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교회와 갱신위원회(마당기도회)가 23일 6년에 걸친 갈등을 끝내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23일 오후 서울 모 호텔에서 만나 합의안에 서명했다. ▲ 법적 소송 취하 ▲ 권징 등 징계 해벌 ▲ 강남예배당 사용기간 연장 ▲ 갱신위의 강제금 반납 ▲ 오정현 목사의 회개와 언론 통한 사과 등이 합의안의 뼈대다.
이 자리에 눈에 띠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예장합동 부총회장 소강석 목사다. 교단 부총회장으로서 합의안을 서명하는 자리에 배석하는 건 어색하지 않다. 그런데 소 목사는 훨씬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갱신위 쪽과 예장합동 교단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목회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번 합의과정에 소 목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다.
익명을 요구한 A 집사는 소 목사가 올해 6월부터 중재에 나섰다고 밝혔다. 소 목사가 사랑의교회 갈등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는 게 A 집사의 주장이다.
소 목사가 중재에 나선 데에는 합동교단 내 입지 강화라는 분석이다. 소 목사는 예장개혁 출신으로 첫 부총회장직에 올랐다. 그러나 문제는 취약한 정치 기반이다. 소 목사는 합동 교단 안에서 비주류다.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가 소 목사를 '아래'로 본다는 건 교단 안에서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사랑의교회 갈등을 해결하면 소 목사의 정치적 입지가 강화될 것은 분명했다. 정황상 소 목사가 적극 나서야 할 이유는 충분한 셈이다.
갱신위 A 집사도 "합동 교단에서 내로라하는 목회자들도 관심이 없던 게 아니었다. 그러나 중재에 번번이 실패했는데, 소 목사는 협상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만약 이번 합의안이 안착하면 교단 내 소 목사의 영향력은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한편 사랑의교회는 이번 합의안에 흡족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당회는 23일 "양측이 이제까지의 대립과 갈등관계를 모두 내려놓고 하나님 나라의 큰 그림 속에서 지난 시간을 재해석하며, 앞으로 허락하실 하나님의 온전한 치유와 회복을 소망하며 나아가기로 마음을 모았다"며 "사랑의교회와 마당기도회 사이의 막힌 담을 허시고 성령 안에서 한 건물로 지어져가게 하신 하나님께서 수많은 갈등으로 아파하는 한국교회와 이 나라 그리고 열방에 아름다운 역사를 일으키시는 마중물로 오늘의 하나됨을 사용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합의안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학력위조 불법건축 등 여러 의혹을 제기해온 B 씨는 "합의 과정에서 모종의 거래가 있지는 않은지 의심스럽다. 분명한 건 이번 합의로 가장 큰 이득을 얻는 이는 오 목사"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