대하여 저항하고 토착문화를 존중한 선교사들도 있었으며, 식민시대가 끝난 후에는 대부분의 토착교회에서 그들 고유의 문화와 종교적 전통을 재발견하기 시작했다며, 그리스도교의 다문화 전통은 지금도 살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한국사회가 이미 다문화사회로 접어들었으며, 한국교회는 다문화사회의 이면을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이미 다문화사회가 되었기 때문에, 혈통과 언어의 동질성에 근거해 ‘단일민족’이니 ‘백의민족’이니 하는 민족의식은 더 이상 구속력이 없다”고 다문화시대가 이미 도래하였음을 말하고, “그런데 문제는 이런 문화다양성이 ‘껍데기 다원주의’일 뿐, 그 밑바닥에는 ‘문화획일주의’가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그리스도교는 다문화에 의해 도전 받는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체제의 획일적 문화의 도전을 받고 있으며, 이것과 대결해야 할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시사점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