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 위원장 남재영 목사)는 17일 성명을 내고 고 김용균 씨 사망사건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비정규직 철폐 등을 촉구했다. 정평위는 이날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요구를 전했다.
정평위는 특히 고 김용균 씨가 일했던 태안서부발전과 국회를 강한 어조로 성토했다. 아래는 정평위 성명 중 일부다.
"청년 김용균의 참담한 죽음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태안화력발전소 측은 사과와 반성은 커녕 하청업체에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는 변명을 일삼는 등 책임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보장할 입법의 책임을 갖고 있는 국회는 알맹이가 빠진 산업안전법 전부개정안(일명 김용균법)을 통과시킨 것으로 책임을 다한 듯 자화자찬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도 이 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또 다른 김용균이 될 위험에 내몰린 채 목숨을 걸고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기업과 정부, 국회의 존재의 이유가 무엇인지를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정평위는 먼저 정부에 독립적인 진상규명위원회 설치를 요구하는 한편, 국회엔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하고 안전한 노동현장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주문했다.
정평위는 이어 "청년 김용균의 꿈을 가슴으로 받아 안고 생명의 가치를 가벼이 여기며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불의한 경제질서를 끝장내기 위해 유가족 및 시민사회와 연대하며 온 힘을 다할 것"이란 입장도 내비쳤다.
아래는 정평위가 낸 성명 전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한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 힘써 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는 불의한 경제질서 가운데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故 김용균 씨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들의 바램대로 다시는 이 땅에서 억울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비정규직 철폐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가 누군가의 생명을 희생하여 생산된 것이라는 사실에 두려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꿈 많던 청년 김용균은 사람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우리 사회의 폭력성과 야만성에 의해 희생당했다. 우리 사회는 최소비용, 최대이윤이라는 미명 하에 아무런 권리도 누릴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양산했으며, 저들을 죽음의 컨베이어벨트에 올려놓고도 무관심했다. 청년 김용균은 온갖 위험 속에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내던져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의한 현실을 끝내고자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을 요구했으나 어느 누구도 응답하지 않았고, 결국 이윤 창출을 위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에 짓눌려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런데 청년 김용균의 참담한 죽음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태안화력발전소 측은 사과와 반성은 커녕 하청업체에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는 변명을 일삼는 등 책임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보장할 입법의 책임을 갖고 있는 국회는 알맹이가 빠진 산업안전법 전부개정안(일명 김용균법)을 통과시킨 것으로 책임을 다한 듯 자화자찬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도 이 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또 다른 김용균이 될 위험에 내몰린 채 목숨을 걸고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기업과 정부, 국회의 존재의 이유가 무엇인지를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유가족들은 다시는 김용균 씨와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고 모든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노동할 수 있는 상식적인 사회를 요구하고 있다. 청년 김용균의 죽음 이전에 진작 이루어졌어야 할 당연한 과제이다. 이윤 창출을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불의한 현실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생명보다 돈을 우선시하고 노동자를 대체가능한 부품으로 여기는 야만의 사슬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 이에 우리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죽음의 사슬을 끊고 안전하고 공정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유가족들과 뜻을 같이 하며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하나. 김용균 씨 사망사건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태안화력발전소는 안전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일, 사고수습에 즉각적으로 나서지 않고 지체한 일, 개인과 하청업체에 책임을 전가하는 뻔뻔한 변명을 일삼은 일,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김용균들을 위험한 작업환경으로 내몰고 있는 점 등에 대해 고인과 유가족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고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하라.
하나. 대한민국 정부는 권한이 보장된 독립적인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이 반복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며,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포함한 실질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즉각 시행하라. 유가족들의 요청대로 19일을 넘기지 말고 즉시 응답하라.
하나.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에 앞장서야 할 국회가 그 의무를 망각한 채 당리당략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며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는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하고 안전한 노동현장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라. 나아가 공공부문 전 영역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에 온 힘을 다하라.
청년 김용균은 죽음으로 비정규직 제도의 야만성을 낱낱이 폭로했다. 이제 우리 모두의 하나 된 의지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일구어 내어 청년 김용균의 꿈을 현실로 바꾸어 내야 한다. 우리는 청년 김용균의 꿈을 가슴으로 받아 안고 생명의 가치를 가벼이 여기며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불의한 경제질서를 끝장내기 위해 유가족 및 시민사회와 연대하며 온 힘을 다할 것이다.
다시 한 번 불의한 경제질서에 희생당한 故 김용균 씨와 유가족 위에 하나님의 위로가 함께 하시기를 기원한다.
2019년 1월 17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