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부가 사학에 대해 강도 높은 감사를 예고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뉴시스>는 10일 교육부가 사학 운영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올해 사학 종합감사를 기존 3개에서 5개로 확대하고 감사 강도를 높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정치권에서도 사학의 투명성을 높이는 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사립 학교법 개정안'은 사학 법인은 3년 동안 사학 법인이 외부 감사인을 스스로 지정해 감사를 받은 뒤 다음 2년 동안 교육부 장관이 지정한 외부 감사인에게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게 뼈대다.
현행 규정은 사학 법인이 외부 감사인을 스스로 정하도록 했다. '감사받는' 쪽이 '감사하는' 쪽을 ‘셀프'로 정하다보니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었고, 그래서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취지로 개정안이 발의된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환영할 만 하다. 그간 사학법인의 크고 작은 비리는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KBS <추적60분>, MBC < PD수첩> 등 주요 언론사 탐사 보도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였다. 사학법인 비리가 언론을 통해 불거질 때마다 사학법을 개정해 사학법인의 비리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어김 없이 이어졌다. 이런 차에 정부와 정치권이 칼을 빼든 셈이다.
새삼 주목받는 개신교계 ‘비리' 사학
사학법인 비리는 개신교와도 무관하지 않다. 이 나라 사학은 종교계, 특히 보수 개신교와 긴밀하게 얽혀 있다. 이런 이유로 지난 2005년 정부가 학교법인 임원간 친인척 비율 축소와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뼈대로 하는 사학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보수 개신교계가 반대에 적극 앞장섰다.
개신교계 사학 법인 비리는 새삼스럽지 않다. '기독교 대학'이라고 대외적으로 홍보한 평택대는 대표적인 개신교 ‘비리' 사학이다. 평택대 조기흥 총장은 여성교수, 여직원 성추행 원정도박, 족벌 운영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고, 지금은 법정 구속 상태다.
이뿐만 아니다. 교육부가 1일 횡령 등의 혐의로 서울기독대 이강평 총장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교육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 총장은 학교발전을 위한 기부금 명목으로 들어온 5만달러 중 1만5000달러(약 1760만원)를 부정 사용한 것에 대한 소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횡령 혐의가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이 총장은 2017년 "기독교인으로서 지어서는 안되는 ‘우상숭배' 죄를 범했다"는 이유로 이 학교 신학대학원 손원영 교수를 파면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손 교수는 경북 김천 개운사에서 훼불 사건이 벌어지자 불당회복을 위한 모금운동을 벌였다. 그런데 학교 측은 이런 행위가 우상숭배라며 파면한 것이다.
이 지점에서 혼란이 인다. 학교 기부금을 부정사용한 일과 불당회복을 위한 모금운동, 어느 쪽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지어서는 안 되는 우상숭배의 죄일까? 설립자가 건학이념에 성경 말씀에서 모티브를 얻은 글귀 몇 줄 써놓고 학교 돈을 쌈지돈 쓰는 것이 기독교 정신인가?
사학 법인 비리는 비단 대학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4월 30일 MBC < PD수첩>은 서울공연예술고 비리를 폭로했다. 이 학교 학생들이 증언한 학교 비리는 실로 충격적이다.
한 번은 이 학교 교장이 학생들에게 군부대 방문 공연을 진행했는데, 학생들은 십자가가 걸린 교회 무대에서 선정적인 의상을 입고 공연을 했다. 신앙인의 관점에서 납득이 가지 않는 처사다. 공연에 참여했던 한 학생 역시 비슷한 심경을 전했다.
이뿐만 아니다. 학생들은 학습 환경의 열악함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하는데, 이 학교 행정실장 집무실은 호화스럽기 그지없다.
이 학교 교장은 박재련 씨로 동숭교회 장로다. 행정실장은 박 씨의 부인이고, 박 씨 부부는 CTS 방송에 출연해 신앙간증을 하는 등 유명세를 누리기도 했다. 개신교와 사학비리의 유착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행 사학법은 사학 법인의 방패막이에 불과하다. 서울공연예술고 박재련 교장의 경우 교육부 감사에서 파면 처분을 받았지만 대법원 확정판결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사학법에 따르면 이사회가 교장 거취를 좌우하는데, 이사회가 손 놓고 있으면 교육부도 달리 방법이 없다. 비리 개신교 사학은 이런 법의 빈틈을 파고들어 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교육부가 사학 법인 감사를 강화하고, 정치권에서 사학 법인 회계투명성 강화를 담은 법안이 발의된 건 무척 환영할 만 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2005년 사학법 개정 파동 당시 보수 개신교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결탁해 이를 무산시킨 바 있다. 이 같은 전철을 되풀이해선 안된다.
개신교 일반 성도에게 바란다. 사학 비리는 적폐 중에서도 심각한 수준이고, 보수 개신교와도 밀접히 관련돼 있다. 보수 개신교계가 밥그릇 지키고자 사학법 개정 반대에 나설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평신도가 깨어 이 같은 움직임에 제동을 걸어주기 바란다. 2005년에 이어 또 다시 여론의 지탄을 받을 수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