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당 안팎에서 황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잇달아 나오는 중이다.
먼저 한국당 여상규 의원은 2일 4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런데 여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자유진영이 이렇게 코너에 몰리는데 자리가 무슨 의미가 있나. 당 대표를 포함해 전 의원이 자리에 연연해선 안 된다. 비대위 체제로 가기 위해 당 지도부가 모든 걸 내려놔야 한다"고 일갈했다. 한 마디로 황 대표더러 물러나라는 말이다.
바로 다음 날인 3일 국내 유력 일간지이자 보수 진영 여론을 주도하는 <조선일보>가 황 대표 때리기에 나섰다. <조선일보> 강천석 논설고문은 ''황교안당'은 필패, '반문재인당'으로 거듭나야'란 제하의 칼럼을 썼다.
강 논설고문은 이 칼럼에서 "국민의 절반 가까이 또는 절반 넘게 소득 주도 성장, 일자리 정책, 부동산 대책, 원전 폐쇄, 교육 정책, 적폐 청산을 비판하고 있다. 그나마 긍정 여론이 많았던 복지 정책과 남북 관계 및 외교 정책도 파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상황에서도 '황교안 야당'은 '문재인 여당'보다 지지도가 15~20%포인트 낮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대로면 '황교안당'은 '문재인당'에 필패한다"고 결론지었다.
여론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12월 실시한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67%가 황 대표에게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69%를 기록한 안철수 전 의원에 이어 두 번째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3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49%의 응답자가 2020년 4월 총선에서 절대 찍고 싶지 않은 정당으로 한국당을 꼽았다. 유권자 절반 가까이가 한국당을 기피한다는 말이다.
황 대표가 처음 정치에 입문했을 때와 비교할 때 실로 극적인 반전이다. 황 대표는 박근혜 전 정권에서 법무부장관, 국무총리를 거치며 승승장구했고, 퇴임 후 보수 정치권으로부터 꾸준히 러브콜을 받아왔다. 특히 잘생긴 외모와 반듯한 태도는 호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개신교 전도사 이력이 알려지면서 보수 개신교계로부터도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정치는 지지층 결집과 외연 확장이라는 양면성을 갖는다. 그런데 황 대표는 정치활동을 하면서 지지층을 다지는 데 주력했을 뿐, 외연확장은 사실상 포기한 듯한 행태를 자주 보였다.
황 대표의 언사는 날이 갈수록 거칠어지더니 지난 해 11월과 12월로 접어들면서 태극기 우파 세력과 일체가 된 듯한 행태를 거듭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해 12월 16일 태극기 우파세력의 국회 점거 농성이다. 이때 황 대표는 우파세력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이며 "우리가 법을 지키면서 이 정부에 우리의 뜻을 강력하게 전달했습니다. 여러분이 이겼습니다. 승리했습니다 !"고 외쳤다.
당 안팎에서 불거지는 리더십 논란에 대해 황 대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6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보수통합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신선하지 않다. 황 대표는 자신에게 비판여론이 제기될 때마다 보수통합으로 국면전환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한때 차기 대선주자 1위에 올랐던 황 대표는 지금 당 대표직마저 위태로운 처지다.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황 대표는 자신의 정치발언 대부분을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데 할애했다. 이 같은 행태를 극단적인 거부정치를 뜻하는 '비토크라시(vetocracy)'라 한다. 그러나 상대를 무조건 비판한다고 자신의 가치가 높아지지 않는다. 한국당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것도 황 대표가 지지율 결집에만 매달린 탓이다.
무엇보다 그간 황 대표가 보인 행보는 가톨릭·개신교를 아우르는 그리스도교 정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런 황 대표가 정치 입문 1년도 되지 않아 리더십에 균열이 생기는 건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부디 황 대표가 총선 때까지만 당을 이끌고 조용히 정치계를 떠나기 바란다. 무조건 반대로 일관하는 정치인의 퇴장은 정치발전에 긍정적 기여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