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영적 공공재' 라더니....

대규모 집회 열렸는데, 문 걸어잠근 사랑의교회

candle
(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사랑의교회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는 '영적'이라는 수식어를 즐겨 붙이곤 했다. 서울 서초동 예배당을 ‘영적 공공재'라 했고, "사회법 위에 도덕법 있고 도덕법 위에 영적 제사법이 있다"는 유명한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을 무색케 하는 일이 벌어졌다. 9월의 마지막 주말인 28일 서울 서초동 일대는 촛불로 뒤덮였다.

이곳은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자리한, 그야말로 대한민국 검찰의 심장부와 같은 곳이다. 바로 이곳에서 수많은 시민이 쏟아져 나와 촛불을 치켜들고 '검찰개혁'을 외쳤다.

우리 정치에서 촛불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검찰을 직접 겨냥한 시민들의 촛불은 실로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촛불집회 바로 다음 날인 지난 달 29일 윤석렬 검찰총장이 직접 나서 입장을 밝힐 정도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사랑의교회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화장실 시설 사용을 막았다며 사랑의교회 측을 성토하고 나섰다.

대규모 집회가 열릴 때면 집회 현장 일대는 그야말로 '대란'이 일어난다. 특히 화장실은 사람들로 붐빈다.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펼쳐졌다. 이런 와중에 사랑의교회 측이 시민들의 접근을 막았다니, 원성을 살만도 하다.

사랑의교회 측은 뒤늦게 예배준비를 위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뒷맛은 개운치 않다.

사랑의교회는 건축 과정에서 관할 구청인 서초구청으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공공도로(참나리길) 점용을 두고 소송이 진행 중이다. 특히 참나리길 점용에 대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은 상태다. 그런데 1심과 2심 법원이 도로점용 허가 처분 취소 판결을 내린 바 있어, 대법원이 판단을 뒤집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법적 분쟁과 무관하게, 사랑의교회가 특혜를 받았다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다. 지하철 2호선 서초역 가운데 출구 두 곳은 바로 사랑의교회와 통한다. 지하철 역 출구가 특정 종교 시설로 통하도록 설계된 건 '관'의 입김이 아니고선 달리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런 점을 감안해 볼 때, 사랑의교회 측의 처사는 아쉬움을 남긴다. 집회 성격과 무관하게, 수십 수백만의 시민이 거리로 나왔다면 어느 정도 불편이 따르기 마련이다. 시민 불편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데 앞장섰다면 사랑의교회는 찬사를 받지 않았을까?

candle
(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지난 달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선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오는 5일 대검찰청 앞에서 다시 한 번 대규모 집회가 예고된 상태다. 검찰개혁은 시대적 과제임이 분명하고, 개신교는 물론 다른 종단 종교인도 공감하는 주제다. 교회는 정치, 이념 성향과 무관하게 시민에게 안전과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특히 건축 과정에서 특혜를 입은 사랑의교회는 더더욱 이 같은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다시 한 번 사랑의교회가 구설에 오르지 않기 바란다. 수많은 이들이 사랑의교회가 '영적 공공재' 역할을 감당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이활 luke.wycliff@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논문소개] 탈존적 주체, 유목적 주체, 포스트휴먼 주체

이관표 박사의 논문 "미래 시대 새로운 주체 이해의 모색"은 세 명의 현대 및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의 주체 이해를 소개한다. 마르틴 하이데거, 질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가 쇠퇴하고 신학생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다"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의 신학 여정을 다룬 '한신인터뷰'가 15일 공개됐습니다. 한신인터뷰 플러스(Hanshin-In-Terview +)는 한신과 기장 각 분야에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진과 선에 쏠려 있는 개신교 전통에서 미(美)는 간과돼"

「기독교사상」 최신호의 '이달의 추천글'에 신사빈 박사(이화여대)의 글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키에르케고어와 리쾨르를 거쳐 찾아가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사회봉사를 개교회 성장 도구로 삼아온 경우 많았다"

이승열 목사가 「기독교사상」 최근호(3월)에 기고한 '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란 제목의 글에서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