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환·김하나 목사는 회개 자숙하고 명성교회 및 공교회와 관련된 모든 직책에서 즉각 물러나라!"
"총회는 재판국을 새로 구성해 총회의 헌법해석을 기반으로 이번 사건을 재심하라!"
서울 종로5가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이 명성교회 세습을 성토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3일 오후 이곳에서는 '총회헌법수호를 위한 예장목회자대회'(아래 목회자대회)가 열렸다. 목회자대회를 찾은 목회자들의 표정에선 위기의식이 느껴졌다. 천안에서 올라온 A 목사는 기자에게 "우리 교단에서 신사참배 이후 가장 부끄러운 일이 벌어졌다"라면서 "이번 제103회 총회가 이 일을 바로잡지 못하면 우리 교단은 침몰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 같은 위기의식은 고스란히 현장 분위기로 이어졌다. 목회자대회는 1부 예배와 2부 발언의 시간으로 꾸며졌다. 1부 예배 설교는 소망교회 김지철 목사가 맡았다. 김 목사는 설교를 통해 김삼환 원로목사에게 세습을 만류했다고 털어 놓았다. 김 목사의 말이다.
"명성교회 세습에서 한국교회의 자화상을 본다. 그 중심에 영적 지도자들이 있다. 우리 목회자들이 한국교회를 침몰하게 만드는 주범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중략)
일전에 김 목사(김삼환 원로목사 - 글쓴이)를 개인적으로 만났다. 세습하지 말고, 한국교회를 위해서 돈을 주고 사람을 파송하는 식으로 사유화하지 말라고 정중히 부탁했다. 그러나 김 목사는 자신의 카리스마와 재물을 이용해 직분자들과 성도들을 조종하고 조작했다. 거룩한 공교회를 사유화하는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이는 하나님과 맘몬을 동시에 섬기는 우상숭배였다. 한국교회를 어둠의 세력에 넘겨주려 한 행위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동료 목사의 권고에도 김삼환 원로목사는 세습을 강행했다. 이에 대해 김지철 목사는 "그대로 두면 자신의 뜻대로 안되리라 여겨서 한 지역교회가 건강하고 멀쩡한 노회를 망가뜨렸다. 또 총회를 우롱하는 범죄를 범했다"고 개탄했다.
한편 명성교회 성도들이 꾸린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명정위)는 김 목사가 세습에 잘못을 느끼면서도 내부단속을 강하게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명정위 여태윤 성도는 이렇게 전했다.
"성도들은 어느 정도 잘못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아직도 문제를 찾지 못한 분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잘못을 인지했어도 교회 내 분열을 더 원치 않아 침묵하거나 하나님께서 알아서한다며 교회의 잘못을 비판하는 이들을 비난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 번은 17년 동안 봉사해온 교인을 ‘교회에 대한 인식으로 인해 다른 사람과 함께 섬기기 어렵다'며 문자 한 통으로 봉사의 자리에서 내쫓은 일이 있었다. 30년 넘게 봉사하신 분들도 문자 하나로 내보내고 있다는 제보도 들어왔다. 명성교회는 1980년도에 창립됐다. 교회역사의 산증인이고 식구인 교인을 내쫓는 게 명성교회의 현실이다."
여태윤 성도는 명성교회 내부 분위기를 전하면서 향후 한국교회 갱신에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여 성도의 말이다.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지켜본 결과 세습 자체에 대한 비판은 많지만 이런 일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미미한 편이다.
명정위는 이번 세습사태 같은 일이 재발하는 걸 원치 않는다. 이를 위해선 단순히 권징에 그치기 보다, 예장통합 교단이 새로 태어나야 한다. 진정한 회개는 변화다. UCLA 옥성득 석좌교수는 ‘대형교회가 부를 축적하는 구조를 해체하지 않으면 세습금지나 교회개혁은 불가능하다'고 역설했다. 한 개교회가 교단 전체를 흔들지 않도록 교회법을 마련하고 세상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과격하고 빠른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그 과정 가운데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명정위는 함께 그 산을 넘겠다."
총회헌법, 약자에게 손 내미는 헌법이었던가
목회자대회에서는 예장통합 교단의 자성을 촉구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영남지역을 대표해 발언에 나선 누가교회 정금교 목사는 예장통합 교단에 경종을 울렸다.
"우리가 모이면서 총회헌법 수호라는 기치를 내세웠다. 그러나 난 개인적으로 헌법 수호라는 주제가 상당히 부담스럽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지켜야 하는 교단 헌법은 어떤 정신을 담고 있는가? 과연 하나님의 공의의 법을 따르고 있는가? 죽어가는 이웃을 향해 손을 내미는 헌법이었던가? 약자를 짓밟는 사회에서 ‘아니오'라고 말하며 양심을 불러일으키는 헌법이었던가?
난 이 자리에 오면서 교단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단, 이 헌법은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하나님의 공의를 드러내주는, 가열찬 목소리를 내주는 헌법이어야 한다. 삶의 터전에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많은 이들을 위해 몸부림치는 헌법이 되어야 한다. 지난 수년간 격동기를 보낸 한국사회였지만, 그 어디에서도 우리 교단이 총회헌법의 이름으로 이 사회를 향해 방어막이 된 걸 향해 본 적이 없다. 대신 김삼환 목사는 권력과 부를 이용해, 교단을 통해 많은 활동을 했다. 제 개인에게는 참담한 일이었다."
발언에 이어 참석자들은 결의문을 낭독했다. 참석자들은 세습을 강행한 명성교회와 이런 행위에 적법 판단을 내린 총회재판국을 강하게 성토했다. 결의문 중 일부를 아래 인용한다.
"우리 목회자들은 명성교회 목회자 세습 사건이 하나님의 교회를 개인의 사기업이라 생각하는 무리들이 자행한 재산승계 작업이며 금권으로 총회의 헌법조차 정면으로 허물어뜨린 공교회 유린 사건이고, 또한 '세습'을 '승계'라 강변하며 헌법조문을 비상식적으로 해석함으로 '직접 세습'의 길을 닦은 간사한 혀들이 맘몬에 부역한 반신앙적 사건이라는 공동의 인식에 도달했다.
특히 세습을 이루기 위해 금권을 동원해 공교회와 노회와 총회를 지속적으로 짓밟아 유린해 온 사태는 우리의 인내심을 시험했고, 더 나아가 재판국은 헌법에 따른 올바른 재판을 기대하며 기도해 온 수많은 신앙인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절망감을 안겼다."
준비위측은 목회자대회를 마친 뒤 결의문을 총회에 전달했다. 목회자대회는 전반적으로 무리 없이 진행됐다. 현장엔 교계 매체는 물론 JTBC, KBS, MBC, <오마이뉴스> 등 일반 언론 취재진까지 운집했다. 그러나 참가자 발언 중간에 한 목회자가 "왜 세습 찬성 의견은 듣지 않느냐"며 고성을 지르며 소란을 피웠다. 진행요원들이 즉각 이 목회자를 외부로 안내해 큰 불상사는 없었다. 이 목회자는 B노회 은퇴목사로 알려졌다.
한편 참가자들은 오는 10일 총회장인 익산 신광교회 앞에서 명성교회 세습 철회 및 총회헌법 수호를 위해 기도하기로 마음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