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선거 이야기다. '2020 국민의 선택' 4.15 총선은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집권 여당은 21대 국회에서 개헌 빼곤 다 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됐다.
선거 결과 분석을 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어느 원로목사의 설교를 '소환'하려 한다. 선거를 두 달 앞둔 시점인 지난 2월 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 원로목사는 정치색 짙은 설교를 했다. 홍 원로목사의 설교는 이랬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그것을 넘어서는 한 가지 선택을 더 해야 됩니다. 체제를 선택해야 될 선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그 고통 속에 여기까지 온 자유 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우리 문재인 대통령님께서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취임식에서 선포했습니다. 그리고 3년여 지금 시간이 흘렀습니다.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중략)
이 나라 경험을 다른 나라 사람들이 사회주의도 경험해봤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그것까지 안 한 나라가 딱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토머스 모어 경이 썼던 유토피아라는 책에 기록된 이상향의 세계. 아무도 못 가봤어요. 아직."
홍 원로목사의 설교대로 선거결과를 한 줄로 요약하면 "우리 국민은 사회주의 체제를 선택했다."
보수 야당인 미래통합당도 선거 막판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야 하니 자신들에게 표를 달라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대구, 경북을 제외하고 모든 지역에서 패했다. 통합당의 시선에서 보더라도 우리 국민은 사회주의 체제를 선택한 셈이다. 과연 그런가?
통합당이 패배한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오로지 아스팔트 극우의 선동구호가 거리의 민심인줄 착각해 문재인 정부 심판만 외쳤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문재인 정부가 적극 대처해 나갔고, 외신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통합당과 아스팔트 극우는 이를 애써 외면했다. 여기에 철지난 수구 냉전 선동구호를 반복해서 틀었다. 아스팔트 극우를 이루는 주요 구성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보수 개신교였다. 20일 풀려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대표적이었다.
홍정길 원로목사는 전 목사와 일정 거리를 뒀다. 하지만 홍 원로목사의 설교는 아스팔트 극우 개신교의 논리와 맞닿아 있다. 즉, 보수 개신교 전반도 과거의 시각에 갇혀 있다가 변화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말이다. 그리고 보수 개신교는 보수 정치세력과 마찬가지로 스타일이 ‘후졌다.'
목회자도 발언에 책임져야
통합당은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만약 홍 원로목사, 그리고 그와 생각을 같이하는 목회자들이 후보로 출마했다면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을까? 단언하건데,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높다. 홍 원로목사 등은 목회자라는, 선출되지 않는 자리에서 안주했을 뿐이다.
그간 목회자들은 자신의 설교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이 점은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도 마찬가지다) 목회자라는, 선택 받지 않은 자리에서 제왕적 권위를 이용해 아무 말이나 마구 내뱉었다.
이미 세상은 개신교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이번 총선에선 거리로 쏟아져 나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문재인 정부를 향해 독설을 마구 내뱉었던 보수 개신교 세력은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다.
이제 더 이상 신뢰 추락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 목회자들의 설교, 특히 세상 여론과 동떨어진 설교에 강하게 제동을 걸어야 한다. 무엇보다 전광훈 목사 류의 일그러진 정치개입 행태에 경종을 울리고, 홍정길 목사 같이 세련되지만 시대착오적인 정치 메시지를 담은 설교에 대해선 냉철한 논리로 반박해야 한다. 원로목사라고 해서 무조건 그의 말을 금과옥조로 받들어선 안 된다.
이게 '2020 국민의 선택' 4.15 총선이 개신교에 던져주는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