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북한교회도 ‘한국교회’ 역사에 포함시켜야”

▲도서 '한국 기독교의 역사 III'

북한교회도 한국교회의 일부로 봐야 한다며, 북한교회 역사를 서술한 책이 출간됐다. ‘한국 기독교의 역사’ 시리즈 제3권이다.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소장 김흥수 교수)가 2권에 이어 19년 만에 3권을 출간하면서, 북한교회의 역사도 과감히 다뤘다.

이 책은 다른 책에서 쉬이 볼 수 없었던 북한교회의 초창기 역사를 다룬다. 특히 남한교회와 대등하게 이 주제를 병렬시킨 점에 눈에 띄는데, ‘남한교회와 정부 수립’ 바로 다음 주제로 ‘북한 정권 하의 기독교’를 다뤘다. 책에 따르면 소련 군정과 김일성은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신앙의 자유를 보장’했지만-1948년 헌법 제14조 ‘공민은 신앙 및 종교의식 거행의 자유를 가진다’-, 이러한 공식적인 언명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권이 수립되기 전에 많은 기독교인들이 ‘종교적, 정치, 경제적 이유 때문에 월남했다’. 정치권의 종교권 탄압이 있었다는 것.

이같이 기독교에 적대적인 분위기 속에서, 북한 교회 지도자들은 정당을 만들거나 정치단체에서 활동하며 생존을 모색한다. 1945년 9월 신의주에서 창립된 ‘기독교사회민주당’도 그 중 하나로 장로교 목사 윤하영, 이유필, 한경직 등이 ‘민주주의 정부의 수립’, ‘기독교 정신에 의한 사회개량’ 등의 기치를 내걸고 출범하였으나 윤하영과 한경직의 남하 등을 계기로 와해되었다.

오늘날 ‘조선기독교련맹’(조기련)의 전신인 ‘북한기독교도련맹’도 정부와 교회의 충돌 속에 생겨났다고 설명한다. 1946년 인민위원회 선거 때, 선거일로 정해진 11월 3일이 일요일이라는 데 기독교 지도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 이중 재건파가 사회주의 체제의 구축에 반발하여 모든 형태의 정치참여를 거부하고, 이들보다 신학적으로 온건했던 장로교 5도 연합노회도 북한당국에 5개 항의 결의문을 전달하며 거세게 반발하자, 북한 당국은 친정부적인 교회 조직의 필요성을 느끼고 1946년 북조선기독교도련맹을 조직한다. 조기련에 대해 학회는 ‘사회주의 정권에 대항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북한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조기련에 가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조기련의 친정부적 색깔을 설명한다.
 
북한교회의 초창기 역사 서술이 ‘객관적’이라면, 1970년대 이후부터 20세기 말까지 역사 서술에는 ‘관점’이 개입된다.


그 예로, 1988년 북한에 개신교 봉수교회와 천주교 장충성당이 문을 연 데 대해 ‘북한 기독교의 변화를 대외적으로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라고 평한다. ‘조기련의 도움과 참여 없이는 교회를 만들고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며’, 만들어진 것은 정치적 동기였을 터였지만 ‘일단 만들어진 교회는 교류의 장소로서뿐 아니라 성소(聖所)로서도 기능하기 시작했다’며 조기련의 종교적 기능에 대해 일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또 두 교회는 ‘6.25 전쟁 이후 가늘게 이어져온 (북한) 기독교인들의 신앙을 이어받은 소중한 장소’라고 서술한다.

문익한, 임수경, 문규현의 방북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를 내린다. 기독교인인 이들이 봉수교회와 장충성당에서 발언하거나 예배 드리는 장면이 북한의 TV를 통해 방영되면서 교회와 성당의 존재가 알려질 수 있었으며, 이들이 통일을 위해 애쓰는 모습은 북한 주민들이 기독교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북한교회에 대한 서술은, 북한에서 기독교와 주체사상이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로 마무리 된다.

이 밖에도 이 책은 해방 이후부터 20세기 말까지의 한국 기독교 역사를 세계교회사의 맥락에서 조명하고 있으며, 한국 기독교의 시련과 성장을 교회제도, 신앙양태, 신학, 그리고 다양한 선교활동에서뿐만 아니라 교회와 사회, 교회와 국가 관계의 측면에서 조명하고 있다. 북한교회를 다룬 이유에 대해 학회는 “한국 기독교 역사를 북한교회를 포함하는 한반도 전체의 기독교 역사로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초고 집필에는 김승태(세움교회), 김흥수(목원대), 류대영(한동대), 서정민(연세대), 송현강(한남대), 이덕주(감신대), 이숙진(성공회대), 이진구(호남신대), 장동민(백석대), 조이제(샘솟는교회), 한규무(광주대) 등 11명이 참여했다. 출판기념회는 13일 새문안교회에서 열렸다.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14,000원, 3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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