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0일, 스물 넷(당시)의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는 참변을 당했다. 고 김 씨의 죽음은 단순히 한 개인의 차원에 그치지 않았다. 고 김 씨의 죽음은 가장 낮은 고리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위험 부담이 전가되는 '위험의 외주화'가 부른 참변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두 달 동안 장례도 미루고 태안과 서울을 오가며 국회의원들을 만나고 언론사 카메라 앞에 섰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지난 해 12월 '김용균법'이라 이름 붙은 산업안전보건법(산언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고,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김용균 특조위)가 꾸려졌다. 김용균 특조위는 8월 민영화·외주화 정책이라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나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고 김 씨가 숨진 태안서부화력발전소 상황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경향신문>은 11월 21일자 1면을 지난 해 1월 1일부터 올해 9월까지 중대재해로 숨진 노동자의 이름으로 채웠다. 지면에 빼곡히 적힌 이름 사이로 가슴 아픈 헤드라인이 흘렀다.
"오늘도 3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10일, 고 김용균 씨 사망 1주기를 맞아 고인이 생전에 일했던 태안서부발전소에선 현장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에 참여한 유가족 김미숙 씨와 동료 노동자들은 '위험의 외주화 중단'을 호소하며 고 김 씨가 일했던 사무실까지 행진했다.
'위험의 위주화 중단'은 고 김 씨 사망직후 들끓었던 외침이다. 그 외침이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고인이 몸담았던 현장에 울려퍼졌다.
스물 넷 청년을 잃고도 우리 사회가 여전히 생명을 경시하고, 소중한 노동을 이윤창출의 도구로 여기는 것 같아 씁쓸하기 이를 데 없다.
덧붙이는 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는 고 김용균 씨와 관련, 5일 인권선언문에서 "우리는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님의 죽음을 기억한다. 모든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차별받지 않도록 죽음의 외주화와 불법적 하청 관행은 지금 당장 사라져야 한다"며 고인을 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