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아들 잃은 엄마, 그리고 ‘입시맘’

우리 사회는 고 김용균 씨 ‘엄마’ 김미숙 씨에게 빚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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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시민대책위)
태안서부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

설날인 5일 오후 당정은 태안서부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 관련 후속 대책을 내놓았다.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진상규명위원회 구성, 재해사고 발상시 원하청을 막론하고 해당 기관장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게 후속 대책의 뼈대다. 시민대책위와 당정은 72시간에 걸친 협상 끝에 합의에 도달했다.

그동안의 시간을 돌이켜 볼 때, 이번 합의안은 아들 잃은 엄마의 호소에 힘입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지난 과정을 되짚어 보자. 고 김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아들을 잃은 뒤 장례마저 미루고 서울과 태안을 분주히 오갔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지난 해 12월 '김용균법'이라 이름 붙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김 씨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산안법이 통과되었지만, 고 김 씨의 동료들은 이 법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이들의 업무가 개정안의 ‘위험작업'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또 위험의 외주화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고 김 씨 사망사고 진상규명 등 핵심 의제에 관한 논의도 지지부진했다.

이러자 김 씨는 지난 달 22일 아들의 빈소를 서울로 옮겼다. 그리고 정부에 책임 있는 답변을 달라고 호소했다.

자식 사랑으로 포장된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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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JTBC )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주인공 한서진은 불의에 대한 침묵을 자식 사랑으로 포장한다.

지난 1일 JTBC 금토 드라마 < SKY 캐슬>이 20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 드라마는 상류층 ‘입시맘'의 일그러진 교육열을 꼬집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주인공 한서진(염정아)은 딸 예서를 서울대 의대에 합격시키고자 거액을 들여 ‘입시 코디' 김주영(김서형)을 영입한다.

김주영은 서울 의대 합격률 100%를 자랑하는 명 코디다. 그런데 그의 비결은 간단하다. 돈의 힘을 앞세워 유명 강사들을 학생 고객에게 ‘붙인다.' 경우에 따라선 학교 관계자와 내통해 시험지 빼돌려 학생 고객(?)의 내신을 끌어 올리는 게 김주영의 수법이다. 한서진은 이를 눈치 채고 격분한다. 그러나, 김주영의 부정행각을 눈감는다.

한서진이 침묵하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놀라운 건, 한서진이 이런 침묵을 자식 사랑으로 포장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침묵을 깨고 김주영의 부정을 고발하면, 당장 딸 예서에게 불이익이 간다. 그래서 한서진은 예서를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한다.

"엄마는 네 인생 포기 못해."

이 장면에서 씁쓸한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당장의 이익 때문에 더 큰 불의에 눈감는 우리 사회를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서진의 눈물은 얼핏 눈물겨운 자식 사랑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자식의 장래가 걱정됐다면 반칙 보다는 공정함을, 성적 보다는 인성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이런 맥락에서 한서진의 침묵은 어디까지나 자기 정당화일 뿐이다.(한서진은 19화에서 회심한다)

반면 고 김용균 씨의 엄마 김미숙 씨는 '더 이상 아들과 같은 죽음은 없게 해달라'고 외쳤다. 슬퍼하기에도 힘든 시간에 김 씨는 아들의 장례마저 미룬 채 서울과 태안을 오갔다. 국회의원들을 만나고, 언론사 카메라 앞에 서서 또 다른 김용균의 죽음을 막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입시맘' 한서진이 드라마 속 가상 인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서진은 자녀의 명문대 합격을 지상과제로 여기는 보통 엄마들의 표상이다. 이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입시학원가엔 입시 코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심지어 일부 학원에선 ‘스카이캐슬' 패키지도 내놓지 않았던가?

이런 점에서 볼 때, 아들 잃은 아픔을 안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헌신한 김미숙 씨에게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우리 사회, 특히 노동계는 김미숙 씨에게 큰 빚을 졌다. 어머니 김 씨와 아버지 김해기 씨는 오는 9일 미뤘던 아들의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부디 고 김 씨의 부모에게 위로와 평안이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더이상 우리 아들처럼 죽지 않게, 여기서 끝내야 합니다. 지금 나라에서는 대기업과 정치인, 정부가 힘을 합쳐서 우리 서민들을 비정규직 만들었습니다. 일자리 못 구하고, 일하더라도 용균이처럼 안 좋은 곳에서 일하게 합니다. 우리는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우리가 만들어야 합니다. 이번에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죽을 것 뻔합니다."

- 김미숙 씨, 5일 기자회견 발언 중에서

이활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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