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아래 금지법)이 시행된다. 이 법이 정의하는 '직장 내 괴롭힘'이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다.
이 법에 따라 누구든 직장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면 이를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고, 사용자는 신고를 받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았을 경우 지체 없이 사실확인을 해야 한다. 또 피해 당한 노동자에게 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은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다. 민간 공익단체인 '직장갑질 119' 박점규 운영위원은 11일 오후 KBS 1TV <오늘 밤 김제동>에 출연해 직장 내 괴롭힘이 32가지, 하루 제보 건수가 70건에 이른다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괴롭힘 유형은 폭언·폭행 등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설교영상을 볼 것을 강요하거나, 주말에 교회를 가자고 압박하는 행위도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박 운영위원은 이 같은 행위가 강요행위에 해당하며 "지위를 이용한 강요행위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신앙 강요, '좋은 믿음' 아니다
실로 고무적인 일이다. 직장에서 고위직에 있으며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진 이가 자신의 신앙을 함께 일하는 동료 직원 혹은 하급 직원에게 권하는 일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앞서 예시한대로 근무 중 부하직원을 호출해 설교영상을 보라고 한다거나, 주말 일정을 '점검'하고는 교회에 나오라고 강권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 기업 조직문화는 유난히 위계적이고 폐쇄적이다. 이런 조직문화에서 하급 직원이 경영자나 상사의 압박을 피하기 어렵다.
이뿐만 아니다. 아예 기업 창업주가 개신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전직원에게 개신교식 신앙행위를 의무화해서 '특정종교 강요' 논란이 인 경우도 없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기독교 기업'임을 내세운 이랜드다.
그러나 이제 이 같은 행위는 엄연한 직장 내 괴롭힘이고, 불법이다. 이 지점에서 목회자도 각성해야 할 것이다.
모든 교회가 다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상당수 목회자들이 추수감사절이나 부활절을 앞두고 전도주일을 선포하면서, 기업을 경영하는 신도들에게 고용하는 직원을 전도하라고 공공연히 압박하는 관행이 없지 않다.
이제 이 같은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이고, 따라서 불법이다. 정히 동료나 하급 직원에게 신앙을 전하고 싶다면,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공적인 삶에서 실천해야 할 일이다.
꼭 법이 아니더라도 직장 상사가 하급 직원에게 신앙을 강요하는 일 자체는 저급하다. 구약 39권 신약 27권 그 어디에서도 이런 식으로 전도하라는 가르침은 기록돼 있지 않다. 그러나 이 같은 저급함이 '좋은 믿음'의 징표로 여겨진 게 지금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이제 사회법이 불법으로 규정한 만큼 직장 내에서 신앙 강요 행위가 사라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