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워치가 허위임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입증됐다."
서울중앙지법(형사 13단독)이 10일 테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미디어워치> 대표 고문 변희재씨에게 징역 2년형을 선고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변 고문은 2016년 12월부터 줄곧 국정농단의 실체를 알린 JTBC의 최순실 테블릿PC 보도가 조작이라는 주장을 <미디어워치>를 통해 제기해왔다.
JTBC 뉴스룸 '팩트체크'는 10일 <미디어위치>가 내놓은 기사가 563건이라고 전했다. 이틀에 한 번 꼴로 기사를 생산한 셈이다. <미디어워치>의 행위에 대해 재판부는 사뭇 준엄한 판결을 내렸다.
"피고인(변희재 고문 - 글쓴이)은 추가 보도가 사소한 부분에서 최초 보도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허위·날조·조작·거짓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JTBC가 조작 보도한다는 기사를 반복해 제시했고, 내용상 JTBC 보도 내용의 비판이나 견제 목적으로 기사를 작성했다고 보기 어렵다."
형 확정까지는 아직 두 번의 기회가 남아 있고, 상급 법원이 판단을 뒤집을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법원이 변 고문의 행위에 제동을 건 건 한편으로 다행스럽다.
하지만, 법원 판단이 다는 아니다. 변 고문의 테블릿PC 조작설은 비단 보도에 그치지 않았다. 극우 세력은 테블릿PC 조작설을 온오프를 가리지 않고 퍼뜨렸고, 심지어 JTBC 손석희 당시 보도부문 사장의 자택 앞에서까지 시위를 벌였다. 테블릿PC 조작설은 국회로까지 흘러 들어갔다. 특히 보수 자유한국당은 <미디어워치> 보도를 정치공세의 도구로 즐겨 활용했다. 결국 <미디어워치>가 테블릿PC 조작설을 생산하면, 극우세력과 보수 야당이 유통한 셈이다. (조용목 목사는 올해 3.1절 열렸던 '3.1절 자유대한민국수호 국민대회'에 또 다시 성도들을 동원하려 했다)
보수 대형교회, 가짜뉴스 ‘주요' 유통망
테블릿PC 조작설 유통 경로에서 하나 빠진 곳이 있다. 바로 보수 대형교회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임박했던 2017년 3월 1일, 서울 광화문에서는 대규모 탄핵반대 시위가 열렸다. 그런데 이때 경기도 안양의 대형교회인 은혜와진리교회 조용목 목사가 성도들을 시위에 동원했다는 정황이 <뉴스타파> 보도로 드러났다. 이 교회 성도 김가람씨(가명)는 <뉴스타파>에 이렇게 말했다.
"(조용목 목사가) 변희재닷컴의 예시를 들면서 지금 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다 조작된 것이라는 그런 설교를 한 거에요."
대형교회가 대규모 탄핵반대 시위에 신도들을 동원한 사실은 당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은혜와진리교회는 신도수가 20만에 이르며 서울, 경기를 포함해 대전·대구·원주·경주 등지는 물론 중국·싱가포르·영국 등 해외에도 지부를 둔 초대형교회다. 이런 교회가 탄핵반대 집회에 신도들을 동원한 건 예사로이 넘길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 교회가 신도들을 시위에 동원하면서 근거로 든 정보가 바로 <미디어워치>의 테블릿PC 조작설이었다. 요약하면, 목회자가 허위정보로 신도들을 동원한 셈이다.
목회자의 말이 진리는 아니다
은혜와진리교회 외에도 보수 개신교계는 종종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지목받아 왔다. 이와 관련, <한겨레>는 지난 9월 27일자 보도를 통해 가짜뉴스의 생산·유통 거점으로 이용희 가천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가 대표로 있는 '에스더기도운동'(아래 에스더 운동)을 지목했다.
이런 가짜뉴스의 생산·유통은 심각한 폐해를 미친다. 재판부는 <미디어워치> 변희재 고문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면서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이러한 행위로 인해서 사회 불신과 혼란이 확대가 됐고, 피해는 온전히 사회 전체의 몫으로 돌아갔다."
보수 개신교 교회에서, 주로 목회자의 입이나 '단톡방'을 통해 퍼지는 허위 정보 역시 사회 전체에 피해를 안긴다.
일단 법원이 테블릿PC 조작설을 허위로 판단했으니만큼, 성도들 앞에서 조작설을 진실이라고 주장한 목회자들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짊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은혜와진리교회 조용목 목사는 허위정보로 신도들을 극우집회에 동원한 데 대해 성도들과 한국 사회에 머리 숙여 사과하기 바란다.
또 하나, 성도들에게 바란다. 목회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무조건 진리는 아니다. 목회자가 진리를 선포해야 진리인 것이다. 목회자의 말을 무조건 믿기보다 스스로 진리를 찾고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지혜를 쌓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거짓 정보가 퍼지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명심하라.
"뉴스는 신뢰할 수 있는 출처에서 나옵니다. 누가 의심스러운 정보를 퍼뜨리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저작물에는 ‘출처'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인터넷사이트도 작성자, 편성책임자, 그들의 주소와 연락처가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자세한 정보가 누락되었다면, 그것은 조작된 정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특정 언론사만 보도했다면, 그것은 의심할 여지가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 심영섭 방송통신위원, "그래서 ‘가짜뉴스'를 어떻게 할 것인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