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신이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신 자체가 문제입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요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는 판에 바이러스의 파급을 방지하기 위해 일요 예배를 자제해 달라는 당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구역구역 일요 예배집회를 계속하겠다는 종교단체들이 있는데, 그들의 주장은 하나님이 자기를 예배하러 모인 사람들에게는 병이 걸리지 않게 보호해준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식으로 믿는 하나님 때문에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 결국 하나님이 문제인 셈 아닌가요?
저는 종교학자로서 그동안 여기 저기 글이나 강연을 통해 신이 문제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신이 문제가 되는 주된 이유가 신이 병을 퍼뜨리는 일과 관련되리라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요즘 보니 신에 대한 이런 과잉 신뢰가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을 새로이 발견한 셈입니다. 맹신, 광신, 미신이 따로 없습니다.
신이 문제인 다른 이유들이 있습니다만 오늘은 '하나님' 때문에 바이러스가 퍼진다는 이 점 하나만을 부각하고 싶네요. 그렇지만 한 가지만 덧붙입니다.
미국의 종교 사회학자 필 주커먼이 쓴 <신 없는 사회> <종교 없는 삶>이라는 책에서 그는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처럼 '신이 없는 사회'가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라는 것이 입증되었다고 합니다. 세계를 둘러보면 신을 많이 믿는 나라일수록 잘 못 사는 나라라는 것입니다. 미국 내에서도 교회 출석율이 가장 많은 남부 바이블 벨트에 속한 주들이 서부나 동북부 주들보다 범죄율, 문맹율 등 모든 면에서 낙후하다고 합니다.
미국 성공회 주교였던 존 쉘비 스퐁 신부는 최근에 낸 책 (믿을 수 없는 것들)이란 책에서 기독교에서 버려야 할 교리 11가지를 열거하는데 그 첫째가 종래까지 믿던 유신관(theism)이라고 강조합니다. 그에 의하면 신에 대한 이런 옛날 식 설명방법을 고집하면 기독교 자체도 망한다고 합니다. 그의 전에 쓴 책 제목이 <기독교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입니다. 기독교 자체가 망하는 것도 문제지만, 주커만의 말처럼 이런 인습적이고 맹목적인 믿음에 집착하는 종교 때문에 나라 자체가 망하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여겨집니다.
※ 이 글은 오강남 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