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서부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가 9일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지난 해 12월 11일 사고로 숨진지 62일 만이다. 고 김 씨의 발인은 9일 새벽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이어 고 김 씨가 일했던 태안화력발전소 9, 10호기에서 노제가 열렸다.
고 김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노제 내내 흐느꼈다. 김 씨는 아들의 부고를 접한 뒤 또 다른 김용균의 죽음을 막기위해 동분서주했다. 어머니의 헌신은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그럼에도 아들을 떠나보내는 어머니의 얼굴에선 이루 말 할 수 없는 슬픔이 느껴진다.
아들 잃은 어머니가 흐느끼는 와중에도 화력발전소는 발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참변이 일어난 9, 10호기는 정지됐지만 말이다. 9, 10호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 났는지 밝히는 일은 오롯이 남은 이들의 몫이다.
우리 사회는, 특히 노동계는 어머니 김 씨에게 큰 빚을 졌다.
아래에 어머니 김 씨가 남긴 발언들을 요약해 정리해 본다.
"스물 네 살 꽃다운 너의 청춘이 다 피우지도 못한 채, 나라가 정치를 제대로 못한 까닭으로 너의 삶이 무너져 버렸다는 것에 분노가 치밀어 오는구나."
- 2018년 12월 22일 1차 범국민추모제
"그러니까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일이 있기 전에는 나라가 그냥 괜찮고 살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일을 겪고 나서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 아들이 이런 식으로 죽고 나라에 어두운 면들이 너무 많고 앞으로도 이것이 시정이 안 되면 그 애들은 또다시 우리 아들들처럼 또 죽어나가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나서게 된 근본 원인은 그것이라고 봅니다."
- 2018년 12월 25일 JTBC 뉴스룸 인터뷰
"용균이가 죽기 이전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 사람들의 죽음은 조용히 묻혔어요. 그때 조용히 끝났기 때문에 우리 아들이 죽었다고 생각합니다. 용균이의 죽음으로 이번에는 나라가 좀 제대로 고쳐졌으면 좋겠어요."
- 2019년 1월 22일 시사주간지 <시사 iN > 인터뷰
"더 이상 우리 아들처럼 죽지 않게, 여기서 끝내야 합니다. 지금 나라에서는 대기업과 정치인, 정부가 힘을 합쳐서 우리 서민들을 비정규직 만들었습니다. 일자리 못 구하고, 일하더라도 용균이처럼 안 좋은 곳에서 일하게 합니다. 우리는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우리가 만들어야 합니다. 이번에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죽을 것 뻔합니다."
- 2019년 2월 5일, 기자회견
"용균아!! 너를 어쩔수없이 차가운 냉동고에 놔둘수밖에 없는 엄마가 너한테 너무 미안하고 죄스럽구나. 하지만 엄마는 너에 억울한 누명 벗어야했고 너에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해서 많은 사람들이 너를 오랫 동안 잊지않고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단다.
정부와 서부발전, 그리고 네가 소속했던 한국발전기술에서 어제 너한테 공식 사과문을 발표해서 너에 잘못이 없다는 것을 선포했단다. 아들 용균아 오늘 마지막으로 너를 보내는 날이구나.
이 엄마 너없이 어떻게 살라고 그렇게 아무말없이 가는거니, 아들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보고 싶고 만지고 싶은데 엄마는 어떻게 살지를 모르겠구나. 꽃다운 아까운 청춘 가엾어라 내 아들아 너를 보내고 싶지 않은데 어찌 보내야할지 막막하구나.
언젠가 엄마 아빠가 너에게로 가게 될 때, 그때 엄마가 두 팔 벌려 너를 꼬옥 안아주고 위로해줄께.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한다 내 아들 용균아!!"
- 2019년 2월 9일, 영결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