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성경은 신화인가

오강남·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

kangnam
(Photo : ⓒ오강남 교수 페이스북)
▲오강남 교수

이 글은 그저께 썼지만 온 국민이 총선에 정신이 쏟아져 있는데 이런 글을 올리려니 좀 뻘줌하여 며칠 기다렸습니다. 이제 총선 결과에 대한 흥분도 좀 가라앉았으리라 믿고 올려 봅니다.

제가 지난 주 부활절에 부활에 대한 글을 쓰고 이어서 요한복음서에 나오는 나사로의 부활 이야기에 대한 글을 올렸는데, 여기에 대해 미국 유타 주에 계시는 어떤 교수님이 "신화와 전설과 상상이 뒤섞인 것 같습니다."하는 댓글을 달아 주셨습니다. 훌륭한 관찰입니다. 그분에게 개인적으로 댓글을 달까 하다가 다른 분들도 관심이 있을 것 같아 여기 따로 올립니다. 처음엔 간단히 쓰려고 했는데, 여기 따로 쓴다고 하니 좀 길어졌습니다. 될 수 있는대로 쉽게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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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특히 복음서가 기본적으로 "신화적(mythological)"이라고 주장한 이는 20세기 최고의 신학자 중 한 분인 독일의 Rudolf Bultmann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신화라는 것은 마치 호두(walnut)와 같아서 그냥 그대로 먹을 수는 없고, 껍데기를 깨야만 속살을 먹고 영양분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신화는 일단 깨어져야 한다는 거지요. 신화를 대할 때 '호두까기 인형'이 필요하다고 할까요. 이처럼 신화가 신화로 남으면 안 되고 깨어져야 하는데 깨어져서 속살을 들어낸 신화를 '깨어진 신화(broken myth)'라고 합니다. 이처럼 속살을 들어내도록 하는 것을 불트만은 비신화화(demythologization)이라고 했는데, 'de'이가 마치 신화를 송두리째 없앤다는 뜻으로 오해될 수 있어서 폴 틸리히(Paul Tillich)라는 또 다른 신학의 거장은 그것을 탈문자화(deliteralization)라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습니다.

성경을 문자주의적으로 읽으면 안 된다고 강조하는 신학자로는 폴 틸리히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의 3권짜리 <조직신학>을 보면 '상징(symbol)'이라는 말이 제일 많이 나옵니다. '십자가의 상징', '천국의 상징' 등등 십자가가 정말로 무엇을 뜻하는가, 천국이 정말로 무슨 뜻인가 그 속살, 속내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분이 쓴 <신앙의 역동성 Dynamics of Faith>이라는 책 제3장에 보면 그분이 뜻하는 상징이라는 것이 무엇을 말 하는가 잘 나옵니다. 그 장 첫줄이 "인간의 궁극 관심은 상징적으로 표현되어야만 한다. 상징적인 언어만이 궁극적인 것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Man's ultimate concern must be expressed symbolically, because symbolic language alone is able to express the ultimate." 여기서 '궁극 관심'이라는 것은 그가 말하는 신앙faith입니다. 이 문장이 나온 다음 단에서 symbols와 signs가 다 같이 "point beyond themselves to something else."라고 하지요. 상징이나 싸인은 그 자체로서는 의미가 없고 그것들이 가리키는 그 너머에 있는 무엇을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같다는 것이지요.

최근에 와서 문자주의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하는 분으로 존 쉘비 스퐁 신부를 들 수 있습니다. 그분의 책 대부분은 문자주의에 대한 경고입니다. 우리 식으로 하면 불립문자(不立文字)를 외친 셈이지요. 가장 잘 알려진 책으로 <성경을 근본주의로부터 구해내기 Rescuing the Bible from Fundamentalism>인데 근본주의와 문자주의는 같은 것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최근에 마태복음 주석서로 쓴 책 <성경 문자주의: 이방인의 이단, Biblical Literalism: A Gentile Heresy>(이 책은 지금 변영권 목사님이 번역중이라고 합니다.)라는 책에서 기독교는 2천년 가까이 성경을 문자적으로 읽느라 성경의 본의와 관계없이 헛다리를 짚었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유대인을 위해 쓰이어진 마태복음이 유대인이면 다 알아들을 수 있는 이른바 '미드라쉬'적 기법으로 기술한 이야기인데, 초대 교회에서 유대인들이 사라지고 이방인들이 주류로 자리매김하면서 이런 이야기들을 문자적으로 이해하느라 성경 본 저자의 종교적 메시지를 놓치고 엉뚱하게 문자적 뜻에 매달리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무슨 말을 하다가 "그건 호랑이 담배 피울 때 이야기야"라고 말하면 우리는 그것이 오랜 옛날이라는 뜻으로 금방 알아듣지만, 우리말을 모르는 미국 사람이 이 말을 들으면, 호랑이도 담배를 피울 수 있다, 호랑이는 담뱃대로 피울까 권련으로 피울까, 권련으로 피운다면 하루에 몇갑이나 피울까 하는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마태복음에 예수님 탄생 시 애기들이 죽임을 당했다 하는 것도 유대인들이라면 예수님도 모세와 같이 위대하다는 말이라 금방 이해하지만, 모세 이야기를 모르던 이방인들은 이것을 문자적으로 이해해서 정말로 아기들이 죽었다고 오해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식의 문자주의가 오늘까지 내려오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ㅣ

저도 저의 글에서 제일 많이 강조하는 것이 문자에서 해방되라는 이야기입니다. <예수는 없다> 제2편 60페이지는 몽땅 문자주의를 경계하라는 이야기입니다. 바울도 말했습니다. "문자는 사람을 죽이고, 영은 사람을 살립니다."(새번역, 고린도후서 3:6)

※ 이 글은 오강남 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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