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있는 서울 서초대로는 그야말로 검찰 조직의 심장부다. 그런데 바로 이곳에서 세 차례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놀랍게도 촛불집회 구호는 '검찰개혁'이었다.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대규모 촛불집회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특정 정부기구, 이번 경우엔 검찰 조직을 직접 겨냥해 집회가 열린 건 무척 이례적이다.
검찰개혁 촛불집회는 처음엔 수 백명 단위로 열렸다가 9월 28일 7차 촛불집회부터 규모가 갑자기 커졌다. 이 와중에 언론은 검찰발 단독 기사를 쏟아냈고,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가족을 향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조 전 장관은 이를 의식하면서도 검찰개혁을 위한 행보를 이어나갔다. 이런 저간의 사정이 맞물리면서 집회 규모가 확대된 것이다.
대규모 집회가 열릴 때면 으레 취재진이 몰려 관련 기사를 쏟아낸다. 그런데 집회 현장을 담은 사진과 영상엔 사랑의교회가 자주 등장한다. 7차 촛불집회 땐 사랑의교회가 집회 참가자들의 화장실 사용을 불허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논란을 의식했는지 사랑의교회는 이후 열린 8차, 9차 촛불집회엔 안내 봉사자를 배치하고 집회참가자에게 시설 이용 등의 편의를 제공했다.
사랑의교회와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와는 별반 상관이 없다. 어쩌다 집회가 서초동에서 열리게 됐는데, 마침 그곳에 교회 건물이 있다 보니 현장 기록 영상에 등장한 것 외에는 큰 의미는 없다.
서초동 촛불집회, 강 건너 불구경 아니다
그러나 안심할 일 아니다. 지금 세상은 교회의 존재 의미를 묻고 있다. 서초동에 검찰개혁 촉구 촛불집회가 열리면서 보수 진영도 개천절인 3일과 한글날인 9일 광화문에서 맞대응 성격의 집회를 잇달아 열었다.
이 집회를 주도한 쪽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였다. 이를 두고 목회자의 정치행위가 옳으냐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러자 12일 열린 9차 검찰개혁 촛불집회에선 교회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먼저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연구자들이 시국선언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종교개혁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타콤교회' 양희삼 목사는 더욱 강한 수위로 검찰과 교회를 싸잡아 비판했다. 양 목사 발언 중 일부다.
"우리는 가장 힘이 세다는 검찰청과 가장 화려하다는 교회의 중간에 서 있습니다.(중략) 저 화려한 예배당에 하나님이 계신다고 생각하십니까? 진짜 하나님은 거기에 계시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지금 우리와 함께 하고 계십니다.
저 대단한 검찰청에 정의와 공평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하나님은 자기들이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이라고 착각하는 저 검사들과도 함께 하지 않으십니다."
사랑의교회는 건축과정에서의 특혜 시비로, 그리고 또 다른 대형교회인 명성교회는 세습 논란으로 세상의 지탄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회는 사회적 논란이 첨예한 시기에 오히려 특정 정파의 우군을 자처하며 국론 분열에 앞장서왔다. 앞서 든 전광훈 목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은 촛불집회의 배경으로만 등장하지만, 가까운 시점에 교회개혁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대형교회 앞마당에서 열릴 수 있다.
교회가 바로 지금 각성하지 않으면 그 시기는 더 앞 당겨질 수도 있다. 이 점을 명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