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고 김주종 조합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3대 종단 종교인들이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의 잇단 죽음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고 김 조합원을 포함해, 2009년 쌍용자동차 대량해고 이후 해고노동자 서른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에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은 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쌍용자동차 대량 해고 관련 서른 번째 죽음에 대한 종교계 호소문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3대 종단 종교인들은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에 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문하기도 했다.
종교인들의 발언을 아래 인용한다.
"쌍용자동차 문제를 단순히 회사와 해고자들끼리의 문제로 볼 수 없다. 한국사회 속 수많은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고통당하고 있다. 이에 온 사회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기도가 필요하다. 종교인들도 관심을 갖고 있었다. 사측, 기업노조, 해고당사자들을 차례로 만나 문제해결을 위해 지혜를 모으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호소하는 이유는 정부가 직접적으로 나서서 행동을 취해야 해서다. 또 노동이 존중 받고 사람이 존중 받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사람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종교인 본연의 역할도 잊지 않겠다."
- 정수용 신부,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이전 정권과 기업의 합작으로 서른 명의 노동자들이 죽임을 당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을 통해 태어난 정부다. 이런 이유로 쌍용자동차 문제에 대해 손 놓고 있어선 안된다.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우선 노동자들에게 걸린 손배소를 철회하고 노동 3권을 보장해야 한다. 더 이상 노동자들이 생명을 버리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혜찬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고 김주종 조합원의 자살이 아닌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다. 우리 사회가 그를 벼랑 끝에서 떠밀었다. 종교인들도 그의 죽음에 큰 책임을 느낀다. (중략) 그를 죽음으로 몬 첫 번째 책임은 사측에 있다. 사측은 2015년 12월 전원복직에 합의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에게 희망의 끈을 잡도록 했다. 그러나 그 끈은 희망이 아닌 희망고문이었다. 고 김주종 형제는 희망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두 번째 책임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다. 회사는 회계조작으로 인한 해고가 부당하다고 외치는 노동자들을 토끼몰이식으로 진압했다. 세 번째는 양승태 대법원장이다. 법원이 2심에서 노동자들의 요구가 정당하다 판결했음에도 양승태 대법원은 박근혜 정부와 뒷거래를 하면서 판결을 조작했다. 그래서 대법원에서 사측 손을 들어주며 노동자들을 또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 양재영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종교인들은 발언에 이어 호소문을 발표했다. 아래는 호소문 중 일부다.
"내년이면 쌍용자동차 해고사태가 벌어진지 10년이 됩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10년을 넘기지 않고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에 저희 종교계를 찾아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저희의 역할을 고민하다가 올해 상반기, 이 문제의 핵심 당사자들을 만났습니다. 사측과 기업 노조, 그리고 해고노동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은 2015년 연말에 해고자 복직과정에 대한 이행사항을 합의한 세 주체였습니다. 그러나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의 복직을 이뤄내자는 약속은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아직도 그 고통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중략)
우선 정부에 호소합니다. 국민의 눈물을 멈출 수 있는 정부가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주시길 청원합니다. 사기업의 문제이기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없다는 식의 접근이어서는 안됩니다.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정부 본연의 임무입니다. 기업인 여러분들의 관심도 필요합니다.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만이 기업의 목적인 시대는 지났습니다. 사회적 영향력에 걸맞는 책임의식 안에서 기업인으로서의 소명의식을 발휘해 주시길 바랍니다. 노동계에도 보다 적극적인 지혜를 간청합니다. 동료 노동자의 아픔에 연대하는 마음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모두의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쌍용자동차 해고 문제는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종교인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해고노동자 고 김주중 조합원 분향소를 찾아 헌화했다. NCCK 측 관계자는 "3대 종단과 함께, 때론 개신교 교단 단독으로 향후 사태 추이에 따라 행동방침을 정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