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중국은 물론 한국 등 인접국도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충청권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정부가 중국 우한에 발이 묶인 우리 교민을 전세기편으로 데려온 뒤 격리수용하기로 했는데, 처음에 천안이 후보지로 떠올랐다가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진천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수용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일단 천안은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반면 아산·진천, 특히 격리 대상 시설 인근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일부 주민은 트랙터로 도로를 막기도 했다. 이들은 "천안의 반발이 심해 아산으로 결정했으니, 우리도 반대하겠다"며 격앙하고 있다.
지역 의료기관은 바짝 긴장하는 양상이다. 천안시의 경우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환자가 나온데다, 코로나 바이러스 네 번째 확진자가 인근 평택 주민으로 알려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시내 대형 병원 두 곳은 선별 진료소를 마련하는 한편, 통제 조치를 내려 방문객의 출입을 제한했다. 시민들은 메르스 사태를 겪은 경험 때문인지 제한 조치에 별다른 저항감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A 병원 관계자는 자제를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주민 반발 때문에 교민 격리 후보지가 천안에서 아산·진천으로 바뀌었다는 소문이 나도는 데 사실과 다르다. 당초 거론됐던 천안 내 시설은 교민을 수용하기에 규모가 턱없이 부족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행정안전부 사회재난대응정책관도 "가장 중요한 것은 송환 국민 숫자였다. 수용할 곳은 한두 곳으로 분산 수용해야 했고 한 방에도 한두 명씩 수용해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료진 의견이 있었고 의료진도 100여 명 이상 필요해 숙소 규모가 가능한 곳으로 논의가 된 것"이라고 밝혔다.
원인모를 역병이 나돌 때면 으레 공포가 뒤따른다. 아산·진천 주민의 반발을 '님비'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몰고 온 공포 때문이다. 문제는 정치권과 언론이 이런 공포감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언론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터지자 일제히 중국(인) 혐오를 부추기는 보도를 잇달아 내놓았다.
'침 뱉고 마스크 미착용, 위생불량 심각'이란 제하의 <헤럴드 경제> 29일자 보도가 대표적이다. 이 신문은 중국인 밀집지역인 대림동을 찾아 "'우한 폐렴 창궐에도 위생관념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에 사는 중국인을 코로나 바이러스와 '엮으려는' 의도가 역력히 보이는 보도다.
일반 주민의 경우 의학지식 부족과 막연한 편견으로 반발심리가 일 수 있다. 하지만 언론이 공공연히 혐오를 부추기는 행태는 옳지 않다. 재난 상황에선 무엇보다 정확한 정보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아직 개신교계에선 이번 사태에 대한 언급이 없다. 한편으론 다행이다. 개신교계, 특히 보수 개신교계는 민감한 사회적 쟁점이 불거질 때 마다 왜곡된 시각의 설교로 여론의 빈축을 샀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퍼졌던 2015년, 개신교계 일각에선 이를 이슬람과 협력하려는 데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가짜뉴스를 퍼뜨렸다.
다시 말하지만, 재난상황에선 정확한 정보가 핵심이다. 가짜뉴스나 왜곡된 시각의 주장은 상황을 어지럽힐 뿐이다. 아산·진천 주민 반발도 정보 부족에 따른 귀결이다. 부디 언론, 정치권, 종교계 할 것 없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극복하는 데 힘을 합칠 때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 로마서 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