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미투' 서지현 검사 "돌아보니 모든 순간에, 하느님이 함께 했습니다"

6일 NCCK 인권상 수상....NCCK "검사가 아닌 여성 서지현에게 인권상 수여"

metoo
(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미투' 운동을 촉발시켰던 서지현 검사(오른쪽)가 6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주는 인권상을 수상했다. 왼쪽은 이홍정 총무.

검찰의 권력과 위계에 의한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해 사회 각계의 미투 운동을 촉발시켰던 서지현 검사(수원지검 성남지청)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주는 인권상을 수상했다. NCCK 인권센터(소장 박승렬 목사)는 지난 1987년부터 우리 사회의 인권증진과 민주 발전에 기여한 개인 혹은 시민사회 단체에 인권상을 수여해 왔다. 올해는 서지현 검사와 일본에서 소수민족으로 차별 받고 있는 재일동포의 인권신장을 위해 오랫 동안 헌신해 온 사토 노부유키씨에게 수여했다.

NCCK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시상식을 진행했다. 인권센터 소장인 박승렬 목사는 서 검사를 수상자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인권보호에 앞장서는 건 현직 검사의 기본 덕목이라는 반론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서 검사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검사가 아닌, 여성 서지현에게 상을 줬다. 서 검사는 수 많은 여성들에게 힘과 용기를 부어줬고, 우리 사회가 나갈 지표를 제시했을뿐만 아니라, 그가 겪은 아픔을 위로하고 격려하고자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도 서 검사의 수상에 대해 "여성인권은 물론 우리 사회의 전반적 인권을 다시 돌아보게한 역할을 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2014년 수상한 바 있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검찰이 인권에 앞장서면 우리 사회가 많이 바뀔 것"이라고 격려했다.

사실 서 검사의 미투 고발은 개신교계에도 적잖은 고민거리를 던져줬다. 서 검사는 지난 1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가해자가 최근에 종교에 귀의를 해서 회개하고 구원을 받았다고 간증을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면서 "회개는 피해자들에게 직접해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서 검사는 수상 소감에서 "가해자의 간증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는데 상을 줄지는 몰랐다"라면서도 "더욱 뜨겁게 기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서 검사의 동의를 얻어 수상 소감 전문을 아래 싣는다.

metoo
(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미투' 운동을 촉발시켰던 서지현 검사(오른쪽)가 6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주는 인권상을 수상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에서 상을 주신다고 연락을 받았을 때 사실 좀 놀랐습니다.

저는 어느 정도 모든 종교는 통한다고 생각하는, 어떤 기독교인의 눈으로 보면 사이비 신자일 수 있고, 제가 가해자의 간증을 그렇게 노골적으로 비난했었는데, 참 너그러우신 단체구나 하고요.

고백하자면 사실 솔직히 하나님을 참 많이 원망했습니다. 당신은 정의의 하나님, 사랑의 하나님이 아니시냐고, 당신의 정의와 당신의 사랑은 도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는 것이냐고, 당신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짐만 주신다던데 왜 이토록 감당하지 못할 고통을 주시느냐고.

당신이 그렇게 자신의 죄를 알지 못하면서도 회개한다는 자를 용서하시는 분이시라면, 나는 당신을 외면하겠노라고, 당신이 하시는 모든 일에는 뜻이 있다 믿었는데 도대체 이런 불의와 고통에 당신의 어떤 뜻이 있는 것이냐고 울부짖었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저를 외면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실 것이라면 내가 직접 하겠노라고, 내가 직접 정의를 부르짖겠다고 큰소리쳤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큰 소리치고 나온 후 돌아보니 그 모든 순간에 당신이 함께 계셨습니다. 제가 고통 받을 때도, 제가 울부짖을 때도, 제가 큰 소리 칠 때도 그 모든 걸음 걸음에 제가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이끌어주신 당신이 계셨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여전히 저를 비롯하여 많은 피해자들이, 여성들이, 약자들이 고통 속에 있습니다.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만큼의 고통을 받고 있는 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뜻은 어떤 개인 혼자서 그 모든 고통을 다 감당해내라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을 함께 해주고, 그 고통을 나누어 지고, 그 고통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몫을 이 공동체에 남겨놓으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이 과분한 상은 피해자들의, 약자들의 고통을 함께 하겠다는 여러분의 뜨거운 응원이자 간절한 기도인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더욱 뜨겁게 기도하겠습니다.

당신의 정의를, 당신의 사랑을 제 입을 통해 말하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아멘.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논문소개] 탈존적 주체, 유목적 주체, 포스트휴먼 주체

이관표 박사의 논문 "미래 시대 새로운 주체 이해의 모색"은 세 명의 현대 및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의 주체 이해를 소개한다. 마르틴 하이데거, 질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가 쇠퇴하고 신학생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다"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의 신학 여정을 다룬 '한신인터뷰'가 15일 공개됐습니다. 한신인터뷰 플러스(Hanshin-In-Terview +)는 한신과 기장 각 분야에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진과 선에 쏠려 있는 개신교 전통에서 미(美)는 간과돼"

「기독교사상」 최신호의 '이달의 추천글'에 신사빈 박사(이화여대)의 글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키에르케고어와 리쾨르를 거쳐 찾아가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사회봉사를 개교회 성장 도구로 삼아온 경우 많았다"

이승열 목사가 「기독교사상」 최근호(3월)에 기고한 '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란 제목의 글에서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