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목사의 동성애 설교 논란에 휩싸인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가 지난 16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자신을 포함한 교회에 '좌파' 프레임이 씌워지는 것을 우려하며 자신을 둘러싼 색깔론 공세에 정면 반박했다.
이찬수 목사에 '좌파' 프레임에 씌워진 것은 지난 2016년 설교 중 언급한 고 신영복 선생 책 제목 등을 인용했기 때문. 이에 당시 설교를 되짚어 봤다는 이찬수 목사는 "수년 전 했던 설교 중에 에즈라 선지자가 보여주었던 '함께'의 정신에 대해 설교하면서 신영복 교수가 쓴 책 제목 두 개를 인용했다. '더불어 숲' '여럿이 함께 숲으로 가는 길' 이 책 제목을 소개하면서 (내가) 이렇게 말했더라"며 그가 설교 중 했던 "이런 차원에서"와 "이런 면에서"라는 말을 강조했다.
이 목사는 "두 번이나 강조했더라. '이런 차원에서' '이런 면에서' 어떤 면인가? 에즈라 선지자가 보여준 '함께'의 정신을 설교하는데, 이런 제목의 책을 내는 이런 점에서, 참 이건 존경스러운 것 아니냐는 그런 요지로, 원고에 있는 것도 아니고 툭 나온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목사는 "신영복 교수님, 그 분의 생각과 사상과 이런 데 별로 관심이 없다. 또 그 분을 호도할 이유도 존경할 이유도 없다. 이런 책 제목을, '함께'의 정신으로 제목을 쓴 것에 대해서 언급을 했더니 제가 지금 '빨갱이'가 되어 있는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울러 "지난 보수 정권 10년 동안 내내 진보 진영 사람들한테 '이찬수 목사는 보수다, 꼴통 보수다' 그런 소리에 시달렸다. 말만 하면 '꼴통 보수, 너 때문에 나라가 안 된다'는 식으로, 그렇게 10년 내내 욕을 얻어먹고 살았는데, 아니 어떻게 정부가 딱 바뀌는 순간에, 제가 뭐가 달라졌나? 제가 빨갱이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이찬수 목사의 이 같은 설교 내용이 알려지자 최초 이 목사가 신영복 선생을 예배 설교 시간에 언급한 것을 두고 문제 삼았던 이정훈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다시금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논란을 산 정 부목사의 설교에 대해 복음적이라고 한 것에 대해 실망감을 표출하며 △신영복을 존경한다고 발언한 문제의 설교, △반기독교 동성애 옹호 뉴스앤조이와의 관계 △목사님과 분당우리교회의 억울함? 등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이 목사의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이 목사는 분당우리교회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이 교수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정진영 부목사 설교 사태에 이어 자신을 '좌파목사', 분당우리교회를 '좌파교회'라는 프레임으로 가두는 공격에 대해 마음에 두려움이 컸고, 이로 인해 대응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커졌다고 설교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 목사는 이어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저와 저희교회의 부족한 점을 많이 자각했다"면서 "제 곁에는 이 교수처럼 '쓴 소리' 하실 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일에 하나님께서 개입하시기에, 이 일을 통해서 저를 성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을 믿기 때문에 조금도 억울하지 않다. 이 교수와 저는 같은 복음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기에 오해는 반드시 풀릴 것이라 믿고 있다"며 만남과 조언을 요청했다.
한편 분당우리교회는 최근 부목사의 동성애 관련 설교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해당 부목사는 동성애 비판 성도들을 '꼰대'로 표현하고 대세가 동성애 진영으로 넘어갔다고 표현했다. 이에 부목사는 지난 8일 교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설교 중 '대세는 이미 넘어갔습니다' '동성애자를 비난하는 것은 소위 꼰대들의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라는 말로 많은 분들에게 상처를 드린 것은 변명의 여지 없이 제 부족함의 결과"라고 밝히며 공개 사과한 바 있다.
분당우리교회는 예장합동 소속 교회로 해당 교단은 동성애를 강력히 반대하는 교단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교단 헌법에는 동성애자가 요청하는 집례를 거부하고 교회에서 추방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