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새해 아침에

박충구 전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

newyear
(Photo : ⓒ사진= 베리타스 DB)
▲2020년 새해가 밝았다.

새 해를 맞는 기분보다 국회에서 공수처 법 통과가 이루어진 여운이 더 깊습니다. 온갖 부정을 일삼던 적폐들이 득세하던 세상에서 사람 소중히 여기는 공정한 사회를 향한 문이 열린 셈입니다. 개혁이 아니라 지속적인 혁명적 변화로 동북아의 평화 구축 속에서 남북한이 획기적으로 변화할 수 있기를 이 새해 아침 희망합니다. 이제야 우리 사회도 남들이 앞서간 길을 따라가게 된 셈입니다. 아직 고난과 고통을 겪는 이들이 있지만 한 편으로는 기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새 역사를 위하여 함께 꿈을 꾸며 변혁의 마중물이 되어야 할 종교가 구태에 젖어 구정물이 되었습니다. 정화되지 못하면 버림을 받을 것입니다. 사랑과 평화의 길이 아니라 아비규환 시기와 질투와 탐욕이 넘치는 기독교, 욕망을 극대화하여 비곗덩어리가 된 제왕적 대형 교회들은 역사의 변화를 거부하는 천박한 이기적 집단이 되었습니다. 이런 집단에서는 희망을 찾을 수 없습니다.

서양에서는 5세기부터 우후죽순 수도원들이 세워졌습니다. 로마 제국의 교회가 되어 온갖 권력과 탐욕과 사치를 일삼는 속물 기독교에서 떠난 이들이 세운 영성적 삶의 은신처였지요. 한국 기독교에도 기도원 운동이 있었지만 대부분 창시자의 탐욕과 소유욕에 삼키어졌습니다. 교회도 영성의 요람도 강고한 탐욕의 강을 건너지 못했습니다. 기독교적 영성은 물질의 힘과 권력의 힘, 그리고 안일과 색욕의 유혹을 이긴 곳에서만 꽃 핍니다.

누가 뭐라 해도 이 원칙은 변함이 없습니다. 제아무리 학자인 체하고, 영성가인 것처럼 행세해도 그 허세를 감출 수는 없습니다. 속된, 거룩한 욕망은 우리에게 예수를 따르게 하지 않습니다. 결국 예수의 길에서 이탈하게 만들지요. 예배와 돈 봉투가 하나가 된 교회는 중세보다 더 타락한 교회의 모습입니다. 노동하지 않고 각종 헌금으로 가난한 신자 등이나 쳐 부유함을 누리는 목회는 오래 못 갈 것입니다. 수십 가지 헌금을 받고 구원과 축복을 팔며 종교 영업을 하는 교회는 기독교 세계 어디를 가봐도 그 사례가 없습니다.

사회는 변하는데 정의와 공공선에서 거리가 먼 탐욕과 안일함에 젖어 있는 이런 교회를 바라보기가 정말 민망합니다. 새해에는 사회의 변화에 앞서지는 못해도 교회가 더 낙오하여 뒤처지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교회가 망각하여 잃어버린 가치들, 정의, 자유, 평화, 평등, 연대와 관용의 영성이 되살아나기를 기도합니다. 개인의 탐욕을 자극하는 목회가 아니라 소중한 가치들이 있어 사람다운 공동체를 이루는 교회를 향한 조그만 변화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기를 희망합니다.

※ 이 글은 박충구 전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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