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민을 돕자는 종교인들의 호소가 얼어붙은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북한주민을 위한 긴급식량 20만톤의 인도적 지원과 북한경제개발기금으로 정부예산 1% 사용을 촉구하는 1백만인 국민서명 결과보고 및 전달식이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 주최로 7일 오전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다.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사회로 진행된 1백만인 국민서명 결과보고식에서는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동포들을 위한 묵념과 국민서명 과정, 굶주린 북한동포들을 담은 영상 등을 방영하며 북한주민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
특히 이날은 한지민·배종옥·김여진 씨 등 탤런트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대국민서명 과정에서 거리캠페인을 함께하기도 했던 한지민 씨는 “오늘 북한과 관련된 영상을 보니 생각보다 식량난이 더 심각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북한주민들을 위한 지원을 호소했다.
배종옥 씨와 김여진 씨는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라는 시집으로 많은 국민들을 울린 탈북시인 장진성 씨의 시 ‘우리의 밥은’과 ‘소원’을 각각 낭송했다. 김여진 씨는 시를 읊으며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기도 했다. 이들 뿐만 아니라 자리한 김명혁·김상복·최희범 목사 등도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닦았다.
김명혁 목사(한복협 회장)는 인사말을 통해, 법륜 스님(정토회 지도법사)은 경과보고를 통해 각각 북한주민들을 위한 지원의 당위성을 역설했으며, 이윤구 총재(북한결핵어린이돕기 범국민운동본부)와 정의화 국회의원(외교통상통일위원)은 ‘북한 동포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라는 메시지를 각각 전달했다. 국감 중에도 행사장을 찾은 정의화 의원은 “북한 식량난 문제를 전략적 판단으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며 “식량보다 중요한 인권은 없으므로 국회에서 대북지원을 입법으로 뒷받침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후 최희범 목사(한기총 총무)·김홍진 신부(문정동성당 주임)·김성효 교무(원불교 은혜심기본부장)·세영 스님(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김상복 목사(할렐루야교회) 등이 ‘대통령과 정부당국에 드리는 글’ 호소문을 낭독했다. 호소문에서는 △식량난으로 굶주리는 북한주민을 위해 하루빨리 긴급식량 20만톤을 지원해줄 것 △북한 경제개발을 위한 기금으로 정부예산의 1%를 적립해 사용할 것 △인내심을 갖고 남북간 화해와 다양한 교류협력을 위해 노력해줄 것 등을 정부에 호소했다.
이들은 특히 “지금 지원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며 민족의 미래를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라며 “우리가 민족의 통일을 꿈꾼다면 지금 북한경제 개발을 지원하는 것이 주민을 도와 민심을 얻는 길이 되고, 통일한국을 건설하는데 가장 경제성이 높은 효과적인 투자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우리 종교인들의 공통 관심사는 사랑과 자비를 실현하면서 계층간·민족간 화해와 평화를 이룩해 조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이라면서 “그러하기에 우리 종교인들도 남북관계에서 화해와 협력의 다리를 놓는 심부름꾼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악조건 속 1백만명 서명 받기까지
이들은 지난 정부의 ‘묻지마 대북지원’에 대한 의구심과 지난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등으로 인해 악화된 국민감정에도 꾸준히 이를 호소해 왔고, 정토회에서 지난 6월 말부터 시작한 대국민 서명에 뜻을 같이해 지난 9월부터 거리캠페인 등을 범종교적으로 벌여왔다. 종교인들의 솔선수범으로 개신교·천주교·불교·원불교 등 총 271인의 지도자들이 서명에 동참했다.
실제로 이들은 1백만명이 넘는 국민들에게 서명을 받는 동안 이같은 분위기를 많이 체험했다고 한다. 마산의 한 주부는 서명을 받으면서 “북한 돕는다는 말 하지 마라”, “배후를 조사해 봐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범종교적으로 나선지 한 달여만에 서명자는 1백만명을 돌파했고, 이날 대국민 결과보고가 끝난 뒤 서명지들을 통일부와 국회에 전달했다. 서명과 함께 24억여원이 모금돼 굶주린 북한주민들의 식량과 의약품 등에 사용된다.
기사제공: 크리스천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