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때부터 교회를 많이 다녔고, 또 양 회장이 오늘날에 이르게 한 아주 큰 영향을 준 목사님이 한 분 계십니다. 그분하고 오늘 제가 통화를 짧게 했는데요. 그분이 양 회장한테 또 엄청나게 ‘당신은 돈을 벌 것이다'라고 예언을 했었고...."
지난 14일 tbs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한 <셜록> 박상규 기자의 말이다. 박 기자가 말한 양 회장은 지난 2주 동안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이다. 양 회장은 직원들에 대한 폭행과 갑질 등으로 큰 충격을 줬다. 그런데 그의 행각을 최초 보도한 박 기자는 그가 기독교(개신교)인으로 젊은 시절 교회를 출석했고, 한 목사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증언한 것이다.
양 회장이 교회를 다녔다? 대한민국은 헌법으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양 회장이 교회에 다니는 건 전적으로 그의 자유다. 다만, 그의 주변에 있었다는 목사가 양 회장에게 한 예언, 즉 '돈을 벌 것이다'고 한 예언은 참으로 어이없다. 한국교회에 만연한 맘몬주의를 다시 만난 것 같아 씁쓸한 느낌도 든다.
그러나 양 회장의 신앙관이 그야말로 엽기적인 갑질행각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다소 모호하다. 물론 그의 신앙관이 썩 건전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보다 더 큰 그림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침 지난 24일 오후 SBS 탐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 양회장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아래 그알)편은 양 회장의 가려진 행적을 집중 추적했다.
이미 '그알'은 지난 7월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웹하드 불법동영상의 진실'편을 통해 웹하드 불법동영상 유통 실태와 양 회장이 배후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양 회장은 '그알' 보도 이후 상당한 불안감을 느낀 듯하다. 자신을 위디스크 전 임원이라고 소개한 김서준씨(가명)는 '그알' 취재진에게 당시 보도가 미친 파장을 이렇게 증언했다.
"회사를 흔들어 버리니까 그동안 숨겨져 있던 (양 회장의) 불법행위들이 드러나기 시작한 거에요. (경찰 수사를) 대비하는 과정에서 양진호씨와 그 다음에 유○○ 사장이라고(회사 서열) 넘버 2가 있거든요. 이 두 분이 너무 겁을 먹은 거에요. 양 회장은 국외로 나갔고, 모든 운영을 총괄했던 유○○ 사장도 사무실에 있는 책상을 다 빼버리더라고요."
김씨는 양 회장이 임원들에게 거액의 돈을 제시하며 회유한 정황도 폭로했다. 그러나 당시엔 양 회장은 경찰 수사망을 피해 나갔다. 김씨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압수수색하기 전날 압수수색이 들어온다는 것을 우리(회사 임원들)는 다 알고 있었습니다. 또 압수수색이 된 이후에도 수사 과정에서 큰 일 없이 잘 정리가 될 것 같다는 얘기들이 돌기도 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돈의 힘이었다. '그알' 취재진에 따르면 양 회장의 재산규모는 1천 억대에 이른다. 양 회장은 이 돈으로 고가의 집과 자동차, 오디오 시스템, 보이차 등을 사들였다. 직원들을 거침없이 폭행하는가 하면, 직원들에게 일본도로 닭을 내리치라고 지시하는 모습과 달리 양 회장은 고급 취미를 즐긴 셈이다. 그러나 이 돈을 모두 합쳐도 1천 억에 미치지 못한다.
'그알'은 양 회장의 자금이 법조계로 흘러 들어갔다고 의심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익숙한 이름이 등장한다. 최유정 변호사다. 부장 판사 출신으로 '정운호 법조게이트'의 주역으로 입길에 오르내렸던 바로 그 변호사 말이다. 최 변호사는 부장판사 퇴임 직후 양 회장의 이혼소송을 맡았고, 양 회장은 이 소송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어냈다. '전관예우'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실제 양 회장은 <셜록>과 <뉴스타파>의 갑질 동영상 보도로 궁지에 몰리자 구속을 피하기 위해 법조비용으로 100억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다시 내부고발자 김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양 회장이) 100억원을 써도 좋다고 지시를 했어요. 그 돈 다 못 쓰고 지금 구속됐습니다."
양 회장의 갑질 동영상이 불거진 직후 여성단체 중심으로 그의 재산이 디지털성범죄 영상을 유통해 축적한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실제 위디스크로부터 피해 당한 피해여성도 "네(양 회장)가 모르는 사람, 그런 사람들을 이용해서 뻔뻔하게 잘 사는 것 같아서"라며 그의 재산을 몰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지 사장, 전관 세워 법망 피한 양 회장
그러나 그는 이제껏 법망을 피해 다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먼저 양 회장은 여러 회사를 '거느렸지만', 서류상으로는 대표가 아니었다. 그래서 불법 행위들이 발견돼 민형사상 소송이 있었어도 그는 처벌받지 않았다. 그래서 위디스크 전직 직원 한민재씨(가명)는 이렇게 증언한다.
"대표이사들이 다 바지사장이다 보니까 다 전과자들이에요. 임원들이. 웹하드가 처벌을 안 받은 게 아니에요. 처벌은 많이 받았는데, 양진호가 안 받은 거에요."
또 경찰의 압수수색을 예상했다는 내부고발자의 증언에 비추어 볼 때, 경찰 내부의 누군가가 양 회장을 감싸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양 회장은 법망이 좁혀 들어오면 전관 변호사를 영입해 위기를 빠져 나갔다. 다시 내부고발자 김서준씨의 증언을 들어보자.
"큰 로펌에 찾아가서 해당 수사 검사의 상관이었던 변호사를 찾아냅니다. 전관이죠."
이제껏 드러난 양 회장의 갑질행각은 그야말로 엽기적이다. 그러나 그가 괴물로 진화한 게 오로지 그만의 책임일까? 양 회장은 디지털성범죄 영상물을 올리고 유통하는 데 아무런 죄의식이 없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고, 그 돈을 바탕으로 막강한 힘을 거머 쥐었다. 그리고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바지 사장을 내세웠고, 법망이 좁혀 들어왔을 때면 '전관예우'라는 일그러진 관행에 기대 빠져 나갔다. 물질적 축복만 최고로 여기는 개신교 신앙도 한 몫했다. 양 회장의 행각은 그야말로 한국 사회에 내재한 모순이 집약돼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양 회장의 출현을 막으려면 결국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 디지털성범죄 동영상을 인터넷 상에 올리고 유통하는 행위를 엄중 처벌하는 법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잘못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부가통신사업자들로 하여금 음란물 삭제나 유통을 차단할 의무를 담은 개정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사업자들이 반대하고 있어서다. 개정안에 반대하는 어느 시민단체는 '그알' 취재진에게 '표현의 자유'를 반대 이유로 들었다. 이런 식이면 어느 시점에서 제2, 제3의 양진호가 등장할 가능성은 없지 않다.
현재 양 회장은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유명 법률회사들이 여론을 의식해 변호를 꺼린다고 하지만, 여론의 관심이 줄어들면 태도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이렇게 되면 양 회장은 전관의 힘을 빌려 다시 세상으로 나올 것이다.
한편 '그알'은 양 회장의 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만약 이런 가능성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 파장은 가늠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양 회장이 구속돼 검찰에 넘어갔다고 안심하기엔 이르다. '그알' 김상중 MC는 시청자들에게 "앞으로도 양 회장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지켜볼 것"이라고 약속했다. 비단 '그알'만 아니라, 우리 사회 공동체 모두가 양 회장의 수사 및 재판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또 다른 괴물의 출현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교회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