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보수 장로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총회(총회장 신수인 목사, 이하 고신 총회)의 총회장 명의로 낸 성명 중 일부 내용이 여론을 호도하는 등 신중치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내부 고발까지 이어져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해당 성명을 낸 총회장의 공식적인 사과 요구까지 나오고 있는 것.
앞서 고신 총회는 지난 24일 총회장 명의의 성명에서 "지금 정부나 언론은 감염병 확산의 책임과 위험이 마치 교회의 주일예배에 있는 것처럼 호도하면서 교회의 예배를 범죄시하고 한국교회 전체가 감염병 확산을 막는 일에 관심이 없고 교회의 이익만 추구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신 총회는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책임을 정부에 떠넘기면서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주장했다. "근본적으로 이번 코로나19사태는 중국인 입국 금지에 대해 의사협회의 권고와 국민들의 청원을 대통령이 거부했기 때문에 생겼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와 정신적 피해와 인명 피해의 책임은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방역 책임의 문제를 특정 단체 등의 시선에 편중하여 왜곡된 시선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고신 총회 소속인 박영돈 고신대 명예교수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완전히 한쪽으로 치우친 입장을 확증된 사실이고 진리이며, 고신교단의 모든 목사와 교인들이 동의하는 입장인 것처럼 발표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박 교수는 이어 "이번 성명서는 교단을 둘로 나뉘어 갈등하게 하는 반목과 분쟁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격"이라며 "고신교단 안에 이번 성명서를 보며 탄식하고 분개하며 고신에 속해있는 것이 부끄럽다고 하소연하는 이들이 많다. 이 성명서가 매스컴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이 사회가 고신을 보는 시각이 얼마나 부정적인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고신교단 안에서 이 성명서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고 불만과 반론을 표출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다"라며 "우리 후배들을 교단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지도 못하고 체제에 순응하는 예스맨으로 길들이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런 볼멘 목소리를 총회 관계자는 거북하더라도 겸허히 들어야 한다. 그래야 교단이 산다. 그리고 이번 성명서에서 교단 전체의 의견을 한데 아우르지 못하고 성급하게 한쪽으로 편향된 입장만을 대변하여 분란과 갈등을 조장한 점에 대해 정중하게 사과해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