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모테트합창단 공연 모습 ⓒ서울모테트합창단 |
위대한 고전주의 작곡가 하이든의 서거 200주년을 기념하는 ‘World Creation’ 프로젝트가 5월 31일 한국에서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이 프로젝트는 하이든을 기리기 위해 오스트리아 하이든 협회가 주관하는 행사로서, 서울, 비엔나, 암스테르담, 보스턴 등 세계 각지에서 하이든의 대표작 ‘천지창조’가 릴레이 공연된다.
31일 저녁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이윤국씨(한국인 최초 모차르테움 국립음대 교수)의 지휘로 중견 앙상블 ‘서울바로크합주단’과 ‘서울모테트합창단’이 총 3부, 32곡에 걸친 대작을 100분 동안 공연했다. 공연이 다 끝나고도 박수세례가 5분이 넘게 이어져 관객들이 체험한 감동의 깊이를 실감하게 했다.
<천지창조>는 하이든의 천재적인 아이디어가 가장 풍부할 때 만들어졌다. 회고록에서 그는 ‘매일같이 무릎을 꿇고 그 작품을 작곡할 수 있는 능력을 달라고 기도했다’고 밝힌다. 또 ‘천지창조를 작곡하는 동안 하나님에 대한 확신이 너무나도 충만하여, 피아노 앞에 앉기 전에 조용히 그러나 신뢰하는 마음으로 하나님을 훌륭하게 찬양하는 데 필요한 재능을 달라고 기도 드리곤 했다’고 한다. <천지창조>는 그의 천재성과 영성이 결합하여 잉태된 대작(大作)인 것이다.
하나님을 ‘창조주’라 고백하는 우리 성도들은, 삶의 순간 순간에 창조주의 손길을 느낀다. 한 점도 빠짐 없이 푸른 빛으로 물든 창공을 바라보며, 꽃내음을 맡으며, 기분 좋게 살갗을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때로는 음식을 통해 ‘천상의 맛’을 맛보며, 그렇게 오감(五感)으로 느낀다. 그런데 하나, 청각이 빠졌다. 청각을 통해 창조를 느낀다는 것은 예배 때 설교를 통해 하나님의 손길을 체험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것이다. 그것은 자연에서 들리는 ‘새소리’요, 그리고 그것을 ‘음(音)’이라는 도구를 통해 극대화한 ‘음악’을 통해서 느끼는 세계인 것이다.
서울모테트합창단 박치용 단장은 ‘음’의 깊은 세계를 설명해 낸다. ‘모든 텍스트(메시지)는 음으로 표현될 수 있는데, 그 텍스트를 극대화시키는 작업이 바로 작곡’이라고. 그러나 오늘날 많은 대중음악은 텍스트 없이 그냥 떠오르는 멜로디를 쓰기 때문에 감성적인 자극만 줄 뿐 영적인 감화를 주지 못한다. 그래서 박 단장은 하나님의 말씀을 텍스트로 작곡한 클래식 음악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하이든의 <천지창조>를 그저 하나의 음악으로 받아들이기는 너무 아깝다. 그것은 창조의 대서사시로서, 설교 강단에서는 느낄 수 없는 창조의 위용과 웅숭을 청각을 통해 체험하게 한다. 현악기의 피아니시모(아주 여린 음세기)로 시작해 모든 악기, 모든 독창자, 모든 합창단원이 포르티시모(아주 강한 음세기)로 ‘주의 영광 무궁토록 있으리라, 아멘!’이라는 가사를 연주하며 곡을 마무리할 때는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강약의 완벽한 조절을 통한 클라이맥스의 극대화가 돋보였으며, 합창과 연주 모두 선명한 화음을 잘 표현했다.
음악을 통해 영성의 깊은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는 아직도 많이 남았다. 클래식은 종교음악의 보고(寶庫)이다. 또 서울모테트합창단은 올해 창단 20주년 기념공연으로 바흐 연주(7월 2일 예술의전당), 멘델스존의 합창명곡 연주(10월 13일 성남아트센터), ‘2009 싱어롱 메시아’ 연주(12월 15일 예술의전당)을 남겨놓고 있다.
세상 속에서 피폐해진 마음을 가다듬어 줄 클래식음악을 찾아, 올해 한 번쯤 공연장을 찾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