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개신교만 있지 않지 않습니까. 또 전광훈 목사님의 개신교도 우리 개신교를 다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가 황교한 대표에게 건넨 말이다. 황 대표는 22일 오전 신년기자회견을 가졌고, 이어 전직 한국당 대표와 만났다.
인 목사는 이 자리에서 황 대표에게 거침 없는 돌직구를 날렸다. 인 목사의 말을 더 들어보자.
"천주교는 어디 갔습니까? 우리 사회에 천주교는 없습니까? 불교는 없습니까? 모르겠습니다. 불교지도자들과 만나보셨는지..."
황 대표의 그간 행적을 보면, 인 목사의 말은 뼈를 때린다. 이전부터 황 대표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와 어울리면서 당안팎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 외연 확장보다 지지층 결집에만 열을 올린다는 지적도 잇달았다.
그럼에도 황 대표는 이 같은 목소리에 아랑곳 하지 않았다.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총선 승리를 통해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 폐지를 약속했다.
최근 황 대표는 조계종에 설 선물로 육포를 보낸 일이 알려지며 곤욕을 치렀다. 불교가 육식을 계율로 금하고 있다는 건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이다. 더구나 황 대표는 개신교 전도사 이력이 있고, 종교편향 논란을 자주 일으켰다. 따라서 타 종교를 대할 때, 보다 조심해야 하는 위치다. 조계종에 육포를 보낸 일로 논란이 이는 건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인 목사는 가톨릭과 불교를 언급했다. 그러나 황 대표는 타종단은 물론, 개신교 안에서도 자신과 코드를 같이 하는 보수 개신교계만 찾았다. 총리 시절이던 2015년 황 대표는 보수 개신교 연합체인 한기총과 한교연을 차례로 찾았다. 그러나 바로 가까이에 있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찾지 않았다.
기자는 당시 총리실 측에 보수 교계만 찾고 진보 성향의 NCCK는 왜 들리지 않았는지 이유를 물었다. 이에 대해 총리실은 "국정 일정 등을 고려하여 적정시기에 방문을 검토 중"이란 원론적인 답만 내놓았다.
황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우리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줄 것을 요구했다. 이 같은 요구는 황 대표 본인에게도 해당한다. 특정 세력, 특히 극우 개신교 세력만 대변하는 듯한 모습은 제1 보수 야당 대표로서 부적절하다. 인 목사도 바로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부디 황 대표가 인 목사의 말을 새겨 듣기 바란다. 새겨 들을 아량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