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코로나19로 비상이다. 원인 모를 질병이 창궐하거나 미증유의 자연재해가 닥치면 우리의 일상은 조금씩 무너져 내리기 마련이다.
코로나19가 딱 이 경우다. 이미 중증호흡기증후군(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 대형 전염질환을 겪었지만, 코로나19가 가져온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일상의 불안을 달래는 데엔 영화가 제격 아닐까? 현 시국에 꼭 권해주고픈 영화가 있다.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하고 톰 크루즈, 타코타 패닝이 주연을 맡은 2005년작 <우주전쟁>(원제 : War of the Worlds)이다.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이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했다.
H.G. 웰스 원작을 영화화 한 <우주전쟁>의 스토리 전개는 무척 간단하다. 항만 노동자 레이 페리어(톰 크루즈)는 아내와 이혼하고 홀로 살아간다. 그러던 차 전 부인이 아들 로비(저스틴 채트원)와 딸 레이챌(타코타 패닝)을 레이에게 맡긴다.
레이가 아들 로비와 캐치볼 연습한다. 그러던 차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땅에서 정체불명의 괴물체가 솟구쳐 올라오더니 이내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죽인다.
이 괴물체의 정체는 우주인으로, 지구 정복을 위해 오래 전 지구로 잠입해 지하에 숨어 있었다. 그러다 일제히 정체를 드러낸 것이다. 레이는 로비와 레이첼을 데리고 황급히 피난을 떠난다.
지구인은 사력을 다해 우주인과 맞서 본다. 하지만 역부족이다. 미국이 자랑하는 최강 군사력도 우주인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미군과 우주인의 전투 장면은 스필버그의 전작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방불케 한다.
이대로 가면 인류 멸망은 시간문제, 그러나 의외의 반전이 일어난다. 인류의 존망을 위협하던 우주인이 일순간 자멸한 것이다. 그 이유가 재밌다. 바로 면역체계 때문이었다.
즉, 지구인은 오랜 기간 바이러스와 싸우면서 면역력을 키운 반면 외계인은 바이러스에게 취약했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외계인은 잇달아 목숨을 잃었고, 지구인은 일상을 회복한다. 파탄났던 레이의 결혼생활도 회복되기에 이른다.
우리 자신을 믿자
영화를 처음 봤을 땐 결말이 너무 허망했다. 하지만, 지금 다시 보니 꽤 의미심장하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 모건 프리맨의 음성으로 흐르는 나레이션이 특히 그렇다.
"침입자들이 도착했던 순간부터 숨을 쉬고, 먹고, 마시면서 그들은 이미 운명지어졌다. 그들은 불완전했으며, 인류의 각종 무기와 장치들이 비록 실패했지만, 그들은 신과 그의 지혜가 이 지구상에 만들어놓은 가장 작은 창조물에 의해 파괴됐다. 인류는 수십억 죽음의 값을 치르고 나서야 스스로 면역력을 획득했으며, 이 행성의 무한한 미생물들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도전에 맞서는 우리의 권리인 것이다. 왜냐하면 인류는 결코 헛되이 살고 헛되이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Men do not live or die in vein)"
인류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자연, 그리고 다른 종의 인류와 싸우며 생존능력을 키워왔다. 역병도 예외가 아니다. 역사상 대규모 질병이 창궐한 적이 없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중세 창궐했던 페스트다.
당시의 기록들은 페스트가 그 시절 인류에 얼마나 공포감을 줬는지 생생히 증언한다. 하지만 인류는 살아 남았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불안과 불편은 이루말 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자신을 믿자. 우리는 오랜 기간 바이러스와 싸우며 면역력을 키워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