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동안 이어졌던 한신대학교 학생·교수의 단식 농성이 끝났다.
지난 달 28일 연규홍 총장·학생처장 등 학교 측과 73대 총학생회 지도부·72대 총학생회 비대위 지도부·단식농성 학생 대표 등 12명은 오는 총장신임평가 논의를 위해 각각 12월 4일과 16일 예비 모임과 본모임을 갖기로 합의하면서다. 4일엔 합의대로 예비 모임이 있었다.
무엇보다 학내 공동체가 합의점을 찾고, 단식 농성을 푼데 안도감이 든다. 농성에 참여했던 학생과 교수가 속히 건강을 회복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학내 공동체가 어렵게 합의점을 찾은 만큼, 합의사행 이행에 힘을 모아주기 바라는 마음 역시 간절하다.
특히 이번 학내갈등의 궁극적 책임이 연규홍 총장에게 있는 만큼, 연 총장은 책임 있는 태도로 합의 이행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총장신임평가를 피하기 위해 이행에 미온적이면 또 다른 불상사를 불러올 것임을 연 총장은 잘 명심하기 바란다.
이제부터 진짜 본론이다. 학생, 교수가 20일 가까이 단식 농성을 이어나감에도 일부 총회 산하 기관이나 경기지역 노회 정도만 관심을 보이고 현장을 찾았을 뿐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기장, 육순종 총회장)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비단 이번뿐만 아니다.
한신대는 전임 채수일 총장이 떠나고 현 연규홍 총장이 부임했던 최근 3년 사이 크고 작은 내홍으로 몸살을 앓았다. 2017년엔 학내 공동체와 기장 동문 목회자가 기장 총회를 찾아 학내갈등에 적극 개입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총회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을 뿐, 학내 갈등엔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교단 내 전반적인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교 학생들이 집단으로 자퇴를 하고, 열흘 넘게 곡기를 끊어도 이런 식이니 한신대가 교단 목회자를 양성하는 기관인지마저 의심이 들 정도다.
학생들이 단식농성을 이어나가던 중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뜬금없이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이러자 언론은 황 대표의 단식 농성장에 몰려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중계하듯 기사화했다. 단식 농성장 주변엔 개신교인(?) 지지자가 이른 아침부터 몰려와 무릎까지 꿇고 황 대표를 위해 통성기도했다.
반면 어른이기 자처하는 총회 지도부와 선배 목회자들은 후배 학생들의 간절한 외침에 의미 있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학생들의 단식이 한 야당 정치인의 '뜬금' 단식만도 못한 무게였을까?
지난 9월 소천한 고 손규태 성공회대 명예교수는 자신의 책 <한국교회와 신학적 실존>에서 신학교 현실을 ‘낮잠'에 빗대어 개탄했다. 한신대 상황과 너무 잘 들어맞아 그대로 인용한다.
"오늘날 한국 신학은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에서 이탈된 교회를 향해 짖지 않는 개와 같아서 교회를 감시 감독하지 않고 꿈이나 꾸고 배만 채우고 낮잠만 즐기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한국의 신학자들은 미국식 자본주의의 경제논리에 기초한 '교회성장론'과 다단계 판매 전략에 기초한 구역조직과 제자훈련 프로그램으로 채색된 일부 대형교회들을 향해 '꿈꾸며 분별력을 잃고 잘 얻어먹고 지내는 벙어리 개'가 된 것은 아닌가?
신학자들은 교회를 집어삼킨 거대한 종교적 레비아단 집단들과 맘몬주의의 파도에 묻혀 침묵함으로써 배불리 얻어먹고 낮잠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