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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뒤끝]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신의 한 수’

지소미아 종료에 일본 ‘당혹’ 미국 ‘실망’....새로운 체제 고민할 때

gsomia

(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한국 정부가 한일 갈등 와중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한국 시민사회는 반색했다. 사진은 15일 광화문에서 열린 범국민촛불문화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아래 지소미아)이 종료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먼저 한국 정부는 22일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재개 여지는 남겨 놓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7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지소미아가 종료하는 11월 23일까지 약 3개월의 기간이 남아 있다"면서 "그 기간에 타개책을 찾아 일본의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하고 우리는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한국 정부 결정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미국 역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실망했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유감을 표시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도 현지시간 25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우리는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종료한 것에 대해 깊이 실망하고 우려한다"고 적었다.

한일 갈등 국면에서 지소미아 종료는 어느 면에서는 '신의 한 수'라는 판단이다. 일단 지소미아 종료가 당장 한일간 군사교류의 전면적 단절로 직결되는 건 아니다. 이미 한일 양국은 2009년 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국방부와 일본 자위대 간 군사교류를 활발히 하기로 합의했고, 이후 2·3급 군사기밀을 주고 받았다. 지소미아는 이 같은 정보교류를 비밀로 '보호'했을 뿐이다. 따라서 지소미아 종료는 한일간 정보교류를 2009년 이전으로 되돌린 데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래도 지소미아로 득을 본 쪽은 일본이다. 일본은 한국과 지소미아를 통해 한국으로부터 인적정보(휴민트), 영상정보, 신호정보, 전자정보를 확보했다. 북한의 안보위협을 감안해 볼 때, 일본으로선 지소미아가 북한 관련 고급정보를 얻는 통로였던 셈이다.

반면 우리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영양가' 있는 정보를 얻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JTBC 뉴스룸은 24일 "일본으로부터 북한 미사일 관련 의미 있는 정보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청와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소미아 종료는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에도 영향을 미친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원장은 2016년 11월 시사주간지 '시사iN' 기고문에서 지소미아를 체결하면 "사드 레이더뿐 아니라 한국의 자체적인 탐지 추적 정보도 미 본토의 미사일방어체제(MD)와 통합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시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마침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미국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와중에 우리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로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에서 살짝 비켜날 여지를 확보했다. 앞서 지소미아 종료가 '신의 한 수'라고 적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미 한국 시민사회는 위에 적은 이유로 지소미아 종료를 환영하고 나섰다.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선 아베규탄 시민행동 주최로 6차 아베 규탄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화제 발언을 통해 "미국이 구상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한 축에 한-미-일 군사동맹이 있었다. 우리가 이 동맹을 맺는 순간 중국과 척을 져야 했다"며 "일본 아베 정권이 한-미-일 군사동맹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구실을 제공해줬다. 이런 점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는 천우신조이자 신의 한 수"라고 평가했다.

한일 양국, 평화공존 고민하라

이제 앞으로의 과제를 고민할 차례다. 아직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8월 들어 북한 미사일 발사회수가 잦아지고 있다. 이 같은 정세를 감안해 볼 때, 일본과 군사·안보협력은 일정 수준 불가피하다.

이에 우리 정부는 한일 갈등 해소를 전제로, 일본과 다른 방식으로 군사협조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베 정권의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 구상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군사협조 체제가 이뤄지면 안 된다.

지소미아에 따라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서 작전을 펼치면서 한국으로부터 확보한 정보를 근거로 할 가능성은 열려 있었다. 기존 지소미아의 맹점은 이렇게 일본 자위대의 행동반경을 넓혀줄 것이란 우려에 있었다. 더구나 아베 정권은 처음엔 북한을, 이어 남북 화해가 진전되자 한반도 전체를 안보위협의 구실로 내세웠다. 이런 식이라면 한일 간 군사교류·협력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

마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지소미아 종료를 환영하면서 한일 양국에 "군사력에 의존하는 패권적 협력관계를 지양하고, 상호신뢰와 공동번영에 근거한 동북아시아 평화공존의 새 틀을 만들어 나갈 것"을 주문했다.

한일 군사협조 체제는 새로운 시각에서 다시 세워야 하고, 그 전제는 평화여야 한다. 이 같은 전제 없는 군사협조 체제는 성립할 수 없고 성립해서도 안 된다.

이활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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