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담

“인간은 공감하는 존재, 성소수자 시선에서 바라보라”

인터뷰] 무지개 퍼포먼스 참여했다 징계 당한 A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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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무지개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징계 당한 장신대 신대원 A씨. A씨는 목회 포기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심경을 전했다.

예장통합 산하 신학교인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가 학생들을 징계해 논란에 휩싸였다. 장신대는 지난 달 26일 이 학교 신학대학원생 5명에게 6개월 정학 1인, 근신 3인, 엄중 경고 1인 등의 징계조치를 취했다. 이 학생들이 5월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무지개색으로 옷을 맞춰 입고 예배에 참석했다는 게 이유였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반동성애 진영과 샬롬나비 등 일부 보수 개신교 단체들은 학생들의 행동이 "학생들의 일탈이 아니라 선지동산의 영적 근간을 흔든 것"이라면서 학교 측에 집요한 압력을 가했다.

이에 맞서 징계를 당한 학생들은 즉각 부당성을 알렸다. 장신대 동문들은 이에 화답해 징계철회를 촉구하는 온라인서명에 들어갔다. 학생들은 이어 학교 측엔 재심을 청구했다. 학생들은 재심청구가 "선례가 없는 일"이라면서도 "징계 수위를 낮추는 식의 재심은 원치 않는다"며 당당히 맞서고 있다.

이들의 입장을 보다 명확히 듣고자 징계 당한 학생들에게 인터뷰를 제의했다. 다섯 학생 중 A씨가 인터뷰에 응했다. 지난 14일 A씨와 모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A씨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우선 사태의 발단은 이른바 ‘무지개 퍼포먼스'일 것이다. 독자들을 위해 어떤 취지로 이 같은 퍼포먼스를 기획, 실행했는지 말해 달라.

우리가 처음부터 무지개 깃발을 들려고 했던 건 아니다. 처음엔 ‘함께 살자'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려고 했다. 학교 측은 ‘명성교회 세습이 우선이니까 일단 (성소수자 문제는) 기회가 닿을 때 발전시키자'며 난색을 표했다. 신대원장 H 교수가 지도했고, 우리는 이에 따랐다.

사실 난 참여자 입장이었기에 직접 지도를 받은 건 아니다. 다른 학생들이 지도를 받았고 여기에 따랐다. 피케팅 말고 다른 방법을 고민하다가 2년 전 무지개색 티셔츠를 입고 채플에 참석한 일이 떠올랐다. 당시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시도해보자고 마음 먹고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채플 당시엔 아무런 문제제기가 없었다. 그런데 다음 날, 어느 단체 대화방에서 우리 학교 학우가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우리들의 메시지가 누군가에 의해 왜곡돼어 확산됐다. 이후 학교는 집중 포화를 맞았다.

-. 징계 과정에 대해서도 말해 달라.

학교 측은 이번 일을 민감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 그래서 조사위원회, 그리고 징계위원회를 꾸렸다.

조사위 분위기는 우호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교수들은 학생들의 입장에 동의는 못하지만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보았다. 단, 예장통합 총회입장(군형법 92조6 개정안 및 동성결혼의 합법화 반대, 동성애자·옹호자 배척 결의 등 - 글쓴이)을 따를 수 있는지, 그리고 성소수자를 포용할 수 있는지 등을 물었다.

그런데 이런 입장은 다소 모순이라고 느꼈고, 그래서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사실 이 수준에서 마무리될 줄 알았다. 그러나 결국 징계위까지 가게 됐다.

-. 사상을 검증한다는 느낌은 없었나?

조사위에 불려갔을 때, 동성애에 대해 찬반을 묻는 질문을 받았다. 또 총회입장을 따르느냐는 질문도 받았다. 사상 검증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은 충분했다는 생각이다.

-. 징계 조치 이후 한 학생은 소셜 미디어에 부당성을 알렸다. 또 교단에 사과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 입장엔 변화는 없나? 혹시 교단이나 학교에서 추가 징계를 압박하지는 않았나?

입장은 그대로다. 총회입장에 따를 수도, 사과도 할 수 없다. 아직 추가 징계 이야기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성소수자, 가장 쉽게 건드릴 수 있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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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국민일보)
장신대가 반동성애 광풍에 휘말리는 모양새다. 장신대 반동성애 운동본부라는 단체는 14일 <국민일보>, <조선일보> 등에 광고를 실어 장신대에서 동성애에 우호적인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 소속 교단인 예장통합은 성소수자 의제에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번 징계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다. 왜 이런다고 보는가?

성소수자 문제가 공격하기 쉬워서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먼저 장신대는 명성교회 세습에 강력하게 반대 목소리를 냈다. 세습 찬성 쪽은 이 같은 목소리를 희석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다보니 성소수자 문제를 끄집어 낸 것 같다.

그리고 불륜(혹은 성범죄)이나 돈 문제는 목회자들이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죄이고, 실제 만연해 있다. 그래서 건드리기가 쉽지 않다. 반면 동성애는 자신들이 저지르지 않을 죄임을 뻔히 안다. 그래서 이 문제를 쉽게 건드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 반동성애 진영에서는 성서가 동성애를 죄로 규정한다며 혐오를 정당화한다. 신학생으로서 이에 동의 하는가?

다른 친구들은 모르겠다. 난 죄라고 규정하지는 않는 입장이다. 성서에 동성애에 관한 언급이 눈에 띠지만, 이는 남성끼리의 폭력적인 위계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이번 일이 아니어도, 이성간의 사랑만이 사랑이고 동성간 사랑은 사랑이 아닌지 쭉 고민했다. 동성간 사랑이 성서가 말하는 죄에 해당하는지 더 고민해 보고자 한다.

-. 반동성애 진영은 극단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섬돌향린교회를 섬기던 전도사가 연좌제를 연상시키는 비판에 걸려드는가 하면, 무지개 퍼포먼스 학생들을 비난하는 광고가 유력 일간지에 실렸다.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예수 잘 믿으라고 하고 싶다. 이들의 혐오는 성소수자를 만나지 못한데서 오는 낯섦, 두려움에서 비롯된 건 아닌가 싶다. 나 역시 성소수자를 많이 만나본 건 아니지만, 인간이라면 공감 능력이 있는 법이다.

개신교 안에서 이뤄지는 혐오, 차별, 배제 등이 성소수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생각한다면 이런 혐오의 언어들을 함부로 말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성소수자 입장에서 감정이입 해보라고 당부하고 싶다.

나 스스로도 기회가 되면 성소수자들을 많이 만나보고 싶다.

-. 한국교회, 특히 보수 개신교는 성소수자에 그야말로 ‘올인'하는 듯한 모양새다. 이 같은 방향이 옳다고 보는가? 만약 ‘아니오'라면 어떤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보는가?

우선 첫 번째 질문에 ‘예', ‘아니오'로 답한다면 절대 ‘아니오'다. 사실 나나 다른 학우들이 성소수자 문제로 주목 받고 있지만, 우리들은 성소수자를 포함해 이 시대 가장 소외당하고 억압과 차별에 시달리는 이들과 함께 교회를 이뤄나가자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 목표 하에 성서를 읽고 동아리 활동을 해나가는 중이다. 시대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자주 마련되기 바란다.

반면 교회나 신학교는 어떻게 하면 성도들을 더 많이 끌어 모아 세를 불릴까 하는데 집중한다. 이런 것들을 버리고 시대 속에서, 시대의 목소리를 내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예장통합의 경우 최대 현안은 아무래도 명성교회 세습일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수습 방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가장 바람직한 건 세습 철회다. 그러나 명성교회가 이를 단행할 것 같지는 않다. 세습을 굽히지 않겠다면 차라리 명성교회가 예장통합 교단을 떠나는 편이 낫다고 본다.

-. 끝으로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목회자의 뜻이 있어 신학교에 진학했을 텐데, 목회 포기도 염두에 두고 있는가?

우리 다섯 명은 학교와 교계로부터 깊은 상처를 받았다. 이전부터 생각했지만, 이번 일을 통해 목회를 포기하고 싶다는 고민을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여기서 도망치고 포기한다면, 이 시대의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동행하는 사람이 부족해지는 것 아니냐, 그래서 버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당장 징계를 당한 처지고, 여기에 따르지 않고 있기에 다음 학기 등록 여부도 불투명하다. 다음 달 예장통합 총회가 열릴 예정인데, 우리 명단이 총회에 올라가 목사고시에 불이익을 당할 것이란 소문도 들려온다.

일단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막다른 상황에 처한다면, 방향을 틀어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그때까지 최대한 내부에서 싸우고 싶다. 안에서의 싸움이 가망 없을 때 밖으로 나갈 것이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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