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중앙총회 총회장 선거가 파행으로 치닫아 논란을 사고 있다. 예장 중앙총회는 6일 서울 월계동 중앙임마누엘센터 대강당에서 제49회 총회를 개최했다.
총대 498명 중 364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총회는 '헌법을 준행하는 임마누엘 성총회'라는 주제가 무색할 정도의 무질서한 진행으로 빈축을 샀다.
이날 총회 중요 일정 중 하나인 임원 선거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일부 총대들이 "증경총회장이 없는 만큼, 공정 선거를 위해 임시의장을 선출해서 진행하자"는 안을 제시했으나, 현 총회장 이건호 목사가 이를 거절했다.
총대들은 총회 규칙 제7조 3항(총회 임원 자격과 선출 방법의 규정), 즉 '전직 증경총회장(고문)의 추천을 받아야 하며, 고문회에서는 5인 이내의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이 같은 안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 중앙총회는 지난해 백기환 목사의 소천으로 증경총회장이 없고, 헌법에는 직전·증경 총회장 부존재시 선거 방법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는 상태다.
또 헌법 제6조(총회 회집)에는 '총회는 매년 1회 정례로 회집하되 예정한 날짜에 회장이 출석하지 못할 때는 부회장 혹은 회장이 개회하고 신 회장을 선거할 때까지 시무할 것이요, 각 총대는 서기가 천서를 접수 호명한 후부터 회원권이 있다'고 돼 있다.
이건호 총회장은 직전 혹은 증경 총회장이 아니어서 총회원들에게 임원 선출 방법을 물어야 함에도, 총대들이 제시한 임시의장 선출안을 묵살한 채 고문단을 호명하고 임시의장을 선임해 선거를 실시했다. 위 헌법 6조대로라면, 현 총회장은 신임 총회장 선출 때까지 의장 역할을 해야 하지만, 이 절차도 무시당했다.
이 같은 총회장의 행태에 총대들 대부분이 반대했다. 참석자 364명 중 과반수가 훨씬 넘는 236명이 투표를 거부한 것. 그러나 이건호 총회장은 고모 목사를 임시의장으로 호명하고, 고문단을 임명했다.
이에 총회원들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긴급동의안으로 임시의장 불신임안을 제출했으나, 집행부는 이를 무시한 채 투표를 강행했다. 총회장 후보는 고문회에서 추천한 이건호, 최영순, 김원배 목사 등 3인이었다.
이후 투표가 실시됐으나, 선거 과정에서 정확한 선거인단 숫자도 파악하지 않은 채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투표용지를 나눠줬다. 심지어 취재차 참석한 기자들에게도 투표용지를 나눠줄 정도로 선거인단에 대한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 명이 여러 장을 투표하는가 하면, 총대 아닌 이들도 투표에 동참했다.
이번 선거에 대해 한 총회원은 "초등학교 반장 선거보다 못하다"며 "얼마나 총회장이 되고 싶었으면 저렇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1차 투표 후 총대들은 거세게 항의했으며, 이건호 총회장은 "1차 투표는 무효이므로 다시 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임시의장이 "더 이상 선거 진행이 어렵다"는 이유로 1차 투표 결과로 이건호 현 총회장을 당선자로 확정지은 뒤 선거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규정대로라면 임시의장이 비상정회를 선언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 제21장 제2조에 의하면 '특별한 일로 회의 질서를 유지 할 수 없는 경우 회장이 비상 정회를 선언할 수 있다'돼 있기 때문.
총회규칙 제7조 3항(총회 임원자격과 선출 방법)에도 '정기총회에 참석한 총회대의원에서 무기명 투표로 2/3의 득표를 받아야 하며 1차 2차에서 결정이 되지 못했을 때에는 3차 투표에서 다수자가 총회장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1차 투표로 끝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이날 총회에서 이건호 총회장은 자신과 관계 있는 임원진들을 고문단으로 임명했다고 한다.
총회원들은 "개표 과정에서 한 총회원이 투표용지를 가져가는 것을 보았는데도, 고문단은 이를 일방적으로 무효표 처리하고 투표 결과를 인정했다"며 "이들은 총회장이 되기 위해 있을 수 없는 불법을 자행했고, 법과 원칙을 주장하면서 이를 어기는 것은 문제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총회장 이건호 목사는 "총회가 발전하기 위한 성장통"이라며 "화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총대들은 이번 선거에 대해 당선무효가처분 소송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