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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재]카인의 형제살해와 오늘의 아벨을 묻는다

갈릴리복음 성서학당2- 셋째 이야기

1. 오늘 본문에 얽힌 난해점과 문제의식

(1) 원역사에 따르는 인간역사 속에서 최초 살인사건의 원인이 생존에 필수적인 생필품의 희소성 때문에 발생한 물질쟁탈 문제가 아니라는 점.

(2) 하나님이 가인과 아벨의 제물에 차이를 보이신 이유가 밝혀지지 않는다는 점.

(3) 가인이 동생 아벨을 죽일만한 결정적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다는 점.

(4) 그러나, 현실적 인간실존은 ‘형제살인’을 범할 수 있는 존재이며, 그 책임회피를 넘어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 입니까?”라고 도리어 항변하는 존재라는 성경의 지적.


2. 본문주석과 신학적 조명

(1) 창세기 4장 원역사는 3부분으로 구성된다. 가인과 아벨의 형제살인 설화(3:1~16), 가인의 후손 족보(4:17~24), 그리고 새로운 아담의 혈통계승자 셋의 출생과 예배시작(4:25~26).

(2) 가인과 아벨의 형제살인 이야기는 ‘원역사’에 속한 설화임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역사의 특정한 시공간에서 발생한 역사 기록적 목적보다는, 인간 삶 속에 비극적으로 발생하는 ‘형제살인’의 현실성, 삶에서 이해되지 않는 공정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삶의 차별성과 불합리성에 대한 당혹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비합리성이 인간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한 변명이나 면책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단호한 성서적 윤리의식이 선언되고 있다.

(3) 가인과 아벨의 관계성에서 두 가지를 본다. 우선 형제관계에서 성서는 항상 형의 무조건적 우선 대우, 기득권, 자명한 듯한 특별대우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지닌다(참고: 에서와 야곱관계).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생물학적 우선성이 자명하게 특권일 수 없다는 견해이며, 도리어 견제와 감시의 대상이 된다. “육에서 난 것은 육이요, 영에서 난 것은 영이다”(요3:6). 장자 및 귀족 양반특권, 인종우월주의, 혈통적 우생학적 정치철학은 부정된다.

(4) 그러므로, 야곱의 열두 아들 중 장자인 유다의 혈통적 우선권은 다윗왕권을 뒷받침하는 가신집단(家臣集團)의 사관으로 볼 수 있다. 성경에서는 혈통적으로 비주류인 요셉과 베냐민을 중시는 설화나 족보가 눈에 돋보인다.(창세기 요셉 중심 설화 - 창37~50 / 신약 사도 바울의 족보 이야기 - 행13:21, 롬11:1, 빌3:5 참조)

(5) 가인과 아벨의 직업이 각각 ‘밭을 가는 농부’와 ‘양을 치는 목자’라는 것은 인류문명사 발전의 두 가지 형태인 농경문화와 유목문화가 전문화되거나 분화되기 이전의 초기 인류 생활문화의 집단적 무의식 기억을 반영하고 있다(4:2).

(6) 제사와 제물받침은 고대 종교문화적 삶에서 중심적 의례였다. 제물바침의 목적은 ‘생육, 번성, 다산의 지속적 축복에 대한 기원, 그리고 삶에 대한 감사, 신에 경외감’의 표현이었다. 본문은 가인과 아벨의 제물이나, 제사행위의 정성과 준비절차 등에서, 어느 쪽의 부족함을 지적하지 않는다(4:3~4). 삶이 객관적 여건과 결과가 평면적 차원에서 공평하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는 체험은 인간의 기본 공통적 체험임을 말한다. 동시에, 그 차이가 인간 행불행의 필연적 직접 원인이 되거나, 선악행위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것이 아님을 지적한다.

(7) 가인은 자기의 제물이 열납 되지 않았음을 알았다. 가인은 몹시 화가 나서 얼굴빛이 달라졌다(4:5). 하나님은 가인에게 분노와 질투와 살의의 심리적 동요에 대하여 묻고, 그러한 마음의 감정을 가인 자신이 다스려야 할 책임으로 말한다(4:6~7). 불교는 인간본성을 무명(無明)에 빠뜨리는 치명적 삼독(三毒:貪, 瞋, 痴)의 하나로서 ‘성냄’을 지목했다. 공자는 군자의 자격 규정으로서 맘의 평정을 지적하였다.(논어:學而時習之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人不知而不慍不亦君子乎)

(8) 가인은 들로 동생을 유인하여 살해하고 땅에 암매장한다(4:8). 사람들이 보지 아니하는 한적한 들로 나가서 살인한다는 것, 암매장 한다는 사실자체가, ‘살인행위’에 대한 인간본능적 죄책의식을 반영한다.

(9) 하나님은 묻는다 : “네 동생 아벨이 어디 있느냐?”(4:9). 이 근원적 질문은 아담의 에덴동산에서 범죄 이후 받았던 근원적 질문 “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3:9)와 더불어 인간이 실존적 존재로서 하나님으로부터 항상 듣는 ‘근원적 질문’이다. 이 질문은 인간의 본래성을 일깨우는 존재의 소리이며, 단순한 고등동물이 아니라 인격적 영적 존재로서 인간만이 듣는 책임성(Responsibility)에 대한 촉구이다. 이 ‘근원적 두 가지 질문’을 듣는다는 것은 ‘불편한 진실’이면서도 ‘인간됨의 최소 조건’이 된다. 이 질문을 듣지 못하거나 무시할 때, 인간은 단지 두뇌구조가 진화한 고등동물로 전락한다.

(10) 21세기 문명사회와 지구촌 속에서 오늘의 아벨은 누구인가? 수많은 힘 있는 카인의 후예들은 “내가 내 아우 아벨을 지키는 자입니까?”라고 시치미를 떼고 존재부름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항변한다. 그러는한, 인간성은 황폐화되고 지구문명은 비인간화 된다.
(11) 하나님은 가인에게 책임을 묻고, 가인의 범죄로 인하여 땅의 황폐해짐과(4:12), 땅에서 쉬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불안정한 존재(4:12~13)가 되게 하신다. 성경은 항상 인간의 범죄가 인간 역사적 사회영역 내에만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고 자연 그 자체까지 비극적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동시에 인간실존의 불안(anxiety)은 대상이 분명한 두려운 공포감(fear)과는 다른 실존내면의 병이요, 존재론적 불안정임을 지적한다. 인간은 “쉬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존재”가 되었고, 그 존재론적 근본 불안을 잊기 위하여 무한 소유욕과 각종 탐욕으로 치장하려고 시도한다. 어거스틴의 유명한 말 “사람이 하나님과 근본적으로 화해하여, 창조주 당신 안에서 쉼을 얻기 전까지는 평안이 없습니다”(고백록)라는 고전적 고백을 남겼다.

(12) 가인은 “이 형벌은, 제가 짊어지기에 너무 무겁습니다”라고 하소연한다(4:13). 왜냐하면, 하나님의 형벌은 세 가지 결과를 동반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첫째, 하나님을 뵙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는 것. 둘째, 이 땅에서 쉬지도 못하고, 떠돌아다니게 된다는 것. 셋째, 그렇게 되면 그를 만나는 사람마다 저를 죽이려고 할 것이라는 것. 첫째는 존재론적 소외요, 둘째는 심리적 소외요, 셋째는 정치현실적 인간사이의 소외이다.

(13) 성경기자는 아담과 하와에게 가죽옷을 지어 입혀 에덴의 동편으로 추방하듯이, “가인에게도 표를 찍어주셔서”(4:15) 그의 생명을 보호하셨다고 언급하여 ‘은총의 지속’을 말한다. 하나님의 창조는 시원적 창조(originating creation), 지속적 창조(sustaining creation), 지향적 창조(directing creation)라고 부를 수 있는 3중적 차원으로서 오늘도 피조물을 감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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