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에큐메니컬 지향’ 베리타스 창간 10주년, ‘교회중심주의’ 성찰하다

15일 10주년 기념 세미나 진행....교회 폐쇄성·남성중심주의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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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는 <베리타스> 창립 10주년 기념 세미나 '교회중심주의 성찰'이 진형됐다.

지난 15일 교회 일치를 표방하며 창간한 인터넷 신문 <베리타스>(이후 본지로 칭함)가 창간 10주년을 맞았다. 본지는 이를 기념하고자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창립 10주년 감사예배 및 '교회중심주의 성찰 - 폐쇄적 일방성에서 열린 대화주의로'를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본지 서광선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교회 언론은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 목사님들이 하시는 일들과 말씀들을 취재해서 보도하는 일만 할 뿐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의 한 모양이라고 해야 한다. 교회 언론이 하는 일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일"이라며 언론의 예언자적 역할을 당부했다.

세미나에서는 이정배 박사(현장 아카데미)와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대학교 강사인 강호숙 박사가 각각 '교회 울타리를 허물라'와 '가부장적 남성 목회자 중심주의에 대한 성찰'이란 주제로 발제했다.

한국교회, 허벅지 다친 야곱을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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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는 <베리타스> 창립 10주년 기념 세미나 '교회중심주의 성찰'이 진형된 가운데 이정배 박사가 참석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먼저 발제에 나선 이 박사는 지금의 한국교회가 처한 현실에 날선 비판을 제기했다. '영적 치매, 영적 자폐, 그리고 영적 방종'에 빠져 있다는 게 이 박사의 지적이다. 즉, 치매 현상이 자폐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방종에 허우적거리는 게 한국교회의 현실이라는 말이다. 이 박사는 특히 영적 방종을 가장 큰 적폐라고 지적한다. 이 박사의 말이다.

"신도수를 불려서 교회를 키우는 것이 모든 것 중의 모든 것이 되었다. 그래서 자폐증세가 교회에 만연하다. 치매가 자폐로 이어진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영향을 받으려 않기에 세상에 영향줄 생각조차 없다. 세상 속에서 세상 밖을 사는 것이 교회의 존재이유일 것인데 세상보다 더 세속적이고 속물적이다. 37만원 땅이 기도하여 370만원 땅으로 되는 것을 축복으로 여겼고 MB(이명박 대통령의 별명 - 글쓴이)에게 자기 욕망을 투사하여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MB를 축복한 교회나 만연된 교회세습은 자폐증의 증세들이다. 영적 방종은 교회의 가 장 큰 적폐일 것이다. 치매와 자폐의 귀결이 바로 방종인 탓이다. 성서는 하느님의 영을 훼방하는 것 을 가장 큰 죄악이라 하였다. 작금 교회는 거룩(영)의 이름을 빌어 온갖 술수를 다 부린다."

한국교회가 앓고 있는 더욱 심각한 병증은 바울이 말한 '하느님의 의'를 으뜸가치로 삼지 않은 것이다. 이런 한국교회의 처지에 대한 이 박사의 진단은 이렇다.

"하느님의 의는 예수의 하느님 나라가 그랬듯이 세상을 향한 선포 로서 ‘체제 밖의 사유'라 할 것이다. 이는 자폐증 환자를 양산하며 영적 방종에 처한 작금의 교회가 선포하는 복음(말씀)과는 동이 서에서 멀 듯 멀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세상과 더 소통할 것을 요구 하니 말이다. 하느님의 의는 기존의 것 일체를 파괴하고 전적 새로움을 추구한다. 바울은 당대의 질서였던 헬라 지혜, 유대 종교, 그리고 로마(제국)법 일체를 부정했다. (중략) 그러나 오늘의 기독교는 정작 이 말씀이 자신을 향한 경고라는 것을 잊었다."

이 박사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이 같이 진단하면서 야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야곱은 성서에 기록된바 그대로 "형의 약점을 자기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삼았고 부모를 속여 축복을 가로챌 만큼 야곱은 영리했고 지혜로웠다." 그러다 "얍복 강변에서 홀로 남아 하느님 사람과 씨름하다 환도뼈(허벅지 - 글쓴이)를 크게 다쳤다." 이후 야곱은 다리를 절 수 밖엔 없었다. 야곱의 예화가 한국교회에 어떤 시사점을 던져줄까? 이 박사의 설명이다.

"그는 예전처럼 빠르게 달릴 수 없었다. 절뚝거리며 남은 인생을 살아야만 했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애썼던 지난 삶에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그에게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하느님 얼굴이 보였고, 속였던 형 에서 의 얼굴과 아버지 얼굴이 나타난 것이다. 그가 야곱에서 이스라엘로 이름이 바뀐 것은 이를 두고 한 말이겠다. 작금의 기독교, 교회 역시 이제는 ‘절뚝거리는 야곱'의 이미지로 자신을 재구성할 필요가 한없이 크고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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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는 <베리타스> 창립 10주년 기념 세미나 '교회중심주의 성찰'이 진형됐다.

이 박사에 이어 강호숙 박사는 교회의 남성중심성을 끄집어냈다. 먼저 강 박사는 자신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교회 안에서 당했던 차별의 경험을 통해 남성중심적 시각이 교회에 만연해 있음을 인식했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이 같은 남성중심적 교회 문화는 종종 심각한 결과로 이어진다고 강 박사는 진단한다.

"보수교단에서 45년 동안 신앙생활과 신학을 하면서 내린 결론은 교회가 말하는 신앙과 신학이 너무 ‘남성 중심적'이라는 것과 기독신앙 안에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성(sexuality)의 목적을 간과하고, 오로지 ‘남성 머리론(male-headship)'에 의한 ‘남녀질서'에만 매몰 되어 여성을 차별시키고 수단화했다고 진단하게 된다. 그리고 ‘남성 머리론'의 강화는 여성에게 접 대 받으려는 왜곡된 성문화 속에서 남성 목회자들이 성을 오용, 남용하여 성범죄를 저지르기 용이한 교회구조를 초래했다고 본다."

성차별 설교, 여성에겐 ‘독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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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는 <베리타스> 창립 10주년 기념 세미나 '교회중심주의 성찰'이 진형된 가운데 강호숙 박사는 남성중심주의를 지적했다.

강 박사는 남성중심주의가 가져오는 폐단을 아래 네 가지로 정리했다. 강 박사가 정리한 폐해는 아래와 같다.

"첫째, 교회의 남성중심주의는 가부장적 성경해석으로 여성의 하나님을 거세시키며, 여성들의 실존적인 삶의 필요(need)나 임신·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험을 담지하지 못하는 복음적 불통을 야기한다. 둘째, 남성중심의 교회운영과 당회, 노회, 총회라는 의결결정조직을 ‘금녀의 공간'으로 만들어 여성을 ‘투명인간' 취급하며 차별적으로 대우한다. 셋째, 교회의 남성중심주의는 남성 목회자를 ‘신격화' 내지 맹신하게 함으로써 남성 목회자에게 성적으로 종속하게 만들며, 피해를 입은 여성을 오히려 가해자로 몰아가는 무자비성과 무책임성을 야기한다. 넷째, 한국교회의 주류는 여성을 개체존엄적 존재로 보기보다는 ‘남녀질서'에 따른 집단으로 취급하면서, 성차별과 성폭력 등 우리사회가 중요시 여기는 여성의 인권과 성평등과 같은 중대한 젠더문제들(미투운동 포함)을 외면하고 있다."

교회의 남성중심주의는 목회자들의 설교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강 박사는 목회자들이 강단에서 말하는 성차별적 설교가 여성의 삶에 가장 큰 치명타를 입힌다고 지적한다.

강 박사가 지적한 성차별적 설교란 "가부장적 성서해석으로 여성을 차이가 아닌 차별로써 제한, 배제, 비하, 희롱하면 서 성적굴욕감이나 수치심, 불평등을 유발하는 설교"를 말한다. 강 박사는 성차별적인 설교는 기원이 중세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서, 이런 설교는 복음의 근본정신마저 거스른다는 논의로까지 확장시킨다.

"남성 우월적 사고로 인한 권위를 갖고 행하는 성차별적 설교는 여성에겐 복음(福音)이 아니라, 독음(毒音)이며 폭력이다. 그리스도의 복음은 하나님과 인간과의 화해를 이룸으로써 율법이 가져온 모든 인간의 차별을 종식해 이제는 ‘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이 기독인들의 유일한 삶의 원리이자 영생의 근거가 되었다. 여기엔 인간관계의 혐오, 수직적 질서나 배제, 차별과 혐오 등 그 어떠한 공간도 허락하지 않는다."

강 박사는 이 같은 교회의 남성중심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성경적 페미니즘을 제시한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성(性)을 인간의 모든 삶 속에 적용할 수 있는 소중한 선물로 펼쳐 내기 위해서는 현 재 성에 대한 태도와 성 활동의 위기에 직면하여 성경의 원리와 인간경험의 상호작용에 근거한 성에 대한 건강하고 창의적인 신학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발제가 끝나자 논찬의 시간이 이어졌다. 먼저 박일준 박사(감신대)가 이 박사의 발제에 대한 논찬을 진행했다. 박 박사는 "담장을 허물고 문을 여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하 리더십'을 끄집어 낸다. 박 박사가 제시한 지하 리더십과 이것이 갖는 의미는 이렇다.

"대부분의 한국교회는 더 이상 창립자가 담임목사로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런 2세대 리더십의 구조 하에서 많은 교회 는 평신도 중심의 지하 리더십(underground leadership)으로 움직여 나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 본인의 느낌이다. 즉 평신도 지도자들, 장로들 중심의 리더십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평신도 리더십이 목회자 리더십보다 더 수구적이고 위계적이며 비민주적이다. 리더십의 이 부분에 대한 비판이 병행되지 않는 한, 교회개혁을 위한 교회리더십의 고찰은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다. (중략) 교회 담장을 허물라는 문구는 결코 교회의 외형적 모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적 리더십에 관한 제안이라고 여겨진다. 따라서 우 리는 이 울타리 허물기라는 제안을 더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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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는 <베리타스> 창립 10주년 기념 세미나 '교회중심주의 성찰'이 진형된 가운데 박일준 박사가 이정배 박사의 발제에 논찬을 하고 있다.

박 박사는 이어 이 박사가 제시한 '체제 밖의 사유'에 대해선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 같은 질문은 새로운 교회 공동체를 고민하는 이들이 붙잡아야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체재 바깥의 사유를 꿈꾸며, 기존 영토를 벗어나 새로운 길로 탈주해 나아가는 것이 오늘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회자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이들에게 가능할 것인가? 목회자가 되는 길이 줄곧 기존 체제로 길들이는 길인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다른 길을 꿈꾸며, 진정한 교회 공동체를 해석해 낼 것인가?"

교회의 남성중심주의, 여성의 책임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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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는 <베리타스> 창립 10주년 기념 세미나 '교회중심주의 성찰'이 진형된 가운데 김명희 박사가 논찬하고 있다.

끝으로 강 박사의 발제에 대해 김명희 서강대 종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강 박사의 의견에 더해 "여성들에게도 문제점은 없는가?"하고 반문한다. 김 연구원은 이 같이 반문한 이유를 이렇게 풀이한다.

"남성중심적 교회가 형성되고 지속되기까지 '여성들의 저항의 노력들은 없었는가?' 있었다면, 언제 어떻게 누구에 의해서 있었는지 고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노력들의 성공과 실패의 요인을 분석해 되새김질하는 일도 중요할 것이다."

김 연구원은 역으로 여성들이 남성중심주의에 편승하고 동조하는 데 적극적인 경우도 가정한다. 이 경우 역시 고찰이 필요하다. 왜일까? 김 연구원의 설명을 다시 들어보자.

"일례로, 교회 담임목사 청빙에 있어서 여성 신자들이 오히려 여성 목사를 반대한다. 뿐만 아니라 교회에서 리더의 자리와 중직도 남성에게 넘긴다. 이처럼 여성들이 교회개혁의 주체로서 참여하기보다는 남성중심적 교회에 수동적·수용적 태도를 보인다면, 그 원인과 문제점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남성중심주의의 모든 문제를 남성에게만 전가한다면, 문제해결도 남성에게 맡겨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 남성과 여성 모두가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김 연구원은 끝으로 교회의 남성중심주의가 한국사회 전반과 분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즉, 교회의 문제는 한국사회와 연관지어 다뤄야 한다는 뜻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가부장제 구조의 교회문제는 단지 교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것은 한국사회의 총체적 문제 이기도 하다. 따라서 향후 교회의 남성중심주의 문제는 한국사회와 연관 지어 다룰 필요가 있다. 한 국사회에 만연해 있는 남성중심주의 문화가 교회의 가부장적 담론에 어떤 작용을 해왔는지 탐색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페미니즘적 시민의식을 변혁하는 일은 교회와 사회 모두의 과제일 것이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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