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가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의 세습 무효 판결에 불복을 선언했다. 명성교회는 6일 장로 일동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후임목사 청빙은 세습이 아닌, 성도들의 뜻을 모아 당회와 공동의회의 투표를 통한 민주적 결의를 거쳐 노회의 인준을 받은 적법한 절차"라고 주장했다.
또 "제102회기 재판국과 헌법위원회, 103회기 헌법위원회에서는 일관되게 서울동남노회의 명성교회 위임목사 청빙 결의가 적법하다는 해석을 내렸다"며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명성교회가 불복을 선언하면서 완전한 세습 철회가 이뤄지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어차피 예측 가능한 수순이었다.
무엇보다 명성교회가 총회재판국 판단을 순순이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이종순 명성교회 수석 장로는 재판국 심리가 열렸던 5일 오후 "(김하나 목사 청빙은) 성도들이 민주적으로 결정했다, 교단 법리부서에서도 위법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며 세습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 수석장로의 발언은 명성교회가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 불복을 선언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런 정황을 감안해 볼 때, 장로 일동 명의로 낸 명성교회 공식 입장이 이 수석장로의 발언 취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완전한 세습 철회를 위해선
지난 과정을 살펴보자. 총회재판국은 엄연히 교단 사법기구다. 이번에 총회재판국이 다룬 사건은 김하나 목사 위임청빙 결의 재심 사건이다.
총회재판국은 지난 해 찬성 8, 반대 7로 김하나 목사 위임청빙이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교단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제103회 총회는 9월 해당사건에 대해 재심을 결의했고, 재판국원도 전원 교체했다. 사회 법정으로 말하면 대법원이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는 말이다.
새로 꾸려진 총회재판국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5일 원심을 깨뜨렸다. 9월 제104회 총회가 임박해 있지만, 총회가 재판국의 판단을 뒤집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 경우 문제는 굉장히 심각해진다. 총회가 한 번 파기환송한 사건, 그리고 교계는 물론 전사회적인 관심이 쏠린 사건을 뒤집는다는 건 사실상 예장통합 교단이 명성교회에 예속돼 있음을 선언하는 일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총회 지도부에 당부한다. 총회 지도부는 지금껏 명성교회 불법 세습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더구나 총회가 파송한 수습전권위원회는 수습은 커녕 상황을 더욱 어지럽혔다. 서울 동남노회 새임원진이 엄연히 꾸려졌음에도, 임시노회를 주도했다. 사실상 하나의 노회를 둘로 찢은 셈이다. 이 임시노회에서 명성교회 세습을 가결한 최관섭 목사가 노회장으로 뽑힌 건 실로 어이없다.
이토록 상황을 어지럽힌 근본적인 이유는 림형석 총회장 이하 현 지도부가 법과 원칙 보다는 명성교회의 영향력을 의식해 정치적 해결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명성교회 신도수가 10만이고, 세계 최대 규모를 지녔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에 속한 하나의 교회다. 따라서 교단의 헌법과 최고 의사결정기구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 총회 지도부 역시 개교회가 교세를 등에 업고 교단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제껏 예장통합 교단에 세습 문제로 내홍을 겪은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았다. 명성교회가 교단의 공적 질서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이기적 목적을 달성하려 했음에도 교단이 이를 적절하게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장통합 총회 지도부와 명성교회에 엄중 경고한다. 총회재판국이 무효 결정을 내렸다고 여론의 관심이 한 풀 꺾였으리라 착각하지 말기 바란다. 어떤 중요한 의사결정이 내려졌음에도 이후 이행과정에서 간단히 무력화되는 경우를 너무 자주 봐왔기 때문이다.
이번 총회재판국의 김하나 목사 위임청빙 무효 선언까지 오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그런데 앞으로의 과정이 더 순탄치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명성교회가 이기적 욕망을 멈추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상, 완전한 세습 철회를 위한 과정을 멈출 수 없다. 더 큰 싸움은 이제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