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신(神)이 문제다(2)

오강남·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

kyungki
(Photo : ⓒ경기도청)
▲위 사진은 수원월드컵경기장 주차장(P4) 내 선별검사센터 모습.

며칠 전 SNS에 위와 같은 제목으로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코로나19 파급 방지를 위해 종교 집회를 자제해 달라는 정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신이 자기들을 지켜준다고 주장하며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종교 집단이 있는데, 이럴 경우 신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퍼트리게 하는 원인 제공자인 셈이니 신이 문제가 아닌가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반응이 커서 같은 제목으로 좀 더 이야기를 이어가 볼까 합니다.

우선 반응을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반응 중에는, 그런 종교집단이 집회를 강행하는 이유가 신이 자기들을 보호해준다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사실은 헌금 같은 문제 때문이 아니겠는가 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속내는 헌금이나 다른 무엇일지라도 앞에 내세우는 이유는 신이 우리와 함께 하므로 무서울 것이 없다는 식이니 결국은 신이 문제가 되는 셈이겠지요. 사실 이런 종교집단의 지도자들 중에 정말 신이 자기들을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해준다고 믿는 이들이 몇 명이나 될까요? 만일 자기들도 믿지 않는 것을 신도들에게 맹신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라면 이는 일종의 혹세무민이겠지요. 이렇든 저렇든 지금은 집회를 중단하겠다는 단체가 늘어났다니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또 다른 질문은 전지전능한 신이 있는데 왜 이런 병이 돌도록 하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며칠 전 김상일 교수가 페북에 설명해 주셨지만, 다시 간단히 말씀드리면, 이 질문은 기독교 신학에서 가장 곤란한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를 다루는 것을 신은 언제나 옳다는 뜻으로 신정론(神正論, theodicy)이라고도 하고, 신을 변호한다는 의미에서 변신론(辯神論)이라고도 합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이론이 있지만 결국은 전지전능하여 인간사 모든 일에 간여하는 "간여하는 신(interventionist God)"을 상정하는 한 풀리지 않는 문제입니다. 궁극적 문제 해결은 신이니 마귀니 하는 구시대적 발상이나 개념을 깨끗이 던져버리는 것입니다. 문제 아닌 것을 문제로 붙들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지난 번 신을 맹목적으로 잘못 믿으면 곤란한 이유가 몇 가지가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역사적으로 신의 이름으로 자행된 무수한 죄악들을 열거하는 대신, 여기서는 우리하고 직접 관련 있는 것 한두 가지만 지적해볼까 합니다.

첫째, 신이 있으면 스칸디나비아 같은 복지국가가 되기 어렵습니다. 신을 믿는 국가에서라면 가난한 사람이 있을 경우 그 사람이 가난한 것은 신을 잘 못 믿어서 신의 축복을 받지 못한 까닭이라 여깁니다. 신이 한 것을 우리 인간이 어떻게 하겠느냐 하는 생각이 들기 쉽습니다. 어쩔 수 없이 복지 문제에 등한하게 될 수밖에 없겠지요.

반대로 만약 신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 나라라면 가난한 사람이 있을 경우 뭔가 우리 사회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고 그 시스템을 바꾸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자연히 복지 문제에 신경을 쓰게 되겠지요.

이와 연관되었습니다만, 부정한 방법으로 부자가 된 사람을 보고도 그것이 신의 축복이라 생각하고 눈감아주기 십상입니다. 더욱이 불의하게 번 돈의 일부를 교회나 절에 갖다 바치면 신심이 돈독한 신도로 특별대우까지 받게 됩니다. 많은 목사님들과 기독교인들이 국제적으로 여러 가지 지탄을 받고 있는 미국 정부를 두고도 미국이 잘 사는 것이 신의 축복 때문이라 생각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한 발 더 나가 예수 믿는 나라는 신의 축복으로 잘 살고 예수 믿지 않는 나라는 신의 축복을 못 받아 잘못 산다는 왜곡된 시각을 가지게 됩니다.

둘째, 모든 것을 신과 연결시키면 학문의 발달이 어렵습니다.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마다 신이 등장하도록 하면 문제 해결이 있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왜 세계 경제가 이런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면 그것이 신의 뜻이기 때문이라고 하면 수요공급이니 뭐니 하는 경제학적 이론이 들어갈 틈이 없어집니다. 왜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면 그것이 하나님의 역사하심이라 해버리면, 더 이상 그 당시 국내 사정이나 국제 정치학적 연관이 어떠니 하는 학문적 분석이 필요 없어집니다. 진화론이니 지질학이니 천문학 같은 과학 분야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과학의 발달은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데 신의 개입을 거절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엄격히 말하면, 신이 문제라기보다 신에 대한 인간들의 낡은 생각이 문제입니다. 초자연적인 존재로서의 신을 상정하고 세상의 모든 일을 설명하려고 했던 과거의 인습적 안목이 문제입니다. 이런 식으로 어디에나 신을 갖다 붙여서 해결하려는 것을 deus ex machina라 하기도 하는데 이런 신을 아직도 그대로 믿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습니다. 제가 최근에 알게 된 성덕도(聖德道)라는 한국 종교입니다. 1952년에 시작된 이 종교에서 열심히 송독하는 <성덕명심도덕경>이라는 작은 책자에 보면 "천지지간에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므로 우주 만상물을 능히 지배하고 조성할 수 있다"고 하여 우주와 인간사에 초법적으로 간여하는 초자연적 존재로서의 신을 부정합니다. 이런 존재를 생각한다면 이는 우상이니 "우상을 위하고 허공에 명복과 소원성취를 비는 것은 사리사욕에 이끌려 발원 예배함이니" 이런 "미신을 타파합시다."(24쪽)고 주장합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사실 성덕도 뿐 아니라 초자연 존재로서의 신을 믿는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금 구미에서 가장 급속히 자라는 종교 현상은 재래 종교의 가르침에서 벗어나는 탈종교화, 무종교, 무신론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To believe or not to believe, that is the question. 믿을 것이나 믿지 말아야 할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이 글은 오강남 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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