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담배 피우면서 기도하기

오강남·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

two
(Photo : ⓒ영화 <두 교황> 스틸컷
▲영화 <두 교황>의 한 장면.

며칠 전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과 프란치스코 현 교황의 이야기를 다룬 <두 교황>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현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기경일 때 베네딕토 16세 교황을 찾아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재미나는, 그러면서도 의미깊은, 우스개 이야기를 합니다.

어느 신학생이 신부에게 "신부님, 기도하면서 담배를 피워도 됩니까?" 물론 안 된다고 했습니다. 옆의 친구가 질문을 잘 못했다고 하면서 이렇게 질문하라고 합니다. "신부님, 담배 피우면서 기도해도 됩니까?"

결국 같은 행동인데도 말하기에 따라 다른 것으로 보인다는 것을 극적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내가 하느님 안에 있고, 하느님이 내 안에 계신다. 하느님과 나는 하나다."하면 반대할 기독교인들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과 내가 하나니, 결국 하느님은 나고, 나는 하나님이다."하면 많은 기독교인들이 반대할 것입니다. 특히 "나는 하나님이다." 하는 말은 신성모독죄라고 여길 것입니다.

곰곰이 따져볼 일입니다. "나와 하나님은 하나다"라는 말과 "하나님이 나고 내가 하나님이라."는 말이 그렇게 다른가? 그런데도 특히 "내가 하느님이다." 하는 말을 하면 신성모독죄에 속할 정도의 이단적이라 생각하는데 사실 그런가?

중세에 많은 기독교 사상가들은 자기들의 신앙 목표가 "신이 되는 것" 곧 '신화(神化. deification)'라 여겼습니다. 이는 교만이나 오만이나 신성모독이 아니라 지금의 내가 없어지고 내 속에 거하는 신이 바로 나의 본래적 나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겸손이었습니다.

이런 사실은 다른 종교들의 심층을 들여다보면 명백해집니다. 동학에서는 내가 신을 모시고 있고(侍天主), 내가 모시고 있는 신이 바로 나 자신이고 따라서 내가 바로 신이다(人乃天)하는 가르침을 가장 중요한 가르침으로 삼고 있습니다.

선불교에서는 내 속에 불성이 있다. 따라서 내가 부처님이다 하는 것을 깨닫는 것이 바로 자유를 주는 것이라 가르칩니다.

힌두교 베단타 철학에서도 절대자 브라흐만(brahman)과 나(atman)는 하나다. 그러므로 "나는 바로 브라흐만이다."라는 범아일여(梵我一如)의 가르침을 최고의 가르침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최근에 John Shelby Spong 주교가 쓴 요한복음 해설서, <요한복음: 어느 유대인 신비주의자들의 이야기>에 보면 요한복음의 핵심 메시지도 하느님과 우리가 하나라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합니다. "나와 아버지는 하나입니다."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여러분도 내 안에 있습니다. 혹은 여러분이 서로 사랑하면 여러분은 하나님 안에 있고 여러분 안에 하나님이 있습니다."

이제 기독교인들도 무조건 예수의 피공로만 믿으면 그 덕택으로 하늘 간다는 생각보다 나를 비워 내 속에 거하는 신성(神性)을 자각하므로, 나아가 나와 이웃과 만물이 하나라는 것을 체감함으로, 참된 자유를 얻으려고 하는 일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여러분의 생각을 어떠신지요.

※ 이 글은 오강남 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을 예속시키며 자기를 확장하는 인공지능의 몸

전철 한신대 교수(한신대 신학대학원장, 조직신학)가 『신학사상』 2023년 여름호에 노동을 이유로 인간의 몸을 점차로 예속시키면서 자기 확장을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텍스트 사이에서 16] 『침묵』의 페레이라 신부가 일본에서 만난 그리스도에 대한 수상

17세기 일본의 교회 박해는 절정에 달했다. 교회 당국도 사제들의 일본 선교를 허락하지 않으려 했다. 이 와중에 열정적인 젊은 사제들은 일본 입국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안병무의 민중신학에 대한 위르겐 몰트만의 제언

혜암신학연구소의 연구 저널 《신학과 교회》 제18호(2022, 겨울)에 독일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 박사의 논문이 실려 이목을 끈다. 이 저널의 특집 주제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욥기에 숨겨진 신의 폭력 연루성을 누설하다

기존의 욥기 신학이 신정론 또는 신의 절대 주권성에 기울어져 신의 폭력 연루성에 대해 침묵해 왔다고 꼬집으며 욥기 내러티브에 은폐된 신의 폭력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자연중심주의 주장하는 학자들에 대한 반박

김균진 연세대 명예교수가 최근 몰트만 교수 96세 기념논문집 『너희의 구원이 가까웠으니, 너희의 머리를 들라』(Erhebt Eure Häupter, weil sich Eure Erlösung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21세기 민중신학, 삶의 자리 변화 직시해야"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가 1970-80년대 융성했다가 격변의 현실 속에서 시들어진 민중신학이 다시금 꽃을 피우려면 '삶의 자리'가 크게 변했음을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창조적 계승인가? 가문자랑의 답습인가?"

"창조적 계승인가? 가문자랑의 답습인가?" 6일 오후 1시 한신대 신대원 장공관에서 '한신을 만든 사람들'이라는 큰 주제 아래 진행되는 한신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을 폭군으로 만든 '땅을 다스리라'의 참 뜻은.."

위르겐 몰트만 박사가 혜암신학연구소가 발행하는 기관지 『신학과 교회』 제17호(2022년 여름)에 투고한 논문 「생태정의」를 통해 오늘날 생태재앙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성경을 기반으로 타자 관계 중시한 리쾨르의 철학

한국조직신학회(이오갑 회장)가 최근 9차 월례신학포럼을 개최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포럼에서는 혜정 박사(Globe Covenant Seminary, USA)가 '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