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여를 끌어왔던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2021년 1월 김삼환 원로목사 아들 김하나 목사의 위임청빙 가능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예장통합 104회기 총회는 26일 오전 경북 포항 기쁨의교회 회무에서 이 같은 안을 담은 명성교회 수습전권위원회 수습안을 가결했다. 수습안은 이 밖에도 ▲ 명성교회 세습 무효 판결 수용 ▲ 서울동남노회 가을노회에서 김수원 목사 노회장 승계 ▲ 총회헌법 등 교회법에 의거한 고소고발 등 수습안에 대한 일체의 이의제기 금지 등을 규정했다.
수습안이 제대로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이해당사자인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동남노회 비대위, 위원장 김수원 목사)와 명성교회 측 모두 적극적인 수용의지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동남노회 비대위는 "수습안은 수습전권위가 내놓은 안을 총회가 가결한 것일 뿐"이라며 거리를 뒀다. 동남노회 비대위는 수습안이 법적으로 문제될 수 있다는 의견을 수습전권위 위원장 채영남 목사에게 냈다고도 전했다.
명성교회 측도 한편으로는 수습안 가결을 반기면서도 김수원 목사의 노회장 승계에 대해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총회 종료 직후 명성교회 이종순 수석장로는 "김수원 목사의 노회장 승계는 명성교회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측의 입장을 감안해 볼 때, 수습안이 일체의 이의제기를 금지했음에도 잡음이 이어지리라 예측이 가능하다. 더구나 총회재판국이 동남노회 비대위의 지위를 인정했음에도, 명성교회 측 장로와 이에 동조하는 노회원이 물리력을 행사한 전력이 있기에 김수원 목사의 노회장 승계가 매끄럽게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1년 전 결기, 어디로 갔나?
수습안을 둘러싼 두 이해당사자의 공방과 별개로, 예장통합 교단 목회자가 명성교회 세습을 대하는 기류가 달라졌음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불과 1년 전 만해도 예장통합 교단 목회자 사이에선 세습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다. 2018년 9월 3일 서울 종로5가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는 '총회헌법수호를 위한 예장목회자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목회자들은 세습반대에 강한 결기를 드러냈다. 이 같은 결기는 목회자대회 결의문에 잘 드러나 있다. 아래는 결의문 중 일부다.
"세습을 이루기 위해 금권을 동원해 공교회와 노회와 총회를 지속적으로 짓밟아 유린해 온 사태는 우리의 인내심을 시험했고, 더 나아가 재판국은 헌법에 따른 올바른 재판을 기대하며 기도해 온 수많은 신앙인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절망감을 안겼다."
2021년 1월 세습이 가능해졌다는 소식을 들은 이 교단 목회자는 기자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 목회자는 "한때 세습을 열렬히 반대했던 목사께서 수습안 찬성에 손을 들었다. 실로 충격이다"고 말했다.
1년 전 나왔던 결의문, 그리고 어느 목회자가 건네준 이야기를 들으며 혼란이 인다. 그래서 김태영 총회장을 비롯한 예장통합 104회기 총회, 그리고 수습안 찬성에 손을 든 920명의 총대의원에게 묻는다.
1년 전 명성교회 세습에서 느낀 절망감이 이젠 희망으로 바뀌었던가? 그래서 7명에게 사태 해결을 맡기고, 이들이 낸 안을 총회 현장에 모인 1204명 중 압도적 다수인 920명이 손을 들어 찬성한 것인가?
앞서 적었듯 수습안이 가결됐지만,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오히려 더 커지는 양상이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히 밝혀야겠다. 아무래도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예장통합 교단의 손을 떠났다는 것이다.
지난 2년 간 사태 전개과정을 볼 때 예장통합 총회 지도부는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104회기 총회에선, 교단 목회자나 장로들 역시 해결의지가 없다는 게 확연히 드러났다.
더 말할 것도 없다. 우리 사회가 나서서 교회를 대물림하려는 명성교회를 압박하고, 예장통합 교단의 무능도 동시에 바로잡아야 한다.
이 점이 명성교회 세습 논란이 우리 사회에 던져준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