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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조스님 단식에 대한 종교인연대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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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지유석 기자)
▲설조스님 단식 농성과 관련해 종단 개혁을 촉구하는 종교인연대 성명이 발표됐다. 개신교, 불교, 천주교 등 종교인들은 지난 23일 단식 36일째를 맞아 건강 상태가 위태로운 상황까지 내몰린 설조스님의 단식 중단을 촉구하는 한편 종단 개혁의 목소리도 냈다. 사진은 설조스님 단식 농성 모습.

설조스님 단식 농성과 관련해 종단 개혁을 촉구하는 종교인연대 성명이 발표됐다. 개신교, 불교, 천주교 등 종교인들은 지난 23일 단식 36일째를 맞아 건강 상태가 위태로운 상황까지 내몰린 설조스님의 단식 중단을 촉구하는 한편 종단 개혁의 목소리도 냈다. 아래는 성명 전문.

설조스님 단식에 대한 종교인연대 성명 전문.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령되며 백년만의 최고온도를 갈아치울 기세인 때, 우리 종교인들은 조계사 앞 공터에 텐트를 치고 36일째 단식을 하고 계신 88세 고령의 설조 스님을 생각하며 스님의 위태로운 생사를 근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며칠 전 몇몇 천주교, 개신교 이웃 종교인들이 더는 망설이기 어려워 설조 스님을 뵙고 단식 중단을 호소했을 때, 스님은 낮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자신의 죽음으로 가사상태에 빠진 조계종이 깨어날 수 있다면, 자신의 한 몸을 불쏘시개로 내놓겠습니다."라며 단호하게 거절하셨습니다. 죽음을 각오하고 단식을 이어오신지 벌써 36일째(7월 25일 기준)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고령의 단식이 회복하기 어려운 장애를 가져올 수도 어쩌면 스님이 각오하신대로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오늘날 한국 종교를자성하고 실천하기로 뜻을 함께 하기로 한 종교인들 연명으로 스님의 단식 중단과 조계종단의 자성 그리고 사회각계의 종교개혁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고자 성명서를 내기로 하였습니다.

한국 현대사는 촛불혁명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질 것입니다. 2017년 겨울 광화문 광장,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도 어김없이 매 주말 수백만의 촛불이 광장을 밝혔을 때 우리 종교인들도 너나없이 촛불을 들고 함께 행진하며 '이게 나라냐!'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외쳤습니다. 촛불혁명의 힘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의 권력을 자신의 축재 수단으로 삼았던 이명박 전 대통령마저 구속했습니다. 그리고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은 척폐청산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고자 힘쓰고 있습니다.

우리 민초들이 바라고 정치인들이 약속한 것은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 '특권과 반칙이 통하지 않는 사회', '사람이 먼저이고 사람이 사는 세상',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우리 종교인은 다시 분노의 목소리로 광야를 향해 외칩니다. '이게 종교냐!' '종교개혁 없이 사회개혁 없다!'라고. 이 땅의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종교가 한 역할이 작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그 정의로운 역사는 희미한 그림자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종교가 세속의 어둠을 물리치는 한 줄기 빛, 세상의 부패를 막는 한 줌의 소금이 되지 못할 때 이미 종교는 종교가 아니라 사업이고 기업이며 마침내 선량한 민초의 주머니를 터는 도적떼가 되고 맙니다.

우리는 종교인의 양심을 걸고 "오늘날 한국종교가 이 땅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라고 분명히 묻습니다. 우리는 얼마 전 방영된 MBC PD 수첩을 보고 한국인의 맑고 고운 정서에 지대한 역할을 해온 전통종교 불교가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는가 하는 슬픔과 분노 그리고 우리 기독교 안에도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유사한 모습이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는 반성의 마음이 교차하였습니다. 나라 안의 모든 적폐를 청산하고 완전히 새로운 나라를 만들고자 한다면 종교의 영역 또한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설조 스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국가가 종교의 교리나 신앙, 교단에 대해 간섭할 수 없다는 것이 근대 민주주의 헌법 상 정교분리의 원칙이다. 그러나 종교도 국가에 소속된 바 치외법권 지대일 수 없다. 법률을 위반한 종교인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처벌해야 한다." 우리는 이 말씀에 동의합니다.

지난 이명박, 박근혜 9년은 부패한 종교인과 정권이 결탁하여 부패한 종교권력과 국가권력이 공존공영한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그들 권력자들은 자신들을 지지하는 부패한 종교인들이 법률 위반으로 고소됐을 때 죄를 덮어주고 보호했습니다. 이 때문에 종교의 자정 기능은 무력화되고 부패한 종교인들의 권력은 막강해져 오늘날 무소불위의 힘을 갖게 되었습니다. 불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 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계종단 고위직 승려들의 도박 사건은 검찰 조사 결과 무혐의로 결론 났지만 공공연히 그 배후가 거론되었습니다. 백주대낮에 경찰이 보는 앞에서 한 스님이 납치되어 감금되고 집단 폭행을 당해 요즘도 정신병원을 다니는 사건이 있었지만 이들 폭행에 가담한 승려 중 구속된 사람은 없었습니다. 설조 스님께서 목숨을 걸고 단식을 하는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습니다.

조계종단 지도부의 성추문에 이어 횡령, 도박 등이 고발되었지만 검찰은 피의자를 소환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최근 전통사찰 방재시스템 국고보조금 횡령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었는데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합니다. 불교뿐만 아니라 종교계에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국고보조금으로 매년 지급되고 있지만,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가 이뤄졌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습니다. 정부 당국은 종교인의 양심에 맡겨두고 국고보조금의 쓰임새를 감독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면 어떤 거래가 있거나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예산의 검증없이 횡령을 막을 장치 없이 퍼주는 국고보조금이야말로 종교계의 부패를 조장하는 온상입니다. 정부가 정교분리와 종교 내 해결을 되뇌고 있을 때, 검찰이 윗선의 눈치를 보며 수사를 미루고 있을 때, 우리에게 하루하루는 설조 노스님의 얼마 남지 않은 가는 생명줄을 갉아 먹는 쥐와 같습니다. 우리는 조계종 지도부에 호소합니다. '중벼슬은 닭벼슬보다 못하다'고 여기는 불가의 정신으로 돌아오시기 바랍니다. 정부당국에 직언합니다. 노스님의 생명이 꺼졌을 때 그 분노는 당신들을 향할 것입니다. 설조 스님께 간곡히 호소합니다. 단식을 풀어 건강을 회복시고 앞장서 한국종교개혁을 이끌어주십시오. 한국 종교가 자성하고 실천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한 개신교‧불교‧천주교 종교인은 오늘 성명에 참여하며 다음과 같이 우리의 결의와 요구사항을 구호로 하여 한국 사회와 종교계 그리고 정부당국에 천명합니다. 一. 종교개혁 없이 사회개혁 없다. 촛불시민혁명 계승하여 한국종교 개혁하자! 一. 설조 스님 살려낼 길은 오직 하나 뿐이다. 조계종 지도부는 즉각 사퇴하라! 一. 이 땅에 치외법권 지대 없다. 종교인의 법률위반 엄중처벌하라! 一. 정부와 검찰은 종교계 비리 온상인 종교계 국고지원금에 대해 즉각 수사하고 감사하라!

2017년 7월 23일 설조 스님 단식 36일째를 맞아

문의) 가톨릭 지성용 신부(010-9900-3098), 개신교 김성수 목사(010-2633-3588), 불교 이희선 선생(010-4254-8065)

이지수 newspaper@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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