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를 건학 이념으로 내세운 한동대학교(총장 장순흥)가 국제법률대학원(HILS) 김대옥 조교수(목사)의 재임용을 끝내 거부했다. 학교 측은 26일 김 목사에게 재임용 거부처분 통지서를 보냈다.
잠깐 앞선 과정을 살펴보자. 지난 2017년 12월 31일 학교 측은 ‘기독교 정체성에 맞지 않은 가르침으로 학생들에게 혼란을 주었다'며 김 목사의 재임용을 거부했다. 이때 학교 안팎에서는 학교 측이 김 목사를 학내 페미니스트 학술 동아리인 '들꽃'의 지도교수로 지목해 의도적으로 재임용에 탈락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김 목사는 이에 맞서 학교 측을 상대로 재임용 거부 처분 취소를 청구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아래 소청심사위)는 올해 3월 "기독교 이념이 소속 교원의 재임용 관련 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심사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김 목사의 손을 들어줬다. 소청심사위 결정 직후 김 목사는 기자에게 복직 입장을 전한 바 있었다.
그러나 학교 측의 입장은 달랐다. 학교 측이 내세운 재임용 거부 사유는 ‘정량평과 결과 미흡'이었다. 소청심사위 이후 8개월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김 목사는 이 과정을 '희망고문'이라고 표현했다. 김 목사는 28일 오전 기자에게 이 같은 입장을 전해왔다.
"지난 3월 말 소청심사결정 이후 무려 8개월이 지났다. 4월에 재심의를 개시해서 6월에 결과를 통보 한다더니, 결국 미루고 미루다 11월 말에야 결과를 통보한 것이다. 인사위는 지난 8월 말 즈음 나를 출석시켜 재심의를 가졌다. 반면 가을학기 재임용 대상자들은 모두 6월말까지 결정이 이뤄졌다. 8월 1일자로 인사위 구성원이 몇몇 교체되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들은 재심의 절차 중 최종단계인 출석일 당일에야 교체 이후 처음 모였다고 했다. 몇몇 위원들은 내용파악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러면서 사안을 신중하고 세밀하게 파악해서 공정한 결정을 내리겠다며 최종 결정을 미루더니, 3개월을 더 끌었다. 그 3개월 동안 내게 희망고문을 더 한 셈이다."
8개월의 희망고문, 결과는 ‘탈락'
이 지점에서 잠시 학교 측의 의사결정 과정을 살펴보자. 학교 측은 4월 재심의에 들어갔다. 이어 6월 업적평가위원회는 ‘정량평가 결과 미흡'이라는 결론을 냈다. 재임용 최저요건 중 교육분야에서 300점을 받아야 하는 데, 김 목사의 경우 8.28점이 모자란 291.72점을 받았다는 게 평가위의 지적이었다. 이어 8월 학교 측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업적평가위의 결론을 근거로 김 목사의 재임용 탈락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김 목사는 6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업적평가에 이의를 제기했다. 김 목사는 ▲ 업적평가위가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만한, 대학원장의 평가 근거에 관련된 규정이 없어 그 평가가 전적으로 대학원장 개인에게 맡겨져 있으며 ▲ 자신이 대학원생을 상대로 사역할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미 김 목사는 2014년 국제법률대학원으로 전보조치 되면서 강의와 설교에서 배제된 상태였다)
또 2016년 1학기에 이뤄졌던 평가에서 문제없이 통과됐었고, 이번 평가에서는 더 많은 업적을 제출했다고 항변했다. 실제 업적평가에서 김 목사는 교육분야에서 8.28점이 미달했지만, 연구 봉사분야에서는 최저요건 75점의 10배인 758점을 취득했다. 총점 역시 기준으로 제시한 375점을 훌쩍 넘긴 1,049.72을 받았다. 그러나 학교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목사는 학교 측의 평가가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사실 학교 당국은 내게 재임용을 거부할 만한 실체적 사실이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지난 번 거부처분의 사유로 제시했던 ‘정체성 문제'(기독교 이념 - 글쓴이)는 지난 소청심사에서 부당한 것으로 판결이 나서 더 이상 제기할 수 없었다. 학교 측은 과거로부터 나를 전보하고 나아가 수업을 배제해 놓고, 이제 와서 ‘수업 책임시수가 부족하니 나가라'고 말한다. 심지어 전보 시에 '전보발령으로 인한 인사 상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며 철석같이 약속을 하고서도 버젓이 재임용 거부처분을 반복했다. 이에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규정이 요구하는 충분한 업적을 제출했으나, 평가는 왜곡되었다. 향후 재규명이 필요해 보이지만, ‘업적미비'는 업적평가를 왜곡하여 만든 나를 배제하고자 하는 구실일 뿐이다."
논란의 한동대, 기독교 정신은 어디에?
한동대는 김 목사 재임용 거부뿐만 아니라, 페미니즘 강연을 열었다는 이유로 석아무개씨 등 관련 학생들에게 무기정학의 징계 처분을 내리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특히 학생 징계 과정에선 학생처장, 교목실장, 교수 등 학교 관계자들이 석씨의 성적지향을 발설하는(아웃팅) 등 인권침해 행위도 자행됐다. 이에 석씨는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첫 재판이 지난 8일 열렸다. 그런데 재판을 앞두고 개신교 관련 카페와 소셜 미디어에서는 아웃팅 행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김 목사는 자신의 재임용 탈락과 학생 징계 등 과정 전반에서 건학 이념은 실종됐다며 개탄해 했다. 김 목사의 말이다.
"지난 겨울부터 이어진 과도한 학생징계 사태는 상식을 가진 이들의 공감을 받지 못했고, 심지어 학교 법인과 몇몇 보직교수들은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를 당하는 등 분쟁에 휘말렸다. 이 과정에서 공동체는 분열됐고 많은 이들이 고통을 호소했다. 게다가 학생징계와 나에 대한 재임용 거부처분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대자보 저항을 탄압하고 무력화 시켰다. 그 후 모든 벽보 등에 대한 사전 검열 규정을 강화하여 학생언론을 탄압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하나님의 대학'에 어울리는 신학과 공감과 사랑과 회복의 리더십은 부재했고, 갈등 해결에 대해서는 무능하고 심지어 폭력적이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임면권자와 보직교수의 재량권은 남용되었다. 심지어 나에 대한 심사과정에서의 상상할 수 없었던 파행과 불법적인 회유까지를 동원한 리더십의 위선적 행보는 오히려 ‘하나님의 대학'이란 정체성에 반하는 것들이었다."
김 목사는 그러면서 "스스로 기독교 대학임을 주장하며 교육하는 이들답게, 이 사안도 기독교적으로 다루기를 바란다. 이 사안에 연루된 거짓과 위선, 불법과 불의, 부정과 폭력행위를 중단하고, 속히 사과와 함께 거부처분을 철회하기를 권한다"고 밝혔다.
기자는 학교측 입장을 묻고자 28일 오전 교무처장, 대외협력실 처장에게 잇달아 전화 연락을 취했으나 모두 자리를 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