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금지법 규정을 쉽게 풀이하면, 개척교회를 하고 있을 때는 힘들고 어려우니까 아들에게 줘도 되고, 개척교회가 커져서 대형 교회가 되면 너희 아들에게 줄 수 없다는 의미다.
교회가 크면 내놓으라 하고, 교회가 작으면 너 가져도 좋다는 막말이자 어처구니없는 등식이다.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삭제해야 한다."
4일 예장통합정체성과교회수호연대(예정연, 최경구 대표회장)가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주최한 '총회를 위한 기도회 및 2차 세미나'에서 김연현 목사(구락교회)가 한 말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노골적으로 명성교회 세습을 감싸는 주장이 거침 없이 불거졌다. '세습'이란 낱말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주장도 나왔다.
장신대 소기천 교수(신약학)는 "세습이란 표현은 성경적 용어가 아닌 정치·사회적 용어다. 세습은 북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독재자에게 해당하는 내용"이라며 '계승'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어떤 말 보다 앞서 인용한 김 목사의 주장이 명성교회 세습을 감싸는 이들의 사고를 잘 드러낸다는 판단이다. 특히 김 목사의 주장은 일정 수준 정곡을 찌른다.
결론부터 말한다. 교회 크기를 막론하고 세습은 정당하지 않다. 교회가 크든 작든 담임목사 임명은 소속 교단의 공적 의사결정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
작고 어려운 교회는 세습해도 좋을까?
그러나 현실은 이 같은 원칙과 거리가 있다. 교회가 작고 사정이 열악하다는 점을 감안해 예외를 암묵적으로 인정하곤 한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해 9월 예장통합 총회가 있는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는 '헌법수호를 위한 예장목회자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목회자들은 한 목소리로 명성교회 세습을 성토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서도 ‘작은 교회 세습은 괜찮다'는 식의 인식을 가진 목회자가 없지 않았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작은 교회는 되고 큰 교회는 안 되냐?'는 식의 주장이 버젓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작은 교회 세습'에도 적지 않은 고민거리를 던져준 셈이다.
이참에 분명히 정리하고 넘어가자. 장로교단의 경우 담임목사 임명 등은 노회의 권한이다. 여기에 그 어떤 예외조항도 있어서는 안 된다. 교회 크기와 관계없이 일단, 새 담임목사 임명은 교단 공적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뒤끝'이 없어질 것이다.
또 하나, 엄청나게 크고 재정규모만 수백억에 이르는 교회에서 대물림이 이뤄지는 건 상식선에서도 납득이 어려운 일이다. 명성교회 세습을 둘러싸고 교계 언론은 물론 JTBC, KBS, <한겨레> 등 사회 주요 언론이 대서특필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럼에도 목회자 직분에 있는 자들이 그룹을 형성해선, '큰 교회라고 세습이 왜 안 되냐'는 식의 주장을 공공연히 한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을 초월한 신앙을 담고 있다. 그러나 최소한의 상식도 지키지 않는 자들에게 신앙의 신비가 열릴 여지는 없다.
그리스도교가 주로 섬기는 예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수준 훨씬 이상으로 인간미가 넘치는 분이었다. 예수의 행적을 기록한 사복음서 곳곳에서 예수는 스스로를 '사람의 아들'이라 일컫지 않았던가? 그러나 예수를 만난 이들은 그의 인간미에 감화돼 그가 하나님의 아들임을 알았다.
세상의 상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목회자들이 신앙의 신비를 어찌 선포하겠다는건지, 참으로 머리속이 혼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