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공중파 방송에서 목회자 성폭력·과도한 정치개입·세습 등 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고발하는 일이 잦아졌다.
MBC 시사고발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5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물밑(?) 선거운동을 고발했고, 6월엔 KBS 1TV '9시뉴스'가 사랑의교회 불법 도로점용 문제를 조명했다.
이어 9일 KBS 1TV <시사기획 창>은 '나는 폭로한다 교회 성폭력' 편을 통해 목사 성범죄를 집중 탐사했다.
방송을 보면서 혼란이 인다. 목사 성범죄 실태를 잘 모르는 일반 시청자라면 방송 내용이 충격적일 수 있다. 성폭행 가해자 목사를 두둔하는 여성 집사의 말에 할 말을 잃을 수도 있다.
방송을 못 본 독자를 위해 부연 설명을 해야겠다. <시사기획 창> 취재진은 미성년 성도를 상대로 이른바 '그루밍 성폭력'을 가한 인천 ㅅ교회 청년부 김아무개 목사 사건을 소개했다.
현재 경찰은 김 목사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과 청소년성보호법상 준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취재진은 김 목사측 입장을 듣고자 해당 교회를 찾았다.
취재에 응한 해당교회 여성 집사는 뜻밖의 해명을 내놓았다. 이 여성 집사는 '누가 봐도 연인관계'라며 가해자 목사를 감쌌다.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목사 성폭력 실태를 아는 이들이라면 방송 내용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특히 성범죄 피해자를 '꽃뱀' 등으로 매도하고, 목사 치리권을 행사해야 할 노회가 되려 가해자 목사에게 솜방망이 징계로 사건을 무마하는 관행은 이제 식상할 정도다.
방송을 보면서 한국교회에 목사 성폭력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기대해선 안된다는 생각을 한다. 괜히 한국교회를 삐딱하게 바라봐서가 아니다.
교회 온정주의, 봐주기 카르텔
<시사기획 창> 취재진은 삼일교회 전 담임목사였던 전병욱 씨를 '소환'한다. 시점을 한 번 따져보자. 사건이 처음 불거진 시점은 2010년이었다. 그로부터 9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 사이 대법원은 전 씨의 성추행이 위법행위라고 판단하고, 1억 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사회법정은 위법 사실을 인정했지만, 되려 교회 법정은 '설교 2개월 정지, 공직 정지 2년'이라는 하나마나한 징계로 매듭지었다.
9년의 시간이 흘렀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제기가 이뤄졌다. 그리고 사건 발생 7년째 되던 해에 우리나라 최고 법원이 사법적 판단을 내렸다. 그럼에도 목사 성폭력은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고 전 씨 사례와 판에 박은 듯한 양상으로 사건이 전개돼 나간다. 그리고 치리권을 행사해야 할 노회는 유야무야 사건을 묻어 버리기에 급급하다.
<시사기획 창> 취재진은 "교회의 온정주의와 봐주기 카르텔이 목사 성범죄를 가능하게 했다"고 결론지었다. 봐주기 카르텔이 깨지지 않으면 앞으로도 목사 성폭력은 또 되풀이될 것이 분명하다.
앞서 지적했듯, 교회는 목사 성폭력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 참으로 불행한 현실이지만, 목사 카르텔만 이 같은 현실을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교회는 더더욱 불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