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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A/S] 황교안 전 총리의 신앙관을 묻는다

"박 전 대통령 위해 훨씬 큰 일 했다" 발언, 정치적·신앙적으로 책임 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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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대구MBC)
황교안 전 총리가 기독CEO 모임에 이어 박영수 특검 시한 연장 불허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위한 조치임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재차 구설수에 오른 모양새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그 어려움을 당하신 것을 보고 최대한 잘 도와드리고자 했다. 실제로 (최순실씨 국정농단) 특검이 수사 진행 중일 때 특검에서 수사를 하다가 1차 수사를 마치니까 '이제 더 조사하겠다' 해서 수사 기간 연장 요청을 했다. 그 때 내가 볼 땐 수사가 다 끝났다. '그러니까 이 정도에서 끝내자'라고 해서 수사 기간 연장을 불허했다. 그것도 했는데, 지금 얘기하는(면회 신청을 거절 당했다는 등) 문제보다 훨씬 큰 일들을 한 것 아니냐."

자유한국당에 입당해 정치활동을 시작한 황교안 전 총리가 9일 경북 구미의 박정희 생가를 찾았을 때 한 말이다. 황 전 총리의 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유영하 변호사의 인터뷰 내용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유 변호사는 7일 < TV조선>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이 언젠가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만나고 싶다는 뜻을 교도소 측에 전해왔고 대통령께서 거절했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된 2017년 3월 31일부터 수차례에 걸쳐 교도소 측에 대통령의 허리가 안 좋으니 책상과 의자를 넣어달라고 부탁을 했다"며 "전직 대통령 예우를 해달라고 했지만, 반영이 되지 않았다"고 털어 놓았다.

유 변호사의 발언은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황 전 총리가 가장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들어갔다. 자유한국당 내 친박 세력에 기대고 있는 황 전 총리로서는 해명이 필요해 보였다. 이에 황 전 총리는 박영수 특검 수사시한 연장 불허가 박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한 것임을 실토한 것이다.

당시로 시간을 되돌려 보자.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하기 위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꾸려졌다. 박영수 특검은 거침이 없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부터 구속하더니 '비선 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특혜 의혹과 관련해 남궁곤 전 입학처장,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이인성 의류산업학과 교수, 류철균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를 구속기소 했다.

특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까지 수사범위를 확대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구속시켰다. 특검의 가장 큰 성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이다. 법원이 구속 영장을 한 차례 기각했지만 박영수 특검은 보강수사를 통해 마침내 구속영장을 받아냈다. 그럼에도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나 다른 의혹들을 수사하기엔 벅차 보였다.

박근혜 정권 ‘호위무사', 신앙관은 ‘글쎄'

가장 큰 문제는 수사시한이었다. 애초에 정해진 수사시한은 2017년 2월 28일이었다. 광장의 시민들은 수사시한 연장을 요구했다. 정치권도 요동쳤다.

이때 결정권자는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다. 황 전 총리는 수사시한 연장 목소리가 나올 때 마다 "(특검 연장은 수사기간 만료) 당일까지 하면 되고 통상적으로 (만료) 전날 해왔다"며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그러더니 수사시한 만료 하루 전 특검 연장 불수용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발표를 하면서 본인이 나오지 않고 홍권희 총리 공보실장을 보냈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당시 호위무사란 이미지가 강했다. 박영수 특검 수사시한 연장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을 때도, 황 전 총리가 시한 연장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황 전 총리 스스로 이 같은 조치가 박 전 대통령을 위한 조치였음을 실토한 것이다.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을 위해 박영수 특검 수사시한 연장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한 발언은 분명 정치적 책임을 져야한다.

앞서 언급했듯 논란이 한창이던 당시 정치권은 수사 시한 연장을 압박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사가 아직 불충분하다며 특검 수사 시한을 기존 보다 50일 연장하는 내용의 특검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정권자인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 이 같은 압력을 뿌리쳤으니, 그 책임은 실로 위중하다.

황 전 총리의 결정은 신앙적으로도 분명 문제가 있다. 황 전 대통령은 개신교 전도사로서, 보수 개신교로부터 신망이 두텁다. 그런데 개신교의 핵심 진리 가운데 하나는 부도덕한 정치권력을 향해 하나님의 정의를 선포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자 나단은 죽음을 무릅쓰고 절대 권력자 다윗의 잘못을 지적했다. 예수도 마찬가지다. 예수는 당시 종교 권력자인 사두가이와 바리사이와 대립각을 세웠다.

이 같은 가르침이 무색하게 황 전 총리는 국민과 정치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통령을 위한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 이쯤되면 황 전 총리가 어떤 신앙관을 가졌는지 궁금해진다.

부디 개신교, 특히 보수 개신교가 오로지 전도사란 이유만으로 황 전 총리를 지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보다, 황 전 총리가 건전한 신앙관을 가졌는지, 그가 공직에 있었을 때 개신교 신앙의 가르침에 부합하는 의사결정을 내렸는지 보다 면밀히 따져 보기 바란다.

일단 기독CEO모임이나 박영수 특검 수사시한 연장 불허 등 이제까지 드러난 황 전 총리의 행적은 개신교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황 전 총리는 자유한국당 당권은 물론 유력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사람이다. 이런 이유로 그 어느 누구보다 꼼꼼히 검증해야 한다. 이미 보수 개신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오로지 장로란 이유만으로 맹목적 지지한 탓에 세상으로부터 빈축을 산 경험이 있지 않은가?

이활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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