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신(神)이 문제다

오강남·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

kangnam
(Photo : ⓒ오강남 교수 페이스북)
▲오강남 교수

옛날에는 신이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신 자체가 문제입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요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는 판에 바이러스의 파급을 방지하기 위해 일요 예배를 자제해 달라는 당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구역구역 일요 예배집회를 계속하겠다는 종교단체들이 있는데, 그들의 주장은 하나님이 자기를 예배하러 모인 사람들에게는 병이 걸리지 않게 보호해준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식으로 믿는 하나님 때문에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 결국 하나님이 문제인 셈 아닌가요?

저는 종교학자로서 그동안 여기 저기 글이나 강연을 통해 신이 문제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신이 문제가 되는 주된 이유가 신이 병을 퍼뜨리는 일과 관련되리라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요즘 보니 신에 대한 이런 과잉 신뢰가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을 새로이 발견한 셈입니다. 맹신, 광신, 미신이 따로 없습니다.

신이 문제인 다른 이유들이 있습니다만 오늘은 '하나님' 때문에 바이러스가 퍼진다는 이 점 하나만을 부각하고 싶네요. 그렇지만 한 가지만 덧붙입니다.

미국의 종교 사회학자 필 주커먼이 쓴 <신 없는 사회> <종교 없는 삶>이라는 책에서 그는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처럼 '신이 없는 사회'가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라는 것이 입증되었다고 합니다. 세계를 둘러보면 신을 많이 믿는 나라일수록 잘 못 사는 나라라는 것입니다. 미국 내에서도 교회 출석율이 가장 많은 남부 바이블 벨트에 속한 주들이 서부나 동북부 주들보다 범죄율, 문맹율 등 모든 면에서 낙후하다고 합니다.

미국 성공회 주교였던 존 쉘비 스퐁 신부는 최근에 낸 책 (믿을 수 없는 것들)이란 책에서 기독교에서 버려야 할 교리 11가지를 열거하는데 그 첫째가 종래까지 믿던 유신관(theism)이라고 강조합니다. 그에 의하면 신에 대한 이런 옛날 식 설명방법을 고집하면 기독교 자체도 망한다고 합니다. 그의 전에 쓴 책 제목이 <기독교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입니다. 기독교 자체가 망하는 것도 문제지만, 주커만의 말처럼 이런 인습적이고 맹목적인 믿음에 집착하는 종교 때문에 나라 자체가 망하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여겨집니다.

※ 이 글은 오강남 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16세기 칼뱅은 충분히 진화론적 사유를 하고 있었다"

이오갑 강서대 명예교수(조직신학)가 「신학논단」 제117집(2024 가을호)에 '칼뱅의 창조론과 진화론'이란 제목의 연구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정태기 영성치유집단이 가진 독특한 구조와 치유 의미 밝혀

정태기 영성치유집단을 중심으로 집단리더가 구조화된 집단상담 프로그램에서 무엇을 경험하는지를 통해 영성치유집단이 가진 독특한 구조와 치유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학철 교수, "기독교 신앙인들이 진화론 부정하는 이유는..."

연새대 김학철 교수(신학과)가 상당수 기독교 신앙인들이 진화론을 부정하고 소위 '창조과학'을 따르는 이유로 "(진화론이)자기 신앙의 이념 혹은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아우구스티누스 사상의 모호성을 극복하는 원효의 체상용의 삼위일체론

아우구스티누스 사상과 원효의 체상용의 불교철학 사상을 비교 연구한 글이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손호현 교수(연세대 신과대학)는 얼마 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