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 안다. 언행일치이면 좋고 언행불일치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을. 보통은 언행불일치의 사람을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사람이니 지행합일(知行合一)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이니 하며 성토한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한 번 곰곰이 따져 볼 일이다. 언행일치면 다 좋고 언행불일치면 다 나쁜가.
쉬운 예를 들어본다. 어떤 도둑놈이 도둑질을 계속하면서 도둑질이 좋다고 주장한다면 이것은 언행일치다. 또 다른 도둑놈은 어쩔 수 없어 도둑질을 하지만 도둑질은 좋지 않다고 말한다면 이것은 언행불일치다. 앞 도둑놈의 언행일치와 뒤 도둑놈의 언행불일치 중 어느 것이 더 좋을까, 아니 덜 나쁠까?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이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누리는 불평등한 특권층의 삶을 살면서 그렇게 사는 것이 무엇이 나쁜가 하고 말하면서 자기도 그렇게 무신경하게 산다면 그것은 분명 언행일치다. 그런데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이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누리고 있는 불공평한 삶을 살아가지만, 이런 불평등한 삶에 수반되는 부정적 측면을 의식하고 그런 삶은 좋지 않다고 역설한다면 이것은 분명 언행불일치이다. 이 두 가지 경우 언행일치와 언행불일치 중 어느 쪽이 그래도 좀 더 바람직할까.
훌륭한 사람이 훌륭한 말을 하면서 언행일치의 삶을 산다면 더 나무랄 것이 없이 좋다. 그러나 나쁜 사람의 경우 언행일치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형편에 따라 언행불일치라도 자기의 처지를 예의 성찰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지고 지금 당장 그런 처지를 바꿀 형편이 못되더라도 그런 식 삶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입장을 개진하는 것은 불공정한 삶을 의식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살아가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심지어 간디도 여러 가지로 언행불일치의 행동을 했다고 하지 않는가? 간디의 말을 모두 부정하고 간디를 정죄해야 하는가? 간디 뿐 아니라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정도 차이는 있을지언정 자기의 언행불일치를 느끼지 않을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가르침이 모두 허황된 것이라 정죄할 수 있을까.
물론 모든 언행불일치를 다 좋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자기가 누리는 불공정한 특권을 마음껏 누리면서 말만 번드르하게 하는 위선을 옹호하는 것은 더욱이 아니다. 다만 올바른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자기가 아는 것을 100% 실천하지 못함을 안타까워 하면서 사는 사람, 그런 것을 의식하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의식 있는 사람이 언행일치하지 못한다고 손가락질하는 것이 정당할까 하는 문제를 한 번 생각해 보자는 것 뿐이다.
※ 이 글은 오강남 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