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가 세습 논란으로 갑론을박할 당시, 미자립교회 지원금으로 내놓은 기금 일부가 명성교회 세습에 우호적인 목회자들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이 드러났다.
이 같은 정황은 명성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총회장 김태영 목사) 산하 서울동남노회(김수원 노회장)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재정 지출 내역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동남노회는 지난 2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 내용을 재구성해보자. 동남노회 임원회는 2017년 12월 재정 상황이 열악한 미자립교회 70여 개를 돕겠다며 명성교회에 2억의 후원금을 요청했다. 이에 명성교회는 5일만에 노회교회동반성장위원회 계좌로 '노회 내 미자립교회 목회자 후원목적' 명목으로 2억원을 송금했다.
그런데 이 기금 중 일부가 당시 노회 임원진 일부로 흘러들어갔다. 동남노회가 공개한 감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노회장 최아무개 목사, 서기 김아무개 목사가 각각 300만원을 받았다. 이뿐만 아니다. 교단 내 사법기구인 노회 재판국원 중 일부도 명성교회 기금을 수령했다. 이중 노회 재판국 서기 이아무개 목사는 돈을 받은지 4일 후 총회 재판국원으로 보선했다.
명성교회 기금이 노회 임원진에게 들어간 시점은 동남노회가 명성교회 세습 문제로 갑론을박하던 시점과 일치한다.
명성교회 기금이 흘러들어가기 약 두 달 전인 2017년 10월 동남노회는 명성교회가 낸 김하나 목사 임명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부노회장이던 김수원 목사와 노회원 130여 명은 이 같은 조치에 반발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이러자 회의장에 남은 노회원들이 투표로 최아무개 목사를 노회장으로 선출했다. 즉, 최 목사는 노회장 선출 후 2개월 뒤인 12월 명성교회 기금을 수령한 것이다.
명성교회가 낸 기금이 세습을 관철하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까? 최아무개 목사는 줄곧 친명성 행보를 보였다. 최 목사는 2017년 11월 김삼환 원로목사 취임-김하나 목사 임명 예배에서 사회를 봤다. 명성교회 세습을 허용한 노회장이 세습이 이뤄지는 현장에서 사회를 본 셈이다. 또 다음 해인 2018년 3월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은 명성교회 세습에 대해 적법판단을 내렸다. 명성교회 기금이 세습 관철에 영향을 미쳤음을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이다.
동남노회도 보고서에서 "명성기금이 접수될 그 당시 상황은 명성교회 ‘목회지대물림 청빙'과 관련, 명성교회가 당시 헌의위원장이던 김수원 현 노회장을 직권남용,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 했고, 불법으로 선출된 명성 측 최아무개 노회장은 비대위 목사들에 대해서 노회질서 문란혐의로 기소 의뢰하는 등 법적 공방이 벌어지고 있었던 때"라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2억의 후원 출연기금 사용 목적이 교회동반성장위원회 내부에서도 우려했듯이 ‘노회원 들을 회유하기 위한 꼼수'라는 합리적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노회가 관리하던 미자립 교회는 모두 27개 교회였다. 하지만 당시 노회임원회는 미자립교회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은 채로 막연하게 70개 교회로 말하고, 개교회당 300만원씩을 후원한다는 명분으로 명성교회에 2억을 청원해 기금을 조성했다"며 "노회가 파행된 상태에서 명성 측 인사들로 구성된 구임원회가, 그것도 노회파행의 핵심사유를 제공한 명성교회를 통해 기금을 조성해서 70개 교회의 목회자를 후원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삼척동자도 예상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강조했다.
동남노회 임원진의 명성교회 기금 수령 정황이 드러나면서 명성교회가 돈으로 세습을 관철시키려 했다는 비판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정작 돈을 받은 당사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최아무개 목사는 "마침 러시아에 가 있던 선교사가 도움을 청해와, 명성교회 기금을 이 선교사에게 줬다"고 답했다. 이 같은 전달과정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기자의 지적에 대해 "하나님 나라를 위해 쓴 건데 뭐가 문제냐?"고 되물었다.
이 같은 태도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동남노회 관계자는 "이렇게 변명하면 참 궁색하다. 명성교회가 미자립교회 도우라고 준 돈을 저들이 나눠 가졌다는 게 팩트다. 위임목사가 미자립교회도 아닌데 말이다"라고 비판했다.