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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표제어 이면의 현실: 모두가 루저인 세상

코로나19와 종교(2)·박일준 박사(감신대)

편집자주- 코로나19 이후 종교에 대해 성찰하는 박일준 박사(감신대)의 '코로나19와 종교' 기고문을 세차례에 걸쳐 연재해 싣는다. 이 기고문에서 그는 상당수 종교가 "위로와 격려를 미끼로 경쟁주의적 세계관을 정당화하며, 그 안에서 자신의 신격화 보다 정확히는 우상화를 정당화한다"면서 종교의 우상화 경향을 비판했다. 

하지만 하라리는 이 '호모-데우스'의 시대가 모두가 신처럼 능력있는 존재가 되어 자신의 삶을 만끽하며 살아갈 시대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 시대가 담지한 '불평등이 그대로 업그레이드'되는 시대, 즉 사회적 격차가 증폭되어 업그레이드되는 시대가 될 것을 매우 염려한다. 빅데이터의 시대에 자발적으로 빅데이터에 자신의 개인정보를 넘겨주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세대는 이 불평등의 업그레이드에 맞서 무언가 저항할 마땅한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

프랑코 베라르디는 이 시대를 '호모-데우스의 시대'라고 명칭하기 보단 '기호자본주의'(semiocapitalism)의 시대라 명명하면서, 디지털 기호의 교환과정으로 자본을 창출하는 시대의 이면을 파고든다. 모든 것이 연결된 초연결의 시대는 출근과 퇴근이 구별되지 않는, 그래서 24시간 상시 업무대기상태로 일거리와 프로젝트를 사냥하며 살아가는 네트워크 시대는 소위 세계화과정이 만들어낸 자본의 구조임을 지적한다. 아날로그 신호의 교환에 관계성을 형성하며 진화한 생물학적 두뇌가 이제 디지털 네트워크에 뇌신경을 직접 접속하며 일과 여가, 일과 휴식의 구별 없이 상시 업무대기상태로 살아가며 감당해야 하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 유기체에게 감정적 빈곤상태를 창출한다. 누군가로부터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통해 무한경쟁과 적자생존 그리고 승자독식의 세계에서 무너져 내린 자존감을 추스르며 간신히 살아가던 사람들이 이제 모든 것이 연결된 세계에서 아날로그적 만남의 관계 즉 결속(conjunction)의 관계가 아니라 접속(connection)의 관계를 맺으며, 역설적으로 관계의 단절과 고립감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접촉(touching)의 시대로부터 접속(connection)의 시대로의 전환은 디지털적으로 모두가 연결되어 있지만, 감성적으로 그리고 관계적으로는 모두로부터 단절되고 고립된 사회구조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사람은 모두와 관계적으로 엮여져 있지만(interrelated), 모두로부터 소외된 시대가 되었고, 위로와 격려를 나눌 관계의 부재로 인해 감정적으로 자존감이 하락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무한경쟁과 적자생존의 사회구조는 최후의 승자 이외의 모든 이들을 소위 '루저'(loser)로 격하시키고 있고, 그를 통해 무너진 자존감은 위로와 격려를 제공할 관계의 부재 때문에 더욱 더 바닥으로 무너져 내려간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지하서민들'(undercommons)가 되어 살아간다.

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종교집단이 있다: 신천지.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144,000명이라는 숫자의 신학적 해석조차 참고하지 않은 채 아전인수 격으로 자신들의 맹목적 믿음에 맞게 해석하여, 구원받은 자들은 감염되지 않는다는 맹신으로 바이러스가 창궐하던 우한에서조차 전도활동을 멈추지 않았다는 그들. 영생한다던 창시자 이만희가 사망하게 되면, 또 그들은 자신들의 해석에 대한 수정을 통해 변증을 제시하겠지만, 이들의 종교적 신앙은 한국교회에 만연하고 있는 신학숭배(theolatry)의 한 단면을 여실히 증거한다. 자신들이 믿는 바를 뒷받침하기 위한 교리적 변증을 신학으로 착각하는 모습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사이비적 신앙보다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호모-데우스의 기호자본주의 시대에 자존감을 잃어버리고 정처없이 나락으로 떨어져 삶의 희망을 찾지 못한 영혼들이 반기독교적인 '선민사상'을 통해 도착적인 방식으로 존엄성을 회복하며 잘못된 희망을 세우고 있는 현실 말이다. '하나님이 나를 구원하셨다'는 신앙과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요한복음의 구절은 신학적 성찰과 비판작업을 거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나의 이기적 신앙심을 정당화시키는 이단적 변증에 취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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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신천지 이만희 교주가 지난 3월 2일 오후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이기적 신앙이 이들을 통해 '예수의 이름으로' 전파되고 있다는 것은 현재 우리 기독교가 얼마나 이 사이비 신앙에 취약한 신앙구조를 갖고 있는지를 반증하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풍족한 시대에 정신적으로 가장 극심한 빈곤을 겪으며 살아가는 시대일수록 우리의 마음과 태도는 무의식적으로 이기적인, 말하자면 자기보호적인 모습과 성향을 지향하기 마련이다. 나부터 살고봐야 하니까. BTS의 앨범제목이 'Love Yourself'인 것은 우연도 천재성도 아니다.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라고 욕망하는 바로 그것을 BTS가 아주 잘 포착하여 표현한 것이다.

바로 여기에 우리 시대 소위 '진보신앙'의 맹점이 놓여있다. 사회정의와 소수자 문제 등 정의 문제에 있어서는 보편윤리적 이상을 갖고 있지만, 정작 주변의 맘 다친, 그래서 영혼이 상한 사람들을 위한 구체적 대안을 갖지 못한 소위 잘난 기독교인들 말이다-아마도 필자같은 기독교인이 가장 대표적인 이런 류의 신앙인일 것 같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해주고 그리고 여전히 무너져가는 우리 삶의 한 복판에도 의미와 목적이 있음을 챙겨주는 것이다. 그렇다. 그것은 살을 부대끼고, 내 마음과 스타일을 망가뜨려가며 어울려주는 마음가짐의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자기 스타일, 자기의 고매한 윤리적 기준과 이상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절대로 할 수 없는 일. 우리 시대의 진보라 분류되는 사람들 중에 이런 스타일의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사회정의와 차별과 평등의 개선을 위한 모든 노력은 책상에서 회의하고 토론하고 그리고 공적 기관들 관계자들 앞에서 논문 발표하고 그리고 그것이 정책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하는 딱 그 선까지만 우리는 영혼과 마음이 무너진 사람들에게 관심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실 진보라는 이데올로기와 정책의 실현을 통해 자신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하고 회복하고자 애쓸 뿐이다. 간과한 것은 그런 방식으로 우리가 '루저'가 되어 받은 좌절과 실망과 절망은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시대 이혼율은 바로 그것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홀로 가정의 증가는 단지 청년들이 결혼을 못해서 늘어나는 것뿐만이 아니라, 결혼으로부터 싱글족으로 되돌아오는 많은 중년들이 급증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 아닌가? 그들이 직장에서 어떤 위치에 있건, 그들의 사회적 지위와 명망이 어찌되건, 그들은 외롭고 힘들다.

기호자본주의 시대의 삶은 사실 부르조아와 프롤레타리아 간의 구별이 통용되지 않는다. 남자와 여자의 구별도 사실 통용되지 않는다. 우리 시대 젊은 남자들은 역차별의 경험이 더 강하다는 설문조사도 있다. 사실 기호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우리 모두가 '루저'(loser)일 수 밖에 없다. 가부장적 사회라고 하면 흔히 남성"적" 권력체계라고 표현하면서, 생물학적 남성들의 권위주의를 비판하는 경우가 많은데, 틀린 건 아니지만, 이러한 비판들이 잘못된 목표로 투사되는 것은 바로 "남성'적' 권력구조"를 "(생물학적) 남자의 권력구조"와 거의 절대적으로 동일시할 때 일어난다.

그 가부장적 남성적 권력구조 하에서 생물학적 남성은 모두 '루저'가 될 운명이다. 하지만 '남자'라는 정체성으로 교육받고 세뇌된 루저는 자신의 실패와 좌절을 도무지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 사실을 수긍한다는 것은 자신이 '사람보다 못한 무능력자'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실패를 품고 살아가는데 익숙하지 못한 이 남자답지 못한 존재들은 자신의 실패를 주변의 사람들에게 투사하기 쉽다. 자신의 실패를 감추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모두가 '루저'가 되어간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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