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28일 별세했다, 향년 93세. 김복동 할머니는 암 투병으로 3주 전부터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이었다고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전했다. 발인은 2월 1일.
김복동 할머니는 1992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임을 밝힌 데 이어 1993년 유엔인권위원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임을 공개 증언한 바 있다. 김복동 할머니는 이어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위안부 피해 사실을 알리며 일본의 전쟁 범죄 사죄를 요구해왔다.
김복동 할머니는 1940년 만 14세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또 다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모(94) 할머니도 노환으로 별세했다. 이 할머니는 17살에 일본 시모노세키로 끌려갔다.
한편 별세한 김복동 할머니는 지난 2016년 10월 위안부 피해 할머니 수요집회 시위 중 당시 80세인 일본 야마구치 대 철학과 교수를 지낸 엔도 토오루씨에게 전쟁 범죄 사죄를 받은 바 있다.
엔도 씨는 '사랑은 존중'이라는 마음으로 과거 일본 정부의 잘못을 사죄하기로 마음 먹고 지난해 10월 방한해 김복동 할머니를 직접 찾아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했다.
엔도씨는 수요집회에서 김복동 할머니에게 사죄를 한 뒤 제암리 학살사건이 벌어진 경기도 화성의 제암리 감리교회로 이동해 일본의 전쟁범죄를 사죄했다. 아래는 당시 엔도 씨가 낸 사죄문 전문. 전문은 대한성공회 유시경 신부가 변역했다.
사죄문
저는 일본인입니다.
일본이 과거에 한국(정확히는 조선국)의 여러분들께 셀 수 없을 잘못을 저지른 것을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하여, 일본인의 한사람으로 그것을 사죄하러 왔습니다.
첫째, 여러분의 나라를 우리나라(일본)의 '식민지'로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만약 반대의 입장이었다면, 우리는 얼마나 깊은 굴욕을 느껴왔을 것일지요.
또한 무수한 조선국의 사람들을 일본에 데리고 와서, 악질적인 환경에서 가혹한 노동을 강제한 것에 대해서 통한의 마음으로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수많은 분들이 모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일본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그 분들의 억울함을 생각하면, 말을 잃고 신음하게 됩니다.
더욱이 '일본군 위안부'가 되신 분들에 대해서 흐느껴 슬퍼하며 손을 모두어 사과를 드립니다. 일본인이 여성들을 지옥으로 몰아낸 이 극악무도한 행위를 생각할 때, 저는 몸이 떨립니다. 작년 12월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일 합의가 성립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일본 정부는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위안부 동상)'을 철거하도록 요구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것은 다시 한 번 일본 정부가 위안부 분(할머니)들에게 진실로 사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고 느낍니다.
사실 한국의 위안부 지원 재단이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에게 사죄 편지를 쓰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아베 총리는 10월3일 국회 회의 중에 "우리는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라고 답한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평화의 소녀상(위안부 동상)'은 일본이 철거를 요구할 성격의 사안이 아닙니다. 일본 정부가 정말 진심으로 손을 모아 사과했을 때, 그에 대해 위안부 분들로부터 그 성의를 받아들여 철거하다고 해야 순리에 맞는 것입니다. 참으로 유감스럽게도, 일본 국민 중에도 여러 가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한편, 제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 대해, 저는, 그리고 저와 같은 생각인 이들은, 끈기 있게 이야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가운데, 저는 최소한 일본 국민이 과거에 행한 무수한 폭력과 잔학에 대해, 한 사람의 일본 국민으로서, 양심에 이끌려 이 곳 한국을 찾아뵙고, 여러분께서 겪으신 고난을 조금이라도 더 제 자신의 몸으로 받아들이도록 노력하면서, 또 일본 국민의 죄책을 제 자신의 것으로 하며, 하느님과 여러분 앞에서 손을 모아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정말,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2016년 10월 19일
엔도 토오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