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 동안 이 나라는 한 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두고 내전에 가까운 분열로 몸살을 앓았다. 논란은 9일 대통령이 조국 후보자를 법무부장관에 임명하면서 한 풀 꺾이는 국면으로 접어 들었다.
그런데, 이 순간 개신교에선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복음주의 운동가이며, 교회와 사회 문제에 활발히 발언해 왔던 양희송 청어람ARMC 대표의 면직 소식이었다. 그의 면직 이유는 놀랍게도 '불륜'이었다.
이 소식은 그를 알고 기억하는 이들을 '멘붕'에 이르게 했다. 그의 면직 소식이 전해진 날, 소셜미디어 타임라인에선 탄식에 가까운 글들이 쏟아져 나왔으니 충격파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사실 이 주제를 다루기에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개신교쪽 소식을 다루는 언론으로서 외면할 수는 없다. 다만, 청어람 ARMC 이사회와 구성원 모두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점, 무엇보다 그의 가족의 다친 마음이 최우선 고려사항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히 밝혀두고자 한다.
적어도 기자가 기억하는 양 전 대표는 명석했다. 그리고 우리 사회 공동체 안에서 교회의 현주소가 어느 지점에 서 있고, 앞으로 어느 지점으로 향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는 판단이다. 특히 그리스도교 신앙을 갖고 있지만 기성 교회에 나가지 않는, 이른바 '가나안' 현상을 체계화한 점은 교회는 물론 사회에서도 높이 평가할 성과라 할 만 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양 전 대표의 퇴장은 아쉽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의 불륜행각을 감싸고 싶지도 않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다만 그를 향해 날을 세우지는 않으려 한다. 그가 자신의 과오를 인정했고 청어람 측도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양 대표의 실족으로 가장 크게 상처받은 이들은 가족일 것이다. 소셜미디어 상에서도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무어라 위로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하나님께서 가족의 다친 마음을 위로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만 간절하다. 청어람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도 위로의 뜻을 전하고 싶다.
한국교회는 개혁이 필요하다. 개혁은 사람을 통해 이뤄진다. 그래서 개혁자들이 많아져야 한다. 양 전 대표처럼. 이 지점에서 의문이 인다. 개혁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말하자면, 개혁자는 전쟁터의 위생병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전투 중엔 부상자가 속출하기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위생병의 존재는 중요하다. 응급조치만 잘 취해도 한 생명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위생병이 부상당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부상당한 병사가 제때 응급처치를 받지 못해 희생자가 더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군이 일부러 인명손실을 극대화하려고 위생병만 노리는 경우도 많다.
적어도 개신교 개혁진영은 위생병 하나를 잃었다. 그의 빈자리는 곧 채워지리라고 본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교회 개혁을 꿈꾸고 활동하는 이들 스스로 다른 병사의 상처를 돌보는데 분주한 나머지 혹시 본인이 상처를 입은 것도 모르는 건 아닌지, 혹시 다른 공동체 구성원들이 개혁자 한 사람에게 너무나도 과도한 짐을 짊어지게 한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