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50일 넘게 청와대 앞 장기노숙 집회에 제한을 가했다. 50일 넘게 노숙 농성 중인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아래 범투본) 집회가 직접 영향을 받게 됐다.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5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당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청와대 앞 집회를 하지 않도록 단체 주최자와 대표자에게 제한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범투본의 노숙 농성에 일정 수준 제한이 불가피해졌다. 범투본의 노숙 농성으로 인근 주민은 불편을 호소했고, 이 같은 실태는 JTBC, KBS 등 주요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노숙 농성은 외교 행사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24일 청와대에선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하싸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내외 공식환영식이 열렸다. 그런데 행사 내내 범국본의 음악소리와 마이크를 이용한 구호가 들려왔다고 <서울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청와대 측은 브루나이 국왕 내외 국빈방한 공식행사와 관련, 협조를 요청했지만 시위는 일시중단이나 고성 자제 없이 계속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더욱 심각한 건 이들의 고성으로 인해 인근 국립 맹학교의 수업까지 차질이 생긴다는 점이다. KBS는 24일 "앞이 보이지 않아 미세한 소리에도 집중해야 하는데 집회 소음에 묻혀 길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학생들이 괴로워 하는 건 하루 세 차례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확성기 집회"라면서 "국립 맹학교와 집회 장소의 거리가 불과 5백여 미터에 불과해 수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밤 10시 이후에도 노숙 시위가 이어지면서, 학교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은 잠자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실로 경악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 목사의 폭주는 이미 통제불능의 상태로 진입했다. 특히 그가 쏟아내는 언사는 차마 공식지면에 옮기기 민망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를 따르는 무리들이 인근 주민의 일상을 침해하고, 심지어 국빈방한 행사까지 영향을 미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전 목사와 추종세력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산주의자라는 확신 하에 행동한다. 이들에게 주민 고통이나 국가행사 따위는 안중에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만약 저들의 주장대로 문재인 정부가 좌파독재라면 저들은 과연 무사할까? 전 목사와 추종세력의 말만 들으면 문재인 정부의 실체는 실로 공포스럽다. 그토록 무서운 문재인 정부가 노숙 농성이 50일 넘게 민폐를 끼치고, 그것도 모자라 외교의전까지 영향을 주는 이 사태를 지켜만 보고 있을까? 정말로 독재정권 시절이라면 지금쯤 저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고 있을 것이다.
전 목사와 추종세력에게 그리스도 신앙의 원리를 근거로 한 비판은 무의미하다. 세상의 상식도 어기는 무리들이 영민한 사고가 필요한 신앙의 원리를 설명해 봐야 쇠귀에 경 읽기이기 때문이다. 개신교계가 나서주기를 바라는 것도 헛되다. 보수 개신교계 일각에선 전 목사가 '선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믿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답이 없지 않다. 그 답은 바로 법이다. 경찰은 전 목사와 관련된 고발이 모두 5건이라고 밝혔다. 내란선동 혐의로 고발된 건이 4건,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건 1건이다. 전 회장은 또 지난 달 3일 열린 개천절 집회에서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혐의도 받는 중이다.
부디 이 나라의 공권력이 저들을 강력히 다스리기 바란다. 저들에겐 법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 마침 경찰이 저들의 집회에 제한을 가하겠다니 참으로 반갑다. 앞으로 저들에 대한 압박수위를 더 높이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