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용 거부, 이에 맞선 재임용 거부 처분 취소 청구. 또 다시 재임용 거부, 역시 또 다시 '재임용 거부처분 취소' 결정.
한동대학교 국제법률대학원(HILS) 김대옥 조교수(목사)가 2017년 1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겪은 일들이다.
한동대가 2017년 12월 '기독교 정체성에 맞지 않은 가르침으로 학생들에게 혼란을 주었다'는 이유로 김 목사의 재임용을 거부한 게 사태의 발단이었다. 당시 학교 안팎에서는 학교 측이 김 목사를 학내 페미니스트 학술 동아리인 '들꽃'의 지도교수로 지목해 의도적으로 재임용에 탈락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하지만 김 목사는 지도교수가 아니었고, 그 강연회와도 관련이 없었다. 이에 김 목사는 재임용 탈락에 맞서 학교 측과 싸워 나갔다. 그런데 학교 측의 태도는 사뭇 이해하기 힘들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아래 소청심사위)는 2018년 3월 김 목사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학교 측은 소청심사위 판단 직후 8개월이 지난 2018년 11월, '정량평가 결과 미흡'을 이유로 재차 재임용을 거부했다. 김 목사는 또 다시 호소했고 소청심사위는 다시 한 번 김 목사의 손을 들어줬다.
한동대는 건학 이념에 '기독교 정신'을 명시해 놓은 학교다. 학교 측 주장대로 페미니즘이 기독교 정신과 맞지 않을 수는 있다. 사실 페미니즘이나 성소수자 관련 의제는 한국은 물론 세계 기독교 교회가 고민하는 논란거리다. 심지어 이 주제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교회가 갈라서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논란은 학문적 접근으로 풀어야
이 지점에서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페미니즘과 기독교 정신의 양립 문제는 학문적 고민을 통해 풀어야 하는 문제라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오로지 페미니즘이 기독교 정신과 맞지 않는다고 선험적으로 규정하고 소속 교원을 징계하는 건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라는 말이다.
김대옥 목사 재임용 논란이 이어지는 동안 한동대는 내내 '불통'으로 일관했다. 한동대는 김 목사 재임용 거부뿐만 아니라, 페미니즘 강연을 열었다는 이유로 석아무개씨 등 관련 학생들에게 무기정학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김 목사는 2018년 11월 이 같은 심경을 남긴 바 있었다.
"지난 겨울부터 이어진 과도한 학생징계 사태는 상식을 가진 이들의 공감을 받지 못했고, 심지어 학교 법인과 몇몇 보직교수들은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를 당하는 등 분쟁에 휘말렸다. 이 과정에서 공동체는 분열됐고 많은 이들이 고통을 호소했다. 게다가 학생징계와 나에 대한 재임용 거부처분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대자보 저항을 탄압하고 무력화 시켰다.
그 후 모든 벽보 등에 대한 사전 검열 규정을 강화하여 학생언론을 탄압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하나님의 대학'에 어울리는 신학과 공감과 사랑과 회복의 리더십은 부재했고, 갈등 해결에 대해서는 무능하고 심지어 폭력적이기까지 했다."
한동대에 묻고 싶댜. 사전 검열 규정 강화를 통한 학생언론 탄압, 폭력적 방식의 갈등해결이 과연 기독교 이념에 부합하는가? 학교 측이 취한 조치가 ‘하나님의 대학'에 어울릴만한 것들이었는가?
앞서 말했지만, 페미니즘이 기독교 이념과 양립할 수 없는가 하는 고민은 학문적 접근으로 풀어야 했다. 징계나 재임용 거부 등의 강압적 조치로 풀어야 할 사안은 더더욱 아니었다.
보다 근본적으로 학교 측이 그간 취했던 행태는 건학이념으로 밝히고 있는 '기독교 이념'과 맞지 않는, 아니 이를 훼손하는 심각한 행위다.
하나님께서는 세상과 소통하고자 스스로 인간의 몸으로 이 땅에 내려왔다. 그리고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기독교 이념은 '소통'과 맞닿아 있는 셈이다. 이 점, 한동대가 명심하기 바란다.
한동대에 바란다. 이제 공식 절차를 통해 학교 처분이 부당했음이 확인된 만큼, 그간 보였던 완고한 자세에서 한 걸음 물러서기 바란다. 그리고 학문의 전당답게 학문적 접근과 고민을 통해 논란의 원인을 풀어가기 바란다.
끝으로 김대옥 목사가 전해온 심경을 아래 그대로 옮긴다. 한동대가 이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기 바란다.
"소식을 접한 많은 지인들이 함께 기뻐해주고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어 감사하다. 특히 '졸업하기 전에 목사님의 말씀을 다시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학생들의 응원 글을 보니 가슴이 먹먹하다.
그동안 개인적으로도 힘든 시간이었지만, 무엇보다 이 문제로 고통스러워하는 졸업생들에게 민망했다. 이미 두 차례에 걸친 소청위의 결정으로 문제는 명확해졌다. 학교가 소송을 이어가는 것은 스스로의 명예만 실추시키는 소모전이 될 것이다. 학교의 정직하고 지혜로운 결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